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도 카르나타카주 벵갈루루 지역이 ‘인도의 실리콘밸리’라는 수식어와 함께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보조금 형태의 투자 인센티브, 국제공항과의 접근성 등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인도 시장 진출을 시도하는 기업들에겐 최적의 입지로 평가받고 있다. 애플, SAP,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글로벌 기업들의 공장·연구소 건립도 확정된 상태다.
‘메이드 인 인디아’ 정책 품은 벵갈루루…글로벌 기업들의 R&D·생산기지 급부상
8일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3일 인도 벵갈루루 외곽에 위치한 데바나할리에 신규 지점을 개설했다고 밝혔다. 인도 첸나이와 구루그람에 이어 3번째 지점이다. 국내 금융사 중 벵갈루루에 진출한 기업은 하나금융이 유일하다. 하나금융은 이 지역에서 첨단 제조 기업 대상 금융 지원과 기술 기반 스타트업 금융 컨설팅 등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같은 날 현대모비스도 벵갈루루에 소프트웨어 전문 연구소를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현대모비스는 현지 소프트웨어 연구개발 수요가 증가에 따라 연구거점 신설을 검토해왔으며 개발환경이 우수한 벵갈루루를 최종 낙점했다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벵갈루루 지역은 인도 IT 산업의 핵심 도시다”며 “이번 연구소 건립을 통해 현지 기술력 확보와 함께 글로벌 자동차 시장 대응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의 ‘벵갈루루’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2월 삼성전자는 반도체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했다. 해당 연구소는 약 16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건물로 한국 이외 지역에서 가장 큰 삼성 R&D 시설 중 하나다. IT·모바일용 카메라 모듈(CCM) 검사와 자동화 장비를 생산하는 하이비젼시스템도 지난해 인도법인을 설립하고 올해 11월 제1공장 준공을 완료했다. 애플 협력업체인 하이비젼시스템은 최근 테슬라 실무진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글로벌 기업과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벵갈루루 진출도 가속화되고 있다. 애플 제품을 조립·생산하는 폭스콘은 지난 4월 벵갈루루에 아이폰 생산 공장을 짓기 위해 약 28억달러(원화 약 4조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전 세계 폭스콘 공장 중 두 번째로 큰 규모다. M.B. 파틸 카르나타카주 상공부 장관은 당시 SNS를 통해 “벵갈루루가 인도를 세계 아이폰 수도로 만드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유럽 시총 1위 기업인 독일 반도체 회사 SAP도 지난 8월 벵갈루루에 반도체 R&D 센터 공사에 착수했다. 해당 공장은 독일 외 공장 중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SAP는 AI, 클라우드, 산업용 IoT 등 첨단 기술 중심의 연구를 수행하며 현지 연구소를 통해 공급망 최적화와 혁신 전략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5일 기준 SAP 시총은 2885억달러(원화 약 423조원)로 유럽 시총 2위에 해당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벵갈루루 진출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인도 시장의 급부상과 중앙·지방정부 차원의 파격적인 투자 인센티브 때문이다. 카르나타카주는 법인세 감면, R&D 지원금 등 다양한 보조금 혜택을 제공하며 초기 투자비용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공장·연구소를 설립하는 기업에는 지출의 최대 20%(최대 5억 루피) 자본 보조금 또는 7년간 연 2.5% 생산연계 인센티브(PLI) 등이 제공된다. 인도 중앙정부도 신규 사업체에는 5년간 전기세 전액 면제, 3년 간 재산세 30% 환급 등의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풍부한 인재 인프라, 물류·교통 인프라 등도 벵갈루루 지역의 매력으로 꼽히고 있다. 벵갈루루에는 인도과학원과 벵갈루루 국제정보기술연구원 등 유수 대학과 연구기관이 밀집해 있다. 인도과학원은 인도 내에서 최고의 연구 성과를 내는 기관이며 벵갈루루 국제정보기술연구원은 지역 기업들과 인도 인재들의 연결을 도와주는 기관이다. 특히 벵갈루루 지역 내 기업이 현지 인력을 채용하면 직원 한 명당 인턴십 지원금을 월 최대 5000루피(인턴 100명 한도)까지 지원해준다. 지원금 최대 한도는 7억 루피에 달한다.
벵갈루루는 인근에 켐페고우다 국제공항(BLR)이 자리하고 있어 글로벌 인재들의 이동과 부품·장비 등의 수송에도 유리한 것으로 분석됐다. 단순 생산을 넘어 연구개발, 글로벌 마케팅, 물류 관리까지 통합 운영이 가능한 입지 조건을 갖춘 셈이다. 이러한 교통 인프라 덕분에 글로벌 기업뿐 아니라 스타트업 생태계도 활발하게 형성돼 혁신 기업들이 벤처와 협력하거나 신기술을 테스트하기에 유리한 지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도 현지 증권업계 관계자는 “벵갈루루는 IT분야 인재들과 글로벌 기업, 스타트업 생태계가 결합된 전략적 거점으로 활용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덕분에 생산·연구개발 시설뿐만 아니라 글로벌 마케팅 장소로도 각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앙·지방 정부가 힘을 합쳐 투자·세재 인센티브를 늘려주는 추세라 해외 기업들의 진출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도는 최근 수년간 세계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신흥 시장이다”며 “중앙 정부 차원에서도 ‘메이드 인 인디아’ 정책을 중심으로 한 각종 세제·보조금 지원 혜택을 내놓고 있어 앞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인도 진출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 중에서도 벵갈루루는 향후 인도의 산업과 연구개발을 선도하는 핵심 거점이 될 가능성이 높게 평가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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