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첨단 기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실패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대부분의 첨단 기술 스타트업 투자가 오로지 첨단 기술의 개발 가능성만을 재료로 삼고 있다 보니 기술 개발 유·무에 따라 투자 성패 또한 극명하게 엇갈리는 모습이다. 기술 개발에 성공했을 때는 엄청난 수익을 실현할 수 있지만 반대일 경우엔 엄청난 손해가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중소형 기술주 투자는 ‘고수익 실현’ 또는 ‘엄청난 손실’이라는 양면성을 지닌 만큼 투자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1분 만에 하한가” 국내 기술 스타트업 투자 악몽 재현…높게 오를수록 추락 피해도 크다
23일 국내 우주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의 첫 상업 우주발사체 ‘한빛-나노’가 발사 도중 폭발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장 초반 상승세를 보이던 주가 역시 한순간에 급락했다. 이날 주가는 전일 대비 28.60% 내린 1만710원에 장을 마감했다. 발사 전까지 이노스페이스 주가는 우주발사체 발사 성공 기대감에 20% 이상 오르며 1만8010원까지 치솟았지만 발사 실패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1분도 채 되지 않아 하한가(-30.00%)로 곤두박질쳤다.
이노스페이스는 지난 10월 국내 기업 최초로 상업 우주발사체 발사 허가를 취득하며 ‘한국판 스페이스 X’라는 수식어를 얻었고 주가 역시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지난 8월 7000원대에서 거래되던 주가는 이날(23일) 발사 직전 1만8010원까지 오르며 불과 약 4개월 만에 200% 넘게 급등했다. 그러나 주가 상승을 견인해 온 우주발사체 발사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주가 상승세 또한 막을 내렸다. 증권가에선 이번 발사 실패로 단기 불확실성이 매우 커지면서 당분간 주가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기술 개발 기대감으로 단기간에 가파른 상승을 보였다가 한 순간에 폭락한 종목은 이노스페이스뿐만이 아니다. 바이오 스타트업 파라택시스코리아(옛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신약 후보물질 폐섬유증 치료제 ‘BBT-877’ 임상 실패로 지난 4월 15일부터 21일까지 5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올해 초 3000원대에 거래되던 주가는 임상 발표 전날(4월 14일) 장중 9280원까지 올랐으나 이후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며 현재 1000원 아래로 떨어진 상태다. 바이오업계에서는 파라택시스코리아가 BBT-877 개발에 역량을 집중해온 만큼 해당 파이프라인 실패가 치명적 악재로 분류된 결과라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또 다른 국내 바이오 기업 HLB테라퓨틱스도 올해 6월 24일 자체 개발 중인 신경영양성각막염(NK) 치료제가 유럽 임상을 통과하지 못했다는 소식에 곧바로 하한가로 직행했다. 지난 6월 23일 9100원으로 장을 마감한 뒤 다음날(24일) 임상 실패 소식에 하루 만에 6370원(-29.92%)까지 떨어졌다. 이후 하락세를 거듭하며 현재는 3000원 이하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불과 약 6개월 만에 70% 넘게 떨어진 셈이다.
반도체, 인공지능(AI) 사업을 영위하는 스타트업 상장사들 역시 기술 개발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사업화에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시장의 냉혹한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9월 23일 코스닥에 상장한 국내 반도체 스타트업 아이언디바이스가 대표적이다. 아이언디바이스는 세계 최초의 반도체 원천 기술을 보유했다는 점에서 상장 초기 주목을 받았으나 이후 실제 개발 과정에서 비용 절감이나 공정 효율화 전략이 충분히 입증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적자 폭도 2022년 15억원, 2023년 35억원, 2024년 49억원 등으로 꾸준히 확대됐다. 기술력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면서 주가 역시 상장일 종가(1만900원) 당시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고 지금은 3000원선까지 내려앉았다.
지난 2023년 7월 26일 코스닥에 상장한 AI·XR(확장현실) 융합 솔루션 기업 버넥트 주가도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버넥트는 상장 당시 메타버스 기반 산업용 솔루션 기술력을 앞세워 투자자들의 기대를 모았지만 이후 기술 경쟁력 자체에 대한 의구심과 수익 모델이 뚜렷하지 않다는 업계의 지적이 끊이지 않으면서 주가 또한 하향 곡선을 그렸다. 주가는 상장일 1만1700원에 거래를 마친 이후 현재 3000원대까지 하락하며 약 2년 5개월 만에 75% 가량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첨단기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구조적으로 높은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는 만큼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상장 초기 기술 개발 단계에서 형성된 기대감이 주가를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그만큼 실망 또한 크기 때문에 주가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기술력이 일정 수준 입증됐더라도 실제 수익성까지 연결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만큼 투자 과정에서 기술력뿐 아니라 사업화 가능성을 반드시 함께 점검해야 한다는 조언했다.
한제윤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술 기반 스타트업은 핵심 기술이 사업 전반을 지탱하는 단일 축 구조인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기술 개발에 차질이 생기면 실적과 기업 가치가 동시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사업 기반이 취약한 중·소형주의 경우 단일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며 “이 같은 구조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소액 투자자들의 기대 심리가 실제 사업 경쟁력 이상으로 주가에 반영된 사례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기술 스타트업은 상장 이후에도 상당 기간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경향을 띄고 있다”며 “기술 실패 가능성은 물론, 성공하더라도 사업화 과정에서 추가 자금 조달과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 있어 투자자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