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이재현 ‘은둔 경영’ 탈피 요구 뒤엔 K-엘리트 학맥, 능력자 사위 후광
CJ 이재현 ‘은둔 경영’ 탈피 요구 뒤엔 K-엘리트 학맥, 능력자 사위 후광

최근 CJ그룹이 주력 분야인 K컬처·K푸드의 전 세계적인 관심에도 불구하고 만성 부진에 시달리면서 이재현 회장의 리더십이 재평가되고 있다. 횡령·탈세 혐의로 파기환송심에서 결국 실형 판결을 받으며 ‘은둔의 경영자’라는 수식어를 얻긴 했지만 현 시점에선 이 회장 특유의 은둔 경영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콘텐츠 유통과 식품·뷰티 사업 등 CJ그룹 주요 사업의 특성상 정부의 지원, 업계와의 협업 등이 동시에 요구되는 만큼 총수의 활발한 활동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다른 재벌그룹들이 총수들의 활발한 대외 활동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점은 이재현式 경영의 변화 요구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K-엘리트 코스 밟은 CJ그룹 이재현 회장…삼성家 금수저 배경에 경복고-고려대 학맥

 

CJ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재현 회장은 삼성그룹 창업주 집안에서 태어난 재벌 3세이자 오늘날 CJ그룹을 글로벌 문화·생활 기업으로 키운 장본인이다. 이 회장의 부친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인 고 이맹희 씨다. 1960년 출생인 이 회장은 서울 경복고와 고려대학교 법학과 학사를 졸업한 후 1985년 제일제당(현 CJ제일제당) 경리부 평사원으로 입사하며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CJ그룹의 계열분리 이후 직접 그룹을 이끌며 본격적으로 ‘CJ’란 사명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1998년 국내 최초 멀티플렉스 극장 CGV를 설립하는 등 CJ그룹을 식품·바이오, 유통·물류,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산업을 영위하는 대규모 기업 집단으로 성장시켰다.

 

이 회장은 주요 그룹 총수들 중 보기 드문 순수 ‘국내파 경영인’으로 손꼽힌다. 해외 대학 또는 MBA 과정을 거친 재계 인사들과 달리 국내에서 모든 학업을 마친 뒤 곧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덕분에 서울 경복고와 고려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그의 네트워크는 재계는 물론 법조, IT, 문화·체육계까지 폭넓게 뻗어 있다. 먼저 이 회장의 경복고 선배로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 구본준 LX홀딩스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등이 있다. 사촌동생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등도 경복고 후배 경영인들이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이 회장은 고려대 법학과 출신답게 법조계와 정치권 인사들과도 두터운 인연을 맺고 있다. 한상대 전 검찰총장, 최교일 전 국민의힘 의원 등과는 대학 동문으로 두터운 친분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정부 시절 법무부 장관을 지낸 김성호 전 장관의 경우 이 회장의 대학 선배로 과거 공직에서 퇴임한 후 CJ그룹 사외이사를 지내며 이 회장과 인연을 이어가기도 했다. 이 회장의 고대 법대 선배이기도 한 이기수 전 고대 총장은 이 회장의 장녀 이경후씨의 결혼식에서 주례를 맡기도 했다. 

 

