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神)의 대리자 가면 뒤엔…중동 화약고 수장 하메네이 권력의 민낯
신(神)의 대리자 가면 뒤엔…중동 화약고 수장 하메네이 권력의 민낯
[사진=연합뉴스]

40년 가까이 이란에서 절대 권력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이하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라흐바르)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세지면서 그의 측근 세력에 대한 관심도 새삼 커지고 있다. 하메네이가 수천·수만명의 민간인 사상자를 발생시킨 유혈 진압의 주범으로 내몰려 실각할 경우 함께 축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국제사회 안팎에선 자국민 인권을 외면한 하메네이의 안하무인격 행보의 배경엔 그를 따르는 권력자들의 든든한 조력이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IRGC·하마스·헤즈볼라…종교지도자 가면 쓴 하메네이의 ‘체스말’ 이슬람 무장 세력의 실체

 

1939년 출생인 하메네이는 이란의 정치·군사·종교를 아우르는 국가 최고의 권력자다. 과거 초대 최고지도자인 루홀라 호메이니의 문하생이었다. 그는 1989년 호메이니 사망 이후 최고지도자 자리를 물려받아 지금까지 무려 37년여 동안이나 이란을 통치하고 있다. 이란은 이슬람 공화국 특유의 신정 체제 국가로 최고지도자가 국가 원수인 대통령보다 높은 지위에 있으며 국가 내 모든 권한을 행사한다. 최고지도자는 종신 직책인 탓에 별다른 이변이 없다면 하메네이는 죽을 때까지 이란 최고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

 

최고지도자의 권력을 지탱하는 핵심은 막강한 군사력이다. 최고지도자는 이슬람 체제 수호를 목적으로 1979년 창설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를 직접 통제하는 권한을 지닌다. IRGC는 육·해·공군은 물론 정보·사이버 부문까지 아우르며 반정부 시위 진압과 대외 군사 작전의 선봉 역할을 맡는다. 이란의 정규군보다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이 조직의 핵심 지휘부는 현재 하메네이의 측근들이 독차지하고 있다. 

 

▲ 하메네이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를 통해 정권 유지를 위한 실질적 무력 기반을 갖춘 상태다. 사진은 모하마드 팍푸르 IRGC 총사령관(왼쪽)과 아흐마드 바히디 IRGC 부사령관. [사진=Wikipedia]

 

대표적인 인물은 IRGC의 총사령관인 모하마드 팍푸르다. 팍푸르는 이란·이라크 전쟁을 경험한 베테랑 군인이다. 2009년부터 약 15년간 혁명수비대 지상군 사령관을 지내며 반정부 시위 진압과 국경 지역 군사 작전을 총괄했고 지난해 하메네이에 의해 총사령관으로 발탁됐다. IRGC의 2인자인 역시 하메네이의 측근이 차지하고 있다. 아흐마드 바히디 부사령관은 과거 내무부 장관을 역임하며 하메네이의 심복으로 거듭났다. 이 외에도 지난해 발탁된 ▲모하마드 카라미 IRGC 지상군 사령관 ▲메지드 카데미 IRGC 정보책임자 ▲마지드 무사비 IRGC 항공우주군 사령관 등도 모두 하메네이의 측근들로 평가받고 있다.

 

이란 최고 권력의 지휘를 받는 IRGC의 이란 내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단순한 군사 조직을 넘어 기업들까지 직·간접적으로 소유하며 이란 경제 전반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국가 예산에 의존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자금력도 갖추고 있다. IRGC 자금력의 최정점에는 이란 최대 공공개발 기업인 ‘하탐몰안비야’가 자리하고 있다. IRGC가 소유한 이 기업은 대형 인프라 건설, 석유·가스 개발, 항만 및 댐 공사 등 이란 내 초대형 국가 프로젝트를 도맡다시피 하고 있다. 하탐몰안비야 산하에는 타스님통신사(언론), 에테마드 아민투자회사(금융), 이란해양산업회사(조선) 등의 계열사도 포진해 있다.

 

이 중 이란해양산업회사가 소유한 사드라(Sadra) 조선소는 대형 선박 및 해양 구조물 건조 능력을 앞세워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을 지속해 왔다. 이란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독일의 리크머스, 벨기에의 엑스마르 등 유럽 선박 그룹들과 대규모 건조 계약을 체결한 바 있으며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와도 긴밀한 사업 관계를 유지해 왔다. 국내 기업들과도 접점을 맺고 있다. 지난 2017년 삼강엠앤티(현 SK오션플랜트)는 사드라 조선소 회장단의 국내 사업장 방문을 계기로 선박 제조 협력을 맺은 바 있다. 삼강엠앤티는 2021년 SK그룹에 편입된 후 2023년 SK오션플랜트로 사명을 변경하며 사업 구조를 재편한 상태다. 

