‘글로벌 금융수도’로 불리는 미국 월스트리트에 위치한 금융사들(이하 월가) 사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임기 동안 금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핵심 기조인 보호무역주의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을 증폭시켜 안전자산인 금으로의 자금 유입이 더욱 본격화 될 것이라는 게 월가의 중론이다. 이미 국제 금시세가 강세를 이어가면서 국내 시중 자금도 ‘금테크(금+재테크)’로 빠르게 이동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금 관련 상품의 경우 수익률만큼이나 세금 체계와 수수료가 판이한 만큼 투자 목적에 따른 유형별 전략 수립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글로벌 ‘골드러시’에 불붙인 트럼프노믹스…JP모건 “온스당 5000달러 돌파할 것”
최근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올해 금값 목표치를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JP모건은 올해 4분기까지 금값이 온스당 5055달러에 도달하고 2027년 말에는 54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역시 각각 4900달러, 4800달러 돌파 가능성을 언급하며 상승론에 힘을 보탰다. 현재 국제 금값은 장중 온스당 4771달러를 돌파하는 등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추세다.
월가가 금값 강세를 점치는 배경에는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가 자리 잡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단어로 ‘관세’를 꼽는 등 취임 직후 고율 관세 정책을 쏟아내며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고율 관세는 수입 물가를 높여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글로벌 교역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킨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화폐 가치 하락에 대비하려는 심리가 강해지며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으로 투자 수요가 쏠리게 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베네수엘라 공습과 이란 시위에 대한 무력 개입 가능성, 그린란드 매입 문제를 둘러싼 유럽 국가들과의 갈등과 보복 관세 위협 등을 통해 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또 내부적으론 연방준비제도(연준·Fed)에 강력한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금리는 금값과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 저금리 기조는 금값 상승의 결정적 요인이 된다. JP모건의 글로벌 상품 전략 책임자 나타샤 카네바는 “금 가격 상승세가 직선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상승 추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지정학적 불안 시기엔 안전자산인 금이 각광받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국내 금값 역시 가파른 상승세다. 21일 국제표준금거래소에 따르면 순금 1돈(3.75g) 매입가는 전 거래일보다 1만7000원 오른 99만3000원을 기록하며 100만원에 바짝 다가섰다. 최근 6개월 사이 국내 금 시세가 50% 넘게 급등한 결과다. 금값이 치솟으면서 관련 투자 상품으로도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국내 최초 금 현물형 ETF(상장지수펀드)인 ‘ACE KRX금현물 ETF’의 순자산총액은 최근 4조원을 돌파하며 뜨거운 투자 열기를 입증했다.
노후 대비는 현물 ETF, 주식처럼 사고 파는 KRX 금시장…많이 알수록 유리한 ‘금테크’
전문가들은 금을 통한 재테크 수익을 극대화하려면 세제 혜택과 수수료, 자신의 투자 성향을 고려한 ‘맞춤형 전략’이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 대표적인 투자 방법으로는 ▲KRX 금시장 ▲금 통장(골드뱅킹) ▲금 ETF 등이 지목됐다. 우선 순수하게 매매차익을 노리는 투자자에게는 KRX 금시장이 가장 유리한 것으로 평가됐다.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이 시장은 주식처럼 금을 매매할 수 있으며 한국예탁결제원이 투자자들이 매입한 실물 금을 안전하게 보관해준다.
KRX 금시장의 가장 큰 장점은 세제 혜택이다. 거래소 내에서는 실물 금 구매 시 부담해야 하는 부가가치세 10%가 면제될 뿐만 아니라 매매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도 비과세된다. 거래소 시세를 직접 따르므로 가격 형성 과정도 투명하다. 다만 실물로 인출할 경우에는 부가세 10%와 인출 수수료가 발생하며 거래 시간 역시 증시 운영 시간(09:00~15:30)으로 제한된다.
금 투자가 처음인 입문자에게는 시중은행의 골드뱅킹(금 통장)이 가장 간편하게 시작할 수 있는 방법으로 꼽혔다. 은행 앱을 통해 일반 계좌처럼 쉽게 개설할 수 있고 0.01g 단위의 초소액 거래가 가능해 문턱 또한 낮은 편이다. 그러나 거래에 따른 부가 비용은 부담요인이다. 골드뱅킹은 매매 차익에 대해 15.4%의 배당소득세가 부과되며 살 때와 팔 때 각각 1% 내·외(총 2% 수준)의 수수료가 발생한다. 즉, 금값이 최소 2% 이상 올라야 수익 구간에 진입하는 셈이다. 또 일반 예금과 달리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금 ETF(상장지수펀드)는 증권사 계좌를 통해 금값의 흐름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주식처럼 실시간 거래가 가능하다. 운용 방식에 따라 크게 ▲현물 ETF ▲선물 ETF ▲액티브 ETF로 나뒤는데 각기 다른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장기 투자자나 연금 저축 활용자에게는 금 ETF를 최적의 상품으로 보고 있다. 실제 선물 상품과 달리 만기 교체 비용인 ‘롤오버(Rollover)’ 비용이 발생하지 않아 장기 보유 부담이 그만큼 적기 때문이다. 또 퇴직연금(IRP) 및 연금저축 계좌를 통해 투자가 가능하다. 이 외에도 매매 차익에 대한 세금(15.4%)을 연금 수령 시점까지 미루는 ‘과세이연’ 혜택, 투자 수익의 건강보험료 산정 기준 제외 등도 장점으로 꼽힌다.
시장 상황에 빠르게 대응하려는 단기 투자자에게는 선물 ETF가 효율적인 투자법으로 꼽힌다. 거래량이 풍부해 즉각적인 현금화가 쉬운데다 ‘환헤지‘ 기능을 통해 환율 변동 위험이 차단 가능해 오직 금 시세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롤오버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장기간 보유할 경우 수익률이 잠식될 우려가 있으며 퇴직연금 계좌를 통한 투자가 불가능하다는 제약이 있다. 금 시세 상승에만 만족하지 않고 시장 수익률을 상회하고 싶다면 액티브 ETF가 대안이다. 금 가격을 추종하면서도 펀드매니저가 재량에 따라 금 채굴 기업 등 관련 주식을 편입해 추가 수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매니저의 판단에 따라 금값 상승분보다 수익률이 낮아질 위험(언더퍼포먼스)이 존재하며 현·선물 ETF 대비 운용 보수도 다소 높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시대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자산의 일부를 성향에 맞는 금 상품에 배분하는 전략은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투자 안정성 측면에서 매우 유효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노후 대비를 위해 연금 계좌에서 안정적으로 금을 모아가고 싶다면 현물 ETF를, 환율 리스크를 피해 짧은 시세 차익을 노린다면 선물 ETF를, 금값 상승과 함께 관련 산업의 성장까지 기대한다면 액티브 ETF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금은 단순히 가격 상승을 노리는 투기 자산이 아니라 투자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낮추는 핵심 안전장치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계수 세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금값 상승은 단기 이슈라기보다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강화, 지정학적 리스크, 통화정책 불확실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구조적 흐름에 가깝다”며 “금 투자는 자산 포트폴리오 내에서 변동성을 완충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은 투자 기간과 세액 공제 여부 등을 면밀히 따져 자신에게 맞는 금 투자 수단을 선택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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