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좋아지니 상권은 오히려 침체…정자동 카페거리의 역설
교통 좋아지니 상권은 오히려 침체…정자동 카페거리의 역설

한때 ‘우리나라 1세대 카페거리’로 불리며 수도권 대표 핫플레이스로 꼽혔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카페거리가 최근 뚜렷한 침체 국면을 맞고 있다. 주말마다 북적이던 유동 인구는 눈에 띄게 줄었고 카페를 중심으로 형성됐던 거리의 정체성도 점차 흐려지고 있다. 소비 트렌드 변화와 상권 경쟁 심화, 교통 환경 재편이 맞물리며 과거의 명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자동 카페거리는 신분당선, 수인분당선 환승역인 정자역 5번 출구에서 도보로 10분만 이동하면 방문할 수 있는 곳이다. 오른편에 동양파라곤 아파트, 왼쪽에 분당 현대아이파크를 낀 약 500m 거리를 ‘정자동 카페거리’다. 


르데스크가 방문한 평일 오후 정자동 카페거리에는 오가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때 줄을 서서 커피를 마시던 풍경은 사라졌고, 평일 낮임에도 거리는 한산한 분위기였다. 또한 ‘카페거리’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거리 곳곳에는 식당, 선술집, 와인바 등 다양한 업종의 매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 르데스크 취재 결과 카페거리를 오고 가는 사람들을 찾아 보기 힘들었다. 사진은 정자동 카페거리 일대의 모습. ⓒ르데스크

 

카페거리는 국내 카페 문화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던 시기에 등장했다. 당시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을 넘어 데이트와 휴식을 즐기는 장소로 인식되며 사람들로 붐볐다. 넓은 테라스와 통유리 인테리어, 이국적인 분위기를 갖춘 카페들이 하나둘 들어서면서 정자동 카페거리 일대는 ‘도심 속 유럽’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정자역 일대는 판교역과 가까운 데다 네이버, NC, 넥슨 등 대기업 사옥과 IT 기업, 주거 단지가 밀집해 있어 직장인과 가족 단위 고객을 동시에 끌어들일 수 있었다. 특히 지난 2019년 성남시가 발표한 정자1동카페거리 상권 유입인구는 용인시, 수원시, 강남구가 가장 많았다. 이처럼 정자동 카페거리 일대는 주말에는 수도권 전역에서 방문객이 몰려들어 주차난이 심각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소비 트렌드 변화와 상권 경쟁 심화,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정자동 카페거리는 점차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소비자들의 카페 이용 방식 변화가 꼽힌다. 과거에는 ‘분위기 좋은 카페’ 자체가 중요한 요소였다면 요즘에는 SNS에 올릴 만한 독특한 콘텐츠와 콘셉트, 체험 요소가 더 중요해졌다. 이에 따라 성수동, 연남동, 익선동처럼 개별 브랜드의 스토리와 감성을 강조한 상권들이 주목받고 있다.


반면 정자동 카페거리는 스타벅스, 커피빈, 투썸플레이스 등 대형 프랜차이즈 중심의 비슷한 콘셉트 카페들이 밀집해 있어 차별성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아파트 단지 사이에 형성된 상권 특성상 탁 트인 전망이나 특별한 경관을 즐기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자역 인근에 있는 탄천이 벚꽃 명소로 유명해 봄철에는 여전히 커피 축제 등이 열리지만 평소에는 주민들을 제외한 사람들의 방문 동기를 끌어낼 만한 요소가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 정자동 카페거리 내에서 영업을 멈춘 카페의 모습. ⓒ르데스크

 

주민 박기현 씨(55·여)는 “예전에는 주말, 평일 가릴 것 없이 늘 북적였는데 요즘에는 주말에도 사람들이 가득 찬 카페를 찾기 힘들다”며 “과거에는 카페도 다양하고 많아서 이곳이 정말 특별하다고 느꼈지만 지금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카페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아파트 단지 안에 형성된 거리라 주변에 볼거리도 많지 않다”며 “동네 사람들과는 여전히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지만 요즘은 경기도에 뷰가 좋은 카페들이 워낙 많아 차를 타고 다른 지역으로 나가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높은 임대료 역시 상권 침체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정자동 카페거리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한 자영업자는 “월세로 약 450만 원을 내고 있는데 이 주변에서는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며 “전성기 때 형성된 높은 임대료 수준이 유지되면서 매출이 줄어든 상황에서도 임대료는 크게 내려가지 않아 소규모 개인 카페나 개성 있는 브랜드들이 버티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한창 장사가 잘되던 시절에는 이 골목 대부분이 카페였어도 모두 수익이 났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지금은 당시부터 영업을 이어오던 카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상권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또 신분당선 개통도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2011년 10월 신분당선이 개통되면서 정자, 분당, 서현에 거주하고 있던 주민들이 정자동 카페거리 대신 강남이나 신사, 논현 등 서울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신분당선이 개통되기 전에는 정자역에서 강남역까지 광역버스를 타고 30~40분 걸렸다. 하지만 신분당선을 타면 17분으로 단축됐다. 유행에 민감한 20~30대 젊은 층들로선 굳이 이 거리를 찾을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전문가들 역시 정자동 카페거리 침체의 원인으로 교통 환경 변화와 상권 경쟁 심화를 꼽았다. 유정석 단국대 부동산계획학과 교수는 “신분당선이 개통된 이후 정자역 일대 아파트 가격은 대체로 상승했지만 상업시설의 매출과 수익성은 오히려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크다”며 “서울로의 접근성이 훨씬 좋아지게 되면서 소비자들이 굳이 지역 상권을 이용하기보다 강남이나 다른 대형 상권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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