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산증인 ‘서정진 신화’ 뒤엔 땀 · 노력 깃든 ‘자수성가 네트워크’
K-바이오 산증인 ‘서정진 신화’ 뒤엔 땀 · 노력 깃든 ‘자수성가 네트워크’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의 위상이 새 정부 들어 부쩍 커진 모습이다.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재계 총수 중 단 7명만 참석한 자리에 서 회장이 참석한 것 자체가 셀트리온그룹의 성장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라는 평가다. 덕분에 그의 인적 네트워크 등에도 새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바이오산업 특성상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 병원·학계와의 공동 연구 등이 동시에 요구되는 만큼 인적 네트워크 활용이 경영 성과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바이오 역사 새로 쓰는 샐러리맨 출신 총수…대우차·학계·학연 등 ‘서정진 네트워크’ 주목

 

서 회장은 국내 바이오 산업에서 ‘바이오시밀러’ 분야를 최초로 개척한 인물로 유명하다. 그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 나가며 약 20여년 만에 셀트리온그룹을 한국을 대표하는 바이오 기업으로 키워냈다. 1957년 충북 청주 출신으로 충암중, 인천 제물포고, 건국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뒤 1983년 삼성전기에 입사하며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한국생산성본부로 이직했다가 대우자동차에서 스카웃 제의를 받고 1991년 대우자동차 기획재무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6년 뒤 IMF외환위기 시절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직장을 잃게 됐다. 그는 적지 않은 나이인데다 경기까지 악화돼 재취업이 여의치 않자 당시 대우차 출신 동료들과 함께 넥솔을 창업했다. 1999년 설립된 이 회사는 오늘날 셀트리온그룹의 모태로 평가된다. 지금도 대우자동차 출신의 ‘대우맨’들은 서 회장의 최측근이자 창업공신으로서 셀트리온그룹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 인천광역시 연수구에 위치한 셀트리온 본사. [사진=연합뉴스]

 

넥솔 설립 당시 서 회장과 함께한 5명의 창업 공신은 ▲유헌영(1961년생) 셀트리온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 ▲기우성(1961년생) 셀트리온 대표이사 부회장 ▲김형기(1965년생) 셀트리온 대표이사 부회장 ▲문광영(1966년생) 전 셀트리온스킨큐어 사장 ▲이근경(1958년생) 전 셀트리온헬스케어 고문 등이다. 이 중 3명은 현재도 셀트리온그룹의 요직을 맡으며 경영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유헌영 부회장은 인하대 산업공학과 졸업 후 대우차에 입사해 서 회장의 부사수로 근무했다. 이후 서 회장을 따라 창업에 가장 먼저 합류하며 넥솔의 ‘1호 사원’을 자처했다. 유 부회장은 넥솔의 투자계열사 넥솔창업투자 대표를 맡았고 이후 셀트리온헬스케어 사장, 셀트리온GSC 대표이사를 맡은 뒤 2015년부터 현재까지 셀트리온홀딩스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이사 부회장은 한양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뒤 대우차 기획실에 입사했다. 그는 서 회장을 따라 넥솔로 자리를 옮긴 후 계열사 넥솔바이오텍 부사장을 지냈다. 2002년 셀트리온 설립과 함께 연구개발 및 생산부문을 담당했으며 생산지원본부와 경영지원본부 등을 거쳐 2015년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김형기 셀트리온 대표이사 부회장은 서강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대우차 기획실에서 12년간 근무했다. 2000년 넥솔로 이동한 뒤 그룹의 재무 전반을 책임져 왔다. 셀트리온 설립 초기 신규사업부문과 전략기획실, 기획조정실을 거쳐 2015년 셀트리온 공동 대표이사에 올랐다. 2017년 말 셀트리온이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 상장할 때도 김 부회장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모두 대우차 기획실에서 서 회장과 함께 일했던 팀원들이다.


