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김희철 대표의 안전경영 리더십이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불과 두 달 사이 거제조선소에서 잇따른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한화오션이 내세운 ‘안전 혁신’ 구호가 실질적 변화를 이끌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김 대표가 과거 한화큐셀 시절부터 반복된 안전관리 부실 논란에 휘말려온 전력이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단순한 사고 이상의 경영 리스크로 번지고 있다.
12일 김 대표를 비롯한 한화오션 임직원 및 협력사 대표들은 ‘안전 혁신 선포식’을 개최했다.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안전 관련 모든 영역을 ‘리셋(Re-Set)’하고 ‘리스타트(Re-Start)’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한화오션은 이번 선포식을 계기로 제도, 시스템, 인력 전반에 걸쳐 안전문화 혁신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한화그룹 내에서 김동관 부회장의 핵심 측근으로 꼽힌다. 2012년 독일 큐셀 인수를 김 부회장과 함께 추진한 이후 한화큐셀 대표로 그룹의 에너지 사업을 총괄했고, 김 부회장이 한화오션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되자 그 역시 대표이사로 이동했다. 그러나 에너지 전문가였던 그가 조선업이라는 고위험 산업의 수장을 맡은 배경에 대해서는 여전히 ‘측근 인사’라는 시선이 따라붙는다.
김 대표가 이전부터 안전관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점도 안전 선포식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 대표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한화큐셀 대표로 한화그룹의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총괄했다. 그가 한화큐셀 대표직을 본격적으로 수행한 2019년 이후 한화큐셀 미국 법인에서 안전 관련 위반이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에 따르면 김 대표 재임 기간 한화큐셀 미국 법인의 근로자 안전 위반 사례는 총 8건이다. 이 가운데 6건이 ‘심각 단계(Serious)’에 해당했다. OSHA의 심각 단계는 근로자가 사망하거나 중대한 신체 부상을 입을 실질적 위험이 있다고 판단될 때 부여된다.
한화큐셀 미국 법인의 연도별 안전 규정 위반 건수는 △2019년 4건 △2020년 2건 △2022년 2건이다. 이로 인해 부과된 벌금은 총 7만6309달러(약 1억1200만원)에 달했다. 일례로 2020년 7월 19일에는 한 정비사가 기계 수리 중 와이어 베이스 낙하 사고로 중지가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반면 김 대표가 한화오션 대표로 자리를 옮긴 2024년 이후 한화큐셀 미국 법인에서는 단 한 건의 안전 위반도 보고되지 않았다
한화오션 대표직을 맡은 후에도 안전 관련 사고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최근 두 달간 거제조선소에서는 두 차례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월에도 야간 근로자가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졌으나 구급차 대신 오토바이로 이송돼 숨진 사건도 발생했었다. 지난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는 중대재해로 4명이 사망했다. 이는 조선 3사 중 사망자 수가 가장 많은 수준이다. 노조 관계자는 “연이은 사고는 한화의 안전대책이 보여주기식에 불과하다는 방증이다”며 “한화오션은 근로자 안전을 기업의 핵심 가치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계 관계자는 “김 대표는 김 부회장이 추진하는 핵심 사업마다 실무를 총괄해 온 인물이다”며 “에너지 전문가였던 그가 조선업 대표로 선임된 것만 보더라도 신임이 얼마나 두터운지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산업재해 문제가 현 정부의 핵심 과제인 만큼 사고가 지속될 경우 지금까지 쌓아온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이를 의식한 듯 제도·시스템·인력 등 세 가지 축에서 안전 혁신을 추진 중이다. 제도 부문에서는 안전 준수 동기부여 방안을 KPI(핵심성과지표)와 연계하고 협력사 안전관리 수준을 고도화한다. 형식적 절차와 제도는 과감히 폐지해 실효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시스템 측면에서는 반복사고 유형 분석과 예방 강화를 중점 추진한다. 인력 부문에서는 직급별·기능별 안전역량 강화와 외국인 및 협력사 대상 교육 확대를 병행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안전 선포식 날 “우리 안에 남아 있는 안전 불감증과 타협의 관성을 이제 버려야 한다”며 “안전을 처음부터 다시 확인하고 이번 혁신이 반드시 현장까지 이어지도록 대표이사로서 모든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화오션의 상황은 단순히 기업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산업안전 기조와도 맞물린다. 이재명 정부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핵심 과제로 제시한 만큼 대형사고가 반복될 경우 정부 차원의 특별점검이나 제재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한화오션이 미·한 조선 협력의 중심 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안전관리 부실은 단순한 기업 리스크를 넘어 국가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한화오션은 마스가로 인해 글로벌 주목을 받고 있는 기업이다”며 “중요한 시기에 안전사고가 반복되면 브랜드 신뢰와 이미지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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