이 회장은 고대 출신 경제인 모임인 고대경제인회에도 꾸준히 참석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대경제인회에는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등 재계 인사들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명박 전 대통령, 정세균 전 국무총리, 오세훈 서울시장 등 고위 공직자도 다수 포함돼 있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은 현대건설 회장 재직 시절부터 회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학맥 외에도 사업 확장 과정에서도 몇몇 인물들과 깊은 인연을 맺었다. 일례로 김범석 쿠팡 의장과는 쿠팡 창업 초기부터 긴밀한 교류를 이어온 사이로 전해진다. 당시 김 의장이 국내 주요 기업인들과 관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식품·유통 분야에 영향력이 큰 이 회장이 조언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과거 쿠팡과 CJ제일제당이 햇반 등 주요 제품의 납품 단가를 두고 1년 넘게 갈등을 겪기도 했지만 두 경영자 간 개인적 인연은 별도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준혁 넷마블·코웨이 의장 역시 평소 “존경하는 인물”로 이 회장을 공개적으로 언급할 만큼 각별한 신뢰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 회장은 그동안 줄곧 CJ 브랜드 홍보의 수단으로 스포츠 마케팅을 활용해 왔는데 그 과정에서 몇몇 유명인들과 인연을 맺었다. CJ그룹은 2017년부터 총상금 131억원 규모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 ‘더 CJ 컵(The CJ Cup)’을 개최하며 국제시장에 이름을 알리고 있다. 현재 이 회장은 제이 모나한 PGA 투어 커미셔너를 비롯해 ‘더 CJ 컵’ 우승 경험이 있는 저스틴 토머스, 제이슨 데이 등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교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부친 후광 없었지만 자녀 후원 든든…삼성그룹 장손 대신 ‘CJ그룹 창업주’ 새 역사

 

▲ 이선호 CJ그룹 미래기획그룹장(사진 왼쪽)과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담당실장. [사진=CJ그룹]

 

이 회장은 일찌감치 후계구도에서 탈락한 부친의 후광 없이 CJ그룹을 일궜다는 점에서 그동안 여타 재벌가 후손들과 다른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그의 자녀들만큼은 든든한 우군을 자처하며 CJ그룹의 성장을 함께 도모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 회장 자녀들의 네트워크가 글로벌 중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재계 안팎에선 탄탄한 그의 국내 네트워크와 자녀들의 해외 네트워크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다만 이러한 기대만큼 은둔 경영을 탈피해야 한다는 요구 또한 커지는 모습이다.

 

재계 등에 따르면 현재 이 회장의 장남이자 후계자인 이선호 CJ그룹 미래기획그룹장, 장녀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담당실장 등은 모두 그룹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이 그룹장의 경우 미국 시장을 핵심 성장 동력으로 지목하고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실제로 미국 시장은 CJ그룹 캐시카우이자 주력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의 핵심 타깃이다. 해외 매출의 84%를 미국에서 발생시키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는 그 비중이 6%p 가량 늘었다. 이 그룹장은 미국 자회사 ‘슈완스(Schwan’s Company)’를 통해 미국 현지 사업 확장에 주력하고 있는데 그 역시 이 회장과 마찬가지로 브랜드 인지도 강화의 방법으로 스포츠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이 그룹장은 지난 2023년부터 슈완스를 통해 LA레이커스와 각종 마케팅 활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비비고 로고가 박힌 유니폼을 제작해 전 세계 농구팬을 겨냥한 스포츠 마케팅을 선보이기도 했다. LA레이커스의 구단주는 중국계 외과의사 출신 사업가이자 바이오 기업 ‘난트웍스(Nantworks)’의 창업주 패트릭 순 시옹 회장이다. ‘난트웍스’는 암 치료제를 만드는 글로벌 기업으로 현재 손자회사인 미국 최대 학자금 대출업체 네비언트(NAVI)가 미국 나스닥에 상장돼있다.

 

▲ 서울 중구 CJ제일제당 본사. [사진=연합뉴스]

 

중국 최대 IT 기업인 텐센트의 마화텅 회장도 이 그룹장의 해외 네트워크로 주목받는 인물 중 중 하나다. 지난해 2월 슈완스는 미국 현지 게임업체 라이엇게임즈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e스포츠 마케팅 확대에 나섰다. 라이엇게임즈는 리그오브레전드(LOL)를 제작한 세계적인 게임 회사로 텐센트의 100% 자회사다. 텐센트의 모회사인 텐센트홀딩스는 현재 홍콩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이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담당실장도 탄탄한 글로벌 인맥을 보유하고 있다. 이 실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주로 남편을 통한 간접 인맥, 또는 대학 동문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이 실장의 배우자는 지난해 그룹 정기인사를 통해 CJ ENM의 핵심 요직인 콘텐츠·글로벌사업 총괄에 임명된 정종환 총괄(부사장)이다. 1980년생인 정 총괄은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기술경영 학사와 경영과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중국 칭화대 경영대학원(MBA)을 거친 글로벌 엘리트다. 씨티그룹 및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금융기업에서 실무 경력을 갖추고 있어 그룹 후계자인 이 그룹장 보다 우수한 인재라는 평가가 많다.

