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 은값 동반 폭등에 쏠린 투자자 시선…슈퍼랠리 뒤 ‘급락 주의보’
금 · 은값 동반 폭등에 쏠린 투자자 시선…슈퍼랠리 뒤 ‘급락 주의보’

금과 은 가격이 연일 고점을 경신하며 투자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로 달러 가치 약세 우려가 커진 데다 관세 정책과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이 금값을 끌어올리는 가운데 태양광·전기차·AI 데이터센터 등 산업 수요를 등에 업은 은은 45년 만의 최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슈퍼 랠리’ 국면에 진입했다. 다만 최근 급등 이후 금·은 가격이 큰 폭의 조정을 겪으면서 시장에서는 단기 과열과 변동성 확대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은’ 45년 만의 슈퍼 랠리…산업 수요가 만든 구조적 상승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따르면 12일 은 선물 가격은 트로이온스(온스·31.1g)당 85.09달러로 젼년(32.98달러) 대비 무려 158% 증가했다. 1980년 은 파동 당시 고점이었던 48.7달러를 45년 만에 경신한 것이다. 은 가격의 상승세는 단순한 안전자산 선호를 넘어 산업 구조 변화와 맞물려 있다.

 

최근 수년간 은은 귀금속이라는 전통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첨단 산업의 핵심 소재로 재평가받고 있다. 태양광 패널과 전기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고효율 전력이 필요한 산업 전반에서 은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 상승의 구조적 기반이 형성됐다. 실제로 전 세계 은 생산량의 절반 이상은 산업용으로 소비된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태양광 패널 한 장에는 수십 그램의 은이 들어가고 전기차 한 대에도 25~30g의 은이 사용된다.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과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은 수요는 장기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제에너지기구와 국제재생에너지기구는 향후 수년간 태양광 설비가 대폭 확대될 경우 은 수요가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공급 여건은 반대로 제한적이다. 은은 대부분 구리·아연·금 등 다른 금속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부산물 형태로 생산된다. 순수 은 광산은 이미 고갈 단계에 접어들었고 신규 광산 개발에는 10년 이상이 소요된다. 환경 규제 강화와 광산 투자 위축까지 겹치며 단기간 내 공급을 늘리기 어렵다는 점이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여기에 중국이 은을 전략 자원으로 분류하고 수출 통제를 강화하면서 글로벌 공급 불확실성도 확대됐다.

 

이러한 수급 불균형은 투자 자금 유입을 더욱 자극했다. 은 ETF와 선물 시장으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며 가격 상승이 가속화됐고 일부 시점에서는 현물 가격이 선물 가격을 웃도는 ‘백워데이션’ 현상까지 나타났다. 이는 은이 단순한 투기 대상이 아니라 실수요가 뒷받침되는 자산임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됐다.

 

다만 급등 이후 조정도 만만치 않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가 은 선물 증거금을 인상하자 레버리지 비중이 높은 투자자들의 포지션 정리가 이어졌고 은 가격은 하루 만에 두 자릿수에 가까운 하락폭을 기록했다. 은 시장이 구조적 강세를 보이더라도 단기적으로는 높은 변동성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금, 안전자산이지만 막차타기엔 ‘글쎄’…과열 뒤 변동성 주의보

 

금 역시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 글로벌 탈세계화 흐름 속에서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을 적극적으로 매입하며 가격을 끌어올렸다. 특히 달러 자산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금은 다시 한 번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금위원회에 따르면 중앙은행들은 최근 3년 연속 연간 1000톤 이상의 금을 순매입했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13일 기준 금 한 돈(3.75g)의 시세는 95만2000원이다. 전년(54만1000원) 대비 76% 이상 오른 수치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금값이 중장기적으로 강세를 이어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부 기관은 온스당 5000달러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국내 금 소비 시장에서도 돌반지 한 돈 가격이 100만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 은과 금 모두 최근 급등 국면을 거치며 투기적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ETF와 파생상품을 통한 자금 유입은 상승 속도를 빠르게 하지만 반대로 작은 충격에도 급락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금 역시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에서 자유롭지 않다. 금 가격 상승의 중요한 배경 중 하나는 저금리 환경과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다. 만약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정되거나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할 경우 금 보유의 기회비용은 다시 부각될 수 있다. 위험자산 선호가 살아나면 금값이 일정 부분 조정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은과 금 모두 최근 급등 국면을 거치며 투기적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ETF와 파생상품을 통한 자금 유입은 상승 속도를 빠르게 하지만 반대로 작은 충격에도 급락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최근 금속 가격은 하루 사이 5~10%씩 급등락하는 모습을 보이며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단기 추세에 편승한 투자자들에게 상당한 리스크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금과 은을 동일한 시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금은 전통적인 안전자산 성격이 강해 포트폴리오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지만 은은 산업 경기와 금융 시장 변동성의 영향을 동시에 받기 때문이다. 은 가격이 금보다 훨씬 큰 폭으로 움직이는 이유다. 구조적 수요 증가가 이어지더라도 단기 조정 국면에서는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설명이다.

 

투자 방식에 따라서도 유의점은 달라진다. 실물 투자는 보관·유통 비용과 매매 스프레드가 크고 ETF나 선물 투자는 세금과 변동성 리스크가 따른다. 특히 레버리지 상품은 단기간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만큼 손실 위험도 동일하게 확대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금·은 투자에 대해 방향성에 베팅하기보다 비중 조절과 분산 투자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조적 상승 요인이 존재하더라도 가격이 이미 상당 부분 선반영된 국면에서는 변동성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치솟는 금·은값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지만 지금은 수익보다 리스크를 먼저 따져봐야 할 시점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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