 

▲ 팔레스타인·레바논의 무장정파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 중동 내 무장 단체들도 하메네이의 우군을 자처하고 있다. 사진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소속 무장 병력. [사진=연합뉴스]

 

팔레스타인·레바논 등을 주 무대로 활동하는 무장단체 하마스, 헤즈볼라 등도 하메네이의 우군을 자처하고 있다. 하메네이는 1990년대 초반부터 하마스에 자금·무기·훈련 등을 제공하는 핵심 후원자 역할을 자처해왔다. 미국 국무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에게 매년 약 1억달러(원화 약 1470억원) 이상의 자금을 지원해왔다. 심지어 수년 전부터는 지원 규모를 연간 3억5000만달러(원화 약 5200억원)까지 늘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메네이는 이들 무장단체들과의 긴밀한 관계를 서슴없이 드러내왔다. 지난해 2월 하마스 내 대표적인 친(親) 하메네이파인 칼릴 알하야 정치국원으로부터 변함없는 물적·영적 지원에 대한 감사 인사를 받기도 했다. 알하야는 2024년 10월 야히야 신와르 전 하마스 지도자 사망 이후 현재 하마스의 임시 지도직을 수행 중인 인물이다. 하메네이는 얼마 전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하산 나스랄라의 뒤를 이어 헤즈볼라 수장에 오른 나임 카셈과도 친분을 과시했다. 특히 지난해 2월엔 나임 카셈을 레바논 내 자신의 ‘전권 대리인’으로 직접 임명하는 칙령을 발표하며 그가 단순한 동맹 세력의 수장을 넘어 이란의 신정 통치 철학을 대변하는 대리인임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천문학적 자산 보유한 ‘하메네이의 금고’ 세타드…이란시장 노리고 독재자와 손잡은 기업들

 

하메네이는 막강한 군사력에 걸맞은 자금력도 갖추고 있다. IRGC 소유의 기업들이 존재하긴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IRGC 유지를 위한 자금 마련의 목적일 뿐 그의 권력 유지를 위한 별도의 자금 창구는 따로 있다. 자금 창구의 실체는 바로 ‘세타드(Setad)’다. 이 조직은 1989년 루홀라 호메이니가 사망 직전 이슬람혁명 이후 국외로 도피하거나 처형된 인사, 왕정 지지 세력 등이 남긴 주인 없는 재산을 환수하라는 명령에 의해 탄생했다. 설립과 동시에 최고지도자 직속 기구로 규정됐고 이후 최고지도자직을 승계한 하메네이가 자동적으로 통제권을 넘겨받았다.

 

▲ 세타드와 글로벌 기업의 주요 협력 사례.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지난 2013년 한 외신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테헤란 증권거래소 및 미국 재무부 자료 등을 근거로 추산한 결과, 세타드가 보유한 부동산과 기업 자산 규모는 약 950억달러(원화 약 140조원)에 달했다. 해당 발표 이후 약 10년이 지난데다 세타드가 수많은 사업체를 직접 운영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자산 규모는 천문학적 수준으로 불어났을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세타드는 ‘타드비르 경제개발그룹’(TEDG)과 그 자회사들을 막후에서 지배하며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TEDG 산하에는 ▲타드비르 에너지그룹(에너지) ▲바라켓 파메드(제약) ▲이란통신공사(통신) ▲이란 모빈 전자 개발(전자) ▲타드비르 산업광산개발회사(광산) ▲이란 코드로(자동차) 등 여러 분야의 기업들이 다수 존재한다.

 

미국 재무부 해외재산관리국(OFAC)에 따르면 세타드는 행정명령 13599호에 따라 OFAC의 제재 대상으로 지정돼 있으며 미국인이나 미국 법인과의 거래가 엄격히 금지된 상태다. 그러나 미국 외 다른 나라에선 별도의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다. 세타드 역시 이 부분을 염두하고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글로벌 기업들과 활발한 사업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 중엔 글로벌 제약사가 유독 많은 편이다. 무려 1억명에 달하는 소비시장, 전체 인구 85% 이상의 의료보험 가입, 96%에 달하는 자국 내 의약품 자급률 등에 기인한 안정적인 의약품 수요를 염두한 결과로 풀이된다.

 

세타드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으론 ‘위고비’로 유명한 덴마크의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꼽힌다. 지난 2016년 TEDG 산하의 제약사 바라켓 파메드가 이란 내에 소유한 약 3만9000㎡(약 1만1800평)에 달하는 토지를 구매했는데 노보노디스크가 해당 부지를 빌려 공장을 세웠다. 또 공장 운영에 필요한 전기, 용수 등도 TEDG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노보 노디스크의 신임 CEO로 임명된 마지아르 마이크 두스트다르 역시 이란인이다.

