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 최강자 쿠팡을 둘러싼 초대형 악재로 유통업계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3370만건에 달하는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고로 쿠팡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급감한 가운데 경쟁사들의 반사이익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반사이익 기대감은 이미 경쟁사들의 주가에도 일부 반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유통업계 판도가 순식간에 뒤집힐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정보유출 충격에 이커머스 1위 쿠팡 신뢰도 뚝…SSG·컬리·네이버쇼핑 등 반사이익 기대감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계정 약 3370만개의 정보가 무단으로 유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공지했다. 유출된 정보는 고객 이름·이메일·전화번호·주소 등이었다. 올해 3분기 기준 쿠팡 구매 이력이 있는 고객 수가 2470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전체 고객 정보가 유출된 셈이다. 고객 정보 탈취 시도는 이미 5개월 전에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앞서 쿠팡은 해외 서버를 통해 지난 6월 24일부터 무단으로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사태로 쿠팡에 대한 소비자 신뢰는 크게 추락했다. 회원 탈퇴 러시는 물론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선 쿠팡을 상대로 한 단체소송 움직임까지 생겨났다. 지난달 29일 사건이 알려진 뒤 주요 포털사이트에는 집단소송을 준비하는 관련 카페가 연이어 개설됐다. 회원 수가 가장 많은 ‘쿠팡 해킹 피해자 집단소송 카페’의 가입자 수는 2일 오후 1시 기준 10만명을 넘어섰다. 관련업계에서는 관련 오픈채팅방과 카페 회원을 합산하면 총 2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부 역시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피해 규모가 3400만 건에 달하는데도 사건 발생 사실을 회사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 놀랍다”며 “사고 원인을 조속히 규명하고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관계 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효적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여당 내에서도 쿠팡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는 “쿠팡의 지난해 매출액은 41조 원을 넘는다”며 “법에 따라 매출액의 3%를 적용하면 1조200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물려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64조에 따르면 개인정보 유출 사고 기업에는 전체 매출액의 3%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유통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여론이 적지 않다. 쿠팡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흔들리면 자연스레 자사 플랫폼으로 발길을 돌릴 것이라는 판단이다. 국내 한 이커머스 기업 관계자는 “아직 눈에 띄는 수준은 아니지만 쿠팡의 대규모 해킹 사태 이후 구매량이 소폭 증가했다”며 “이번 기회를 활용해 서비스 품질과 고객 경험 강화 전략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유통업계에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생겨날 것이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과 같은 신뢰 문제는 단기간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기존 쿠팡 고객이 타 플랫폼으로 이동하며 자연스럽게 경쟁사 매출이 상승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쿠팡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아 단기적으로 경쟁사들의 수익성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이러한 반사이익 효과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쿠팡 해킹 사태로 인한 경쟁사들의 반사이익 기대감은 이미 주가에도 반영되고 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전일 대비 9.58% 오른 1만1440원에 장을 마감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자체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 중이다. 이어 신세계(+1.92%), 이마트(+2.88%), SK스퀘어(+2.15%) 등도 강세를 보였다. 이마트는 새벽배송 업체인 슥닷컴(SSG.COM)과 지마켓 등을 운영하며 SK스퀘어는 11번가의 최대주주다. 국내 온라인 식품·식자재 전문 이커머스 기업인 컬리도 비상장 주식 시장에서 강세를 보였다. 국내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이날 컬리는 전일 대비 1.18% 오른 1만7200원에 장을 끝냈다.
전문가들도 쿠팡 해킹 사태로 인한 경쟁사들의 반사이익은 필연적일 것이라는 견해를 내비쳤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유통기업에서 소비자 신뢰도는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다”며 “쿠팡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확산되면 자연스레 다른 경쟁 이커머스 업체로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단기적으로 경쟁사 매출과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번 사태는 모든 온라인 유통 기업들에게 보안 강화와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교훈을 남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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