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대신 ‘수변’ 조망…중랑천 품은 행당동 부동산 ‘하천 프리미엄’
‘한강’ 대신 ‘수변’ 조망…중랑천 품은 행당동 부동산 ‘하천 프리미엄’

서울에서 아파트 가격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는 입지와 교통, 생활 인프라가 꼽힌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조망과 녹지 환경’이 주거 가치를 좌우하는 주요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강 조망과 대규모 공원 인접 단지가 대표적인 사례지만 가격 부담이 급격히 커지면서 이러한 프리미엄을 대체할 수 있는 수변 주거지가 새로운 선택지로 주목받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가 이어지면서 한강벨트와 같은 상급지로의 이동은 사실상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홍제천·안양천·중랑천·탄천 등 서울 4대 하천 인근 주거 단지가 부동산 시장에서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과거에는 범람 위험과 악취, 소음 등의 이유로 선호도가 낮았지만 서울시가 추진해 온 대규모 하천 복원 사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수질 개선과 함께 산책로, 자전거도로, 체육시설 등이 조성되며 하천은 단순한 물길을 넘어 생활형 녹지이자 여가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한강 조망 아파트가 적게는 수천만 원, 많게는 수억 원의 프리미엄을 형성하는 것과 달리, 하천 인접 단지는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수변 생활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실수요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한강만큼 탁 트인 조망은 아니지만 일상에서 자연을 가까이 누릴 수 있다는 점이 주거 만족도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강 대신 중랑천…행당동 수변 주거지의 재발견

  

▲ 서울시는 지난 1999년부터 현재까지 약 5500억원을 투입해 도심 하천 복원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해왔다. 사진은 중랑천 일대의 모습. ⓒ르데스크

 

서울시는 1999년부터 현재까지 약 5500억원을 투입해 도심 하천 복원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왔다. 콘크리트로 덮여 있던 하천을 자연형 수로로 바꾸고 마른 하천에는 유지용수를 공급해 사계절 물이 흐르도록 했다. 여기에 자전거도로와 산책로, 수변 광장, 체육시설 등을 조성해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단순한 환경 개선을 넘어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사업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그중에서도 성동구 행당동을 지나가는 중랑천은 서울 동북권 주거 환경을 바꾼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수질 개선과 함께 장미정원, 체육공원, 자전거도로 등이 조성되면서 과거의 기피 시설 이미지를 벗고 생활형 수변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르데스크가 방문한 주말에도 영상의 기온 덕분에 러닝과 산책, 자전거를 타며 주말을 여유롭게 즐기는 시민들로 하천변은 붐비는 모습이었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 역시 ‘조망’보다는 생활환경 개선에 더 큰 가치를 두는 분위기다. 최석준 씨(51)는 “평소에는 아파트 주변에서 강아지와 산책을 하지만 주말에는 자주 중랑천으로 나온다”며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강아지 유치원을 따로 보내지 않아도 될 정도라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최 씨는 “집에서 한강이 보이는 곳에 살았다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만, 최근 한강벨트 주변 아파트 가격이 일반 서민이 접근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게 오르면서 상급지로의 이동이 사실상 쉽지 않다”며 “그런 점에서 중랑천은 현실적인 대안이자 생활 만족도를 높여주는 공간”이라고 덧붙였다.


▲ 중랑천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르데스크

 

또 다른 입주민 박윤정 씨(40)는 “중랑천이 보여서 집값이 비싸다고 느끼기보다는 창문을 열면 녹지가 보이고, 집에서 산책로까지 바로 이어진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며 “한강처럼 탁 트인 조망은 아니지만 하천 뷰만으로도 계절 변화를 충분히 느낄 수 있어 생활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박 씨는 “단순히 하천이 가깝다는 점만으로 이 동네를 평가하기보다는 교통과 생활 인프라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인근에 왕십리역이 있고, 출퇴근 시간에 막히는 경우가 잦긴 하지만 동부간선도로를 통해 서울 중심부로 이동하기도 비교적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장점을 바탕으로 행당동 일대 아파트 가격도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랑천 조망 여부와 단지 입지에 따라 가격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수변 생활 인프라를 갖춘 주거지로서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집안에서 중랑천을 볼 수 있는 ‘서울숲리버뷰자이’ 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10월 전용면적 25평 매물이 27억원에 거래되면서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반면 일부 동에서는 중랑천 조망을 보기 힘든 ‘라체르보푸르지오써밋’은 동일 평수를 기준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었다. 지난해 10월 32층 매물이 26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중랑천 품은 행당동, 개발·교통 호재에 주거 가치 ‘재평가’