 

지난 2016년 스페인의 제약사 케모그룹도 바라켓 파메드의 자회사인 아티 파메드의 지분 65%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아티 파메드는 호르몬제 및 특수 의약품 생산에 특화된 기업으로 케모그룹은 기술 이전과 자본 투자를 통해 이란 내 생산 라인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또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 역시 이란 현지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인슐린 생산 현지화를 추진 중인데 이 과정에서 세타드의 직·간접적으로 협력 관계를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 글로벌 바이오 기업 외에도 세타드와 직·간접으로 우호관계를 맺고 있는 글로벌 기업은 여럿 존재한다. 중국의 화웨이도 그 중 하나다. [사진=화웨이]

 

글로벌 바이오 기업 외에도 세타드와 직·간접으로 우호관계를 맺고 있는 글로벌 기업도 여럿 존재한다. 중국의 최대 통신 장비 업체 화웨이의 경우 TEDG 산하의 통신기업 이란통신공사와 그 자회사인 MCI에 주요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2020년 미국 검찰이 공개한 공소장에 따르면 화웨이는 수출제재를 위반하고 이란통신공사와 MCI에 미국산 컴퓨터 장비를 우회 수출하기도 했다.

 

프랑스의 푸조 역시 이란의 최대 자동차 제조사이자 TEDG 계열사인 코드로와 약 30년 넘게 협력해 왔다. 또 2016년엔 코드로와 약 4억유로에 달하는 규모의 이란 현지 합작 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한국 기업 중에도 과거 세타드와 인연을 맺은 곳들이 존재한다. 일례로 지난 2016년 대우건설과 현대건설은 TEDG의 계열사인 타드비르 에너지 소유의 바흐만 제노와 100억 달러 규모의 정유 시설 건설 예비 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국제 정세와 제재 강화로 인해 실질적인 사업을 벌이진 않았다.

 

세타드의 수장은 최고 권력으로 통하는 ‘요직 중에 요직’으로 여겨져 왔다. 현직을 포함해 역대 세타드 수장은 모두 하메네이의 최측근이 맡았으며 세타드 수장 이후에는 더욱 높은 자리로 이동했다. 현재 이란 권력의 3인자로 불리는 모하마드 모크베르 부통령이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 2007년부터 2021년까지 세타드 수장을 역임한 뒤 현재는 부통령직과 함께 하메네이의 경제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2026년 1월 현재 세타드의 수장 역시 하메네이 최측근 중 한 명인 바르비즈 파타가 맡고 있다. 파타는 IRGC 출신 인물로 과거 에너지부 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미국 재무부의 특별 제재 대상 명단에 포함돼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하메네이가 40년 가까이 절대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군사력(IRGC)과 자본력(세타드)을 바탕으로 부를 사유화하고 이를 다시 측근 세력과 무장 단체에 배분함으로써 견고한 카르텔을 구축했기 때문이다”며 “이란 내의 하메네이의 권력 구조는 단순한 정치 체제를 넘어 거대한 경제 공동체의 성격까지 띠고 있는 만큼 사실상 이란은 그의 말 한마디에 의해 움직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기사 속 Q&A
Q1.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직속 자금줄인 '세타드(Setad)'의 자산 규모와 운영 구조는?
A. 세타드의 자산 규모는 2013년 기준 약 950억 달러(원화 약 140조 원)로 평가됐으며 10년이 지난 현재는 그 가치가 훨씬 더 불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지주회사인 '타드비르 경제개발그룹(TEDG)'을 통해 에너지, 제약, 통신 등 국가 산업을 장악하고 있으며 타드비르 에너지, 바라켓 파메드(제약), 이란통신공사(TCI), 이란 코드로(자동차) 등을 산하에 두고 있다.
Q2.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통제하는 경제 카르텔의 실체와 대외 협력 사례는?
A.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단순 군사 조직을 넘어 이란 최대의 경제 집단 중 하나다. 이란 최대 공공개발 기업인 '하탐몰안비야'를 소유하고 있으며 인프라 및 석유·가스 개발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하탐몰안비야 산하의 사드라(Sadra) 조선소는 독일의 리크머스, 벨기에의 엑스마르 등 유럽 선박 그룹과 건조 계약을 체결했으며 2017년 삼강엠앤티(현 SK오션플랜트)와도 협력 관계를 맺은 바 있다.
Q3.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하마스, 헤즈볼라 등 중동 내 무장 단체에 지원하는 군사·재정적 규모는?
A. 미국 국무부 자료에 따르면 이란은 하마스에 매년 최소 1억 달러(원화 약 1470억 원)를 지원해 왔으며 최근 분석에 따르면 그 규모가 연간 최대 3억5,000만 달러(원화 약 5200억 원)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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