또 다른 창업 멤버인 문광영 전 셀트리온스킨큐어 사장과 이근경 전 셀트리온헬스케어 고문 역시 대우차 기획실 출신이다. 다만 두 사람은 현재 셀트리온그룹을 모두 떠난 상태다. 창립 멤버는 아니지만 유석환(1957년생) 로킷헬스케어 회장(전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도 서 회장과 대우차 시절을 함께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유 회장은 1980년 대우차에 입사해 2001년 미국 보안시스템 개발사 타이코 인터내셔널로 옮겨 아시아·태평양 총괄 수석부사장을 지냈다. 이후 2007년 셀트리온에 합류해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서 회장은 창업 초기 바이오, IT, 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성장 기회를 모색했고 그 과정에서 2002년 셀트리온을 설립했다. 당시 그는 바이오 분야에 대한 전문성 한계 극복을 위해 국내·외 유명 바이오 연구자들을 직접 만나 영입을 시도했다. 당시 영입한 대표적인 인물로는 신승일 박사가 꼽힌다. 세계적인 생명과학자인 그는 서울대를 거쳐 네덜란드 레이던국립대 유전학연구소, 영국 런던 국립의학연구소, 스위스 바젤면역학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이력을 지녔다. 국내 동물세포배양 연구의 선구자로 꼽히는 이현수 박사도 당시 셀트리온에 영입된 바이오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현재는 프롬바이오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여·야 구분 없이 정치인 동문 다수 보유, 서정진 가족 네트워크도 셀트리온과 연결고리

 

서 회장은 ‘학맥’도 화려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서 회장은 서울 충암중과 인천 제물포고, 건국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뒤 충북대학교에서 명예 약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 회장의 충암중 동문으로는 윤석열(1960년생) 전 대통령, 심상정(1959년생) 전 정의당 당대표 등이 꼽힌다. 또한 서 회장은 인천 제물포고 동문회 인사들과도 막역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 회장의 제물포고 인맥으로는 유정복(1957년생) 현 인천시장, 박남춘(1958년생) 전 인천시장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유 시장과는 1년 선·후배, 박 전 시장과는 동기 관계다.

 

서 회장의 건국대 인맥 역시 고등학교 못지않다. 서 회장의 건국대 동기 중 가장 유명한 인물로는 정청래(1965년생) 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 꼽힌다. 정 대표는 서 회장과 건국대 산업공학과 학과 선·후배 관계로 같은 시기 대학을 다닌 것으로 전해졌다. 서 회장과 정 대표는 각각 건국대 83학번, 84학번이다. 정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4선 의원이다. 이재명 당대표 시절에는 최고위원을 역임했으며 12·3 계엄 이후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위원단 단장으로 활동했다.

 

서 회장의 가족 인맥 역시 그의 인적 네트워크를 지탱하는 한 축으로 꼽힌다. 장남 서진석 셀트리온 경영총괄 사장은 서울대 동물자원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생명과학 석·박사를 취득했다. 서 사장은 김장성 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과 깊은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원장은 정부출연연구기관 협의체 구축과 신약 파이프라인 발굴 등 국내 바이오 생태계 활성화를 이끌어 온 인물이다. 서울대 농생물학과와 KAIST 생물공학과 석·박사를 거친 이력이 서 사장과 일치한다. 현재 그는 대덕연구개발특구기관장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 서진석 셀트리온 경영총괄 사장(사진 왼쪽)과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차남 서준석(1987년생) 셀트리온USA 법인장은 미국 시장에서 사업 확장을 이끌고 있다. 셀트리온은 최근 미국 현지 생산시설 확보에 속도를 내며 인수·증설에 약 1조4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9월에는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와 약 4600억원 규모의 미국 뉴저지 브랜치버그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 인수 계약도 체결했다. 서 법인장 취임 후 셀트리온USA는 미국 내 바이오 전문 인력을 적극 영입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미국 내 백신분야 석학으로 꼽히는 ‘주비 제이콥-나라’(Juby Jacob-Nara) 박사를 최고 의료책임자(CMO)로 선임했다. 그는 머크, 노바티스,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를 거친 임상개발 전문가로 25년 이상 경력을 갖췄다. 2023년에는 암젠·화이자 등에서 30년간 영업·마케팅을 담당한 토머스 누스비켈을 최고사업책임자(COO)로 영입했다.

 

서 회장의 배우자인 박경옥 씨는 셀트리온복지재단 이사장을 맡아 사회공헌 활동과 사내 운영을 두루 챙겨왔다. 회사 규모가 크지 않던 2015년까지는 부서별 팀장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애로사항을 듣는 등 경영 현안에도 직접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셀트리온복지재단 이사회에는 시니어 케어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평가받는 구경회 분당서울대병원 교수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구 교수는 대한고관절학회장, 국제골순환학회장,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등을 역임하며 고관절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명의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셀트리온그룹이 국내 대표 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한 만큼 서 회장의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가 향후 경영 성과에 계속해서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계수 세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 총수의 인맥은 단순한 사적 관계를 넘어 기업의 전략적 자산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며 “특히 바이오처럼 정부 지원, 연구기관 협력, 각종 규제 대응 등이 복합적으로 요구되는 산업에서는 이러한 네트워크가 기업 성과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회사든지 인맥은 가장 중요한 경영 자원 중 하나로 꼽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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