단순히 중랑천으로의 우수한 접근성뿐만 아니라, 행당동 일대에 예정된 각종 개발 사업 역시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005년 도시개발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행당동에서는 다수의 정비사업이 본격화됐다. 행당 7구역은 ‘라체르보 푸르지오 써밋’으로 재개발이 이미 완료됐으며 인접한 행당 8구역은 현재 재개발을 추진 중이다. 단순한 주거지 정비를 넘어 도시 재생과 정비 사업이 결합된 형태로 역세권 개발과 함께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 조성으로 이어지면서 지역 전반의 가치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교통 인프라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2029년 개통을 목표로 진행 중인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은 교통 여건 개선을 넘어 서울 동북권 입지를 재평가하는 계기로 꼽힌다. 이로 인해 중랑천을 따라 형성된 노원·성북·중랑·동대문·성동·광진·강남구 등 7개 자치구의 재건축 예정 단지와 신축 대단지 아파트 가격에도 상승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 


▲ 사진은 행당동 일대에 들어선 신축 주거 단지의 모습. ⓒ르데스크

 

사업이 정상적으로 완료될 경우 노원구 월계동에서 강남구 대치동까지의 차량 이동 시간은 기존 50분대에서 10분대로 크게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상습적인 교통 정체와 여름철 집중호우로 인한 도로 침수 문제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면서 인근 지역의 주거 환경 역시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또 서울시는 1단계 사업으로 장거리 지하터널이 완성되면 2단계로 기존 지상 도로를 순차적으로 철거해 중랑천과 연계한 수변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수변공원의 크기는 221만㎡로 약 20만9000㎡ 규모인 서울 여의도 공원보다 10배가 넘는 크기다.


다만 인근 공인중개사들은 하천 인접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단지가 일률적인 프리미엄을 형성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단순히 하천이 가깝다는 점보다는 실제로 하천 조망이 가능한지, 산책로나 자전거도로 접근성이 좋은지, 소음이나 습기 등의 문제는 없는지가 하천변의 아파트 가격을 좌우한다”며 “하천과 단지 사이에 도로가 있거나 저층 세대의 경우 기대만큼의 가격 상승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오히려 같은 행당동 내에서도 중랑천이 가까운 매물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왕십리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매물을 우선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랑천 인근 단지들은 하천을 따라 러닝이나 자전거를 즐기는 등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선호도가 높다”면서도 “다만 지난해 10월 15일 발표된 정부의 부동산 대책 이후 거래가 크게 줄어들면서 현재는 매물 자체가 귀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좋은 매물이 나오면 집을 직접 보지 않고도 가계약금을 거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수질 악화와 환경 문제로 외면받아 온 도심 하천이 최근 정비 사업을 거치며 하나의 ‘주거 경관’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이를 한강 벨트의 완전한 대체재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우수한 경관은 아파트 가격 형성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며 “잘 정비된 도심 하천은 충분히 주거 선호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상징성과 스케일 면에서 한강을 완전히 대체하는 경관으로 보기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사 속 Q&A
Q1. 한강 대신 4대 하천(중랑천 등) 인근 단지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A.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한강벨트 등 상급지 이동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수변 생활(산책로, 체육시설 등)을 누릴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Q2.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이후 지상 공간은 어떻게 활용될 예정인가?
A. 기존 지상 도로를 철거하고 약 221만㎡ 규모의 수변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Q3. 최근 서울 주거 가치를 결정짓는 새로운 기준은 무엇인가?
A. 기존의 입지, 교통, 생활 인프라에 더해 조망과 녹지 환경이 중요한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한강 조망의 대안으로 수변 조망(하천 뷰)이 주목받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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