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지배구조 개편’ 언급 후…국민연금, KB금융 지분 늘렸다
금융당국 ‘지배구조 개편’ 언급 후…국민연금, KB금융 지분 늘렸다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편을 언급한 직후 국민연금이 KB금융지주 지분을 추가 매입하면서 금융당국의 직접적인 경영 개입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금융감독원장이 국민연금을 통한 사외이사 추천 필요성을 거론한 직후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지분율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시장의 시선은 곱지 않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지분 매입이 향후 KB금융 지배구조 개편, 나아가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관치금융’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 말 기준 KB금융 보통주 3310만7971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분율은 8.68%로 집계됐다. 직전 보고서 제출일이던 지난해 11월 20일 당시 보유 지분 8.56%에서 0.12%p 늘어난 수치다. 국민연금은 KB금융의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국민연금이 KB금융 지분을 추가 매입한 시점은 금융감독원이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 출범을 예고하고,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국민연금을 사외이사 추천 주체로 언급한 이후라는 점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 국민연금이 KB금융 지분을 추가 매입한 시점은 금융감독원이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 출범을 예고하고,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국민연금을 사외이사 추천 주체로 언급한 직후인 것으로 드러나 매입 의도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KB금융그룹]

 

이찬진 금감원장은 최근 금융지주 회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금융지주 회장 승계 절차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강조하며 사외이사 추천 경로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전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의 주주 추천’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사실상 국민연금을 지칭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 참여해 차기 회장 선임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인 만큼 국민연금이 사외이사를 추천할 경우 경영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현재 주요 금융지주 가운데 국민연금이 ‘일반투자’ 목적을 공시한 곳은 KB금융이 유일하다. 자본시장법상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 일반투자, 경영참여 중 하나로 구분해 공시해야 한다. 일반투자일 경우 사외이사 추천이나 주주제안이 가능하다. 반면 단순투자는 의결권 행사 외에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제한받는다. 하나금융, 신한금융, 우리금융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이 투자 목적을 단순투자로 명시해놨다.

 

KB금융은 내년 중순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회추위는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다. 특히 현 사외이사 7명 가운데 5명의 임기가 내년 3월 종료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국민연금이 사외이사 추천에 나설 경우 차기 회장 선임 구도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다.

 

금융당국은 공식적으로는 ‘자율성’을 강조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사외이사 추천 여부나 절차를 당국이 강제하지는 않으며 국민연금이나 다른 주주들의 자율적 판단에 맡겨질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금융감독원이 지배구조 개선 TF를 통해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 회장 장기 연임 구조 점검 등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역할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정책적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스튜어드십 코드 관련 규정에서도 국민연금이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목적의 활동은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르데스크

 

특히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국민연금의 사회적·공적 역할을 강조하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금융권의 경계심을 키우고 있다. 이 대통령은 국민연금이 국민 자산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의결권 행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도 과도한 개입은 국가자본주의로 흐를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한 바 있다. 문제는 그 경계선이 어디까지냐는 점이다. 금융지주 사외이사 추천과 회장 선임 관여는 단순한 의결권 행사보다 훨씬 직접적인 경영 영향력 행사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실제 스튜어드십 코드 관련 규정에서도 국민연금이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목적의 활동은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사외이사 추천이 허용되더라도 그 목적과 절차, 추천 인사의 독립성을 둘러싼 명확한 기준이 없을 경우 ‘관치금융’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당국 역시 이러한 우려를 의식해 지배구조 개선 TF 논의 과정에서 보완 장치를 함께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국민연금의 지분 확대 자체보다도 시점이 더 민감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 수장이 지배구조 개편과 국민연금 역할을 언급한 직후 최대 주주가 지분을 늘리면 시장에서는 정책적 의도가 개입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며 “의도가 없더라도 오해를 살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사외이사 추천과 의결권 행사, 지분 확대까지 동시에 움직일 경우 사실상 정부 영향력이 금융지주 경영에 투영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사 속 Q&A
Q1. 국민연금은 KB금융 지분을 얼마나 늘렸나?
A. 국민연금 지분율은 8.56%에서 8.68%로 0.12%p 증가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KB금융 보통주 3310만7971주를 보유 중이며, KB금융의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Q2.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어떤 발언을 했나?
A. 금융지주 회장 승계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조하며 사외이사 추천 경로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전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의 주주 추천’을 언급했다.
Q3. 국민연금이 KB금융에서만 사외이사 추천이 가능한 이유는?
A. KB금융에 대해서만 지분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로 공시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상 일반투자는 사외이사 추천이나 주주제안이 가능하지만, 단순투자는 의결권 행사 외 경영 관여가 제한된다. 하나금융·신한금융·우리금융은 모두 단순투자로 공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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