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훈 신한카드 사장의 경영 행보가 도마 위에 올랐다. 취임 첫 해인 올해 ‘효율성·성과주의’를 최우선 가치로 삼으며 대규모 인력 감축과 규율 강화를 단행하는 등 직원 희생을 강요했음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성과가 없자 박 사장을 둘러싼 ‘경영 자질론’이 일고 있다. 심지어 회사 출범 이후 처음으로 직원 성과급도 ‘0원’으로 책정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내부 직원들까지 ‘자질론’을 언급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업계 안팎에서는 박 사장을 둘러싼 경영 자질론은 그룹 전체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파격 승진’ 박창훈, 취임 첫 해부터 노사관계 악화일로…성과·직원신임 전부 놓쳤다
신한카드 노동조합 조합원들은 3일 오후 11시30분 서울 중구 을지로 신한카드 본사에서 ‘임단협 성실 교섭 촉구’ 집회를 가졌다. 이날 집회는 올해 신한카드 직원의 성과급이 ‘0원’으로 책정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데 따른 항의 성격이 강했다. 신한카드는 지난달 열린 경영현황 설명회에서 “올해 성과급 지급이 어렵다”고 직원들에게 안내한 바 있다. 2007년 신한카드 출범 이후 직원 성과급 전액 미지급 가능성이 공식적으로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조는 카드업 전반의 부진과 경영환경 악화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이 현실적인 대안과 성과 목표를 제시하지 않아 직원들이 보상에서 배제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이날 집회는 회사 건물 내부에서 진행된 탓에 구호를 외치거나 목소리를 높이는 방식은 아니었지만 노조원들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했다. “지주에는 묵언수행, 직원에는 갑질경영”, “시대역행 근태감시, 신한카드판 제5공화국”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경영진의 문제점을 요목조목 짚었다. 일부 노조원은 올해 초 박 사장 취임 이후 1년 만에 역성장 1위를 달성했다며 인사 실패를 강하게 지적하기도 했다.
올해 초 사장 인사에서 부사장도 거치지 않고 곧장 본부장에서 사장에 오른 박 사장은 취임 초부터 조직 개편과 기강 확립을 최우선 과제로 삼으며 고강도 쇄신 작업을 주도했다. 지난 6월에는 팀장급 자리 약 30%를 축소하는 등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지난달에는 콜센터 등 하청업체 비정규직 200명 이상을 연말까지 감축하는 계획도 발표했다.
박 사장은 내부 직원들의 기강 강화에도 주력했다. 올해 초 상반기 사업 전략회의에서 임직원 근무 효율성 제고 및 근무기강 확립을 위해 점심시간 1시간 제한, 평일 음주 금지 등의 캠페인을 실시했다. 당시 박 사장은 “미국 비자카드 방문 당시 점심시간에 일어나는 사람이 없었고 다들 일이 바빠 자리에서 빵을 먹으면서 일했다”며 “평일에 술을 마시다 걸리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 사장이 직원들의 희생과 맞바꾼 경영성과는 초라했다. 신한카드는 상반기 당기순이익 하락률 35%를 기록했다. 경쟁사들에 비해 유독 큰 감소폭이었다. 실적 하락은 3분기에도 이어져 3분기 신한카드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3804억원으로 전년 대비 31.2%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다른 카드사들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변동률은 ▲KB국민카드 -24.2% ▲우리카드 -24.1% ▲하나카드 -7.8% ▲삼성카드 -6.4% ▲롯데카드 5.8% ▲현대카드 6.2% 등이었다.
신한카드와 경쟁사와의 격차도 점차 벌어지고 있다. 과거 순이익 1위 자리를 차지해 온 신한카드는 지난해 처음 삼성카드에 자리를 내줬고 올해는 그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신한카드와 삼성카드의 분기 별 누적 순이익 격차는 갈수록 커졌다. 격차 수준은 ▲1분기 475억원 ▲2분기 863억원 ▲3분기 1139억원 등이었다. 3분기 만에 지난해 연간 격차(859억원)를 넘어선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신한카드 직원 A씨는 “올해 들어 대규모 조직 개편에 근태 압박까지 심해지면서 직원들의 심적·체력적 부담이 상당히 커졌다”며 “올해 상반기 희망퇴직 등으로 인력이 크게 줄면서 현장 업무 강도는 높아졌는데 성과급까지 불확실해자 직원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직원들에게 이 정도 희생을 강요했으면 최소한 그에 걸맞는 보상이 이뤄지게끔 하는 게 능력 있는 리더 아닌가”라며 “박 사장이 과연 신한카드 덩치에 맞는 경영적 능력을 갖췄는 지 의문이다”고 덧붙였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선배들이 회사를 떠나고 업무 환경이 빡빡해진 상황을 몸소 체험한 직원들은 올 한해가 어떤 해보다도 힘들었을 것이다”며 “이런 상황에서 실적 회복도 되지 않아 성과급이 삭감되면 누구라도 경영진에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과를 내기 위해 쇄신 경영을 내세웠지만 그 효과를 보지 못했다면 그 책임의 화살은 모두 경영진을 향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해당 사안과 관련, 신한카드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끝내 연락이 닿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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