 

정 총괄이 졸업한 칭화대는 시진핑, 후진타오 등 중국 정계 거물들을 배출한 중국 최고 명문대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칭화대 법학 석사 출신이다. 정 총괄은 래리 호건 전 메릴랜드 주지사와도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2년 CJ그룹 미주법인 대표 시절 래리 호건 전 미국 메릴랜드 주지사의 요청으로 직접 주지사 부부를 맞이했으며 이 자리에서 CJ그룹의 북미 사업 전략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호건 전 주지사는 전남 나주 출신의 한국계 배우자를 두고 있으며 2022년에는 한·미 동맹 강화에 기여한 공로로 대한민국 수교훈장을 수훈한 바 있다.

 

▲ 고(故) 이맹희 CJ명예회장 영결식 당시 영정사진을 들고 있는 정종환(앞 줄 오른쪽) CJ ENM 콘텐츠·글로벌사업 총괄과 그 뒤를 따라가는 이선호(두번째 줄 오른쪽) CJ그룹 미래기획그룹장. [사진=연합뉴스]


현재 정 총괄은 CJ ENM의 해외 진출을 주도하며 현장 경영에 나서고 있다. 지난 9월에는 한국을 찾은 글로벌 리더십 커뮤니티인 ‘YPO’(Young Presidents’ Organization) 멤버들을 만나 CJ ENM이 보유한 최첨단 콘텐츠 제작 기술을 소개하고 해외 시장 확대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YPO는 세계 150여개국에서 3만5000명 이상의 CEO들로 구성된 글로벌 리더십 커뮤니티로 YPO 회원들이 한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YPO 이사회는 영국 인적자원(HR) 솔루션 기업 인스파이어드HR CEO 데비 카루 의장과 소피안 알모아예드 바레인 알모아예드 인베스트먼츠 CEO, 아흐메드 쥬베리 파키스탄 에이펙스 프린트리 CEO 등이 주요 임원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그룹장과 이 실장의 대학 동문 인맥도 주목을 받고 있다. 1990년생인 이 그룹장은 컬럼비아대 금융경제학과를 졸업했고, 1985년생인 이 실장은 동 대학 불문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조직심리학 석사 학위를 땄다. 컬럼비아대학은 ‘오펜하이머’의 케이시 애플렉, ‘인셉션’의 조셉 고든레빗 등 현재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할리우드의 인기 배우들의 출신학교로 유명하다. 역대 최고의 코미디 영화 중 하나로 꼽히는 ‘덤 앤 더머’ 감독의 피터 패럴리도 이 학교 출신이다. 특히 조셉 고든레빗은 이 실장과 같은 불문학과 출신으로 같은 시기에 학교를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조셉 고든래빗의 배우자인 타샤 맥컬리는 챗GPT 제작사 오픈AI의 이사회 멤버 출신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CJ그룹 이재현 회장은 국내 학맥과 정·재계 네트워크를 직접 관리해 온 전형적인 국내파 총수로 과거 CJ그룹 성장기에는 그의 배경이 사업 확장에 매우 효과적이었지만 글로벌 경쟁이 심화된 현 시점에서는 해외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 경영 약점으로 꼽히기도 한다”며 “다만 장남과 장녀, 그리고 사위까지 모두 해외 명문대 출신으로 다수의 글로벌 인맥을 보유하고 있어 이 회장의 약점을 원활하게 보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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