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전엔 ‘서 · 육 · 남’ 이번엔 ‘尹 단절’…확 달라진 인사코드에 금융권 긴장
직전엔 ‘서 · 육 · 남’ 이번엔 ‘尹 단절’…확 달라진 인사코드에 금융권 긴장

새 정부 취임 이후 금융권 전반에 걸쳐 호남 출신 인사들의 부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공정거래위원회 등 핵심 기관의 수장 자리에 모두 호남 출신이 발탁된 데 이어 앞으로 남은 주요 기업·기관의 인사에서도 호남 출신들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영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던 호남 출신 인사들이 부상하고 있다는 것은 전임 정부와의 단절을 강조해 온 새 정부 인사 정책 기조와 맞닿아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향후 금융권 주요 인사도 지역이 아닌 전임 정부와의 단절 쪽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연이은 호남 출신 발탁에 금융권 긴장…“특정 지역 선호 보단 전 정권 단절 메시지로 봐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단행된 금융권 주요 인사에선 기존에는 없었던 파격 사례가 여럿 등장했다. 일례로 지난 9월 임명된 박상진 산업은행 신임회장은 71년 산업은행 역사상 최초의 내부 출신 회장이자 첫 호남 출신 인사다. 1962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난 박 신임회장은 전주고와 중앙대를 졸업한 뒤 1990년 산업은행에 입행했으며 이재명 대통령과는 중앙대 법대 82학번 동기로 고시반에서 함께 공부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 취임한 황기연 신임 수출입은행장도 호남 출신이다. 황 행장은 전북 익산 출신으로 익산 이리고와 전북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90년 수출입은행에 입행했다. 이후 서비스산업금융부장, 인사부장, 남북협력본부장 등을 거치며 30년 넘게 수출입은행에서만 근무했다. 황 행장의 전임자인 윤희성 전 행장은 휘문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윤 전 행장은 전임 윤석열정부 주요 인사코드로 유명했던 전형적인 ‘서·육·남’(서울대·60대·남성) 인사로 분류됐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금융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정부 기관 요직에도 호남 출신들이 대거 임명됐다. 지난 9월 임명된 주병기 신임 공정거래위원장 역시 전북 정읍 출신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금융권의 직접적인 감독기관은 아니지만 시장 질서를 규율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금융상품과 관련된 불공정 거래를 제재할 수 있는 권한을 지녔다. 전임 한기정 전 위원장은 ‘서·육·남’(서울대·60대·남성)으로 분류되는 동시에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같은 검찰 출신 인사다.

 

금융권 관련 정책과 인사의 창구 역할을 수행하는 대통령실 정책실장 역시 호남 출신이다. 지난 6월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한 김용범 정책실장은 전남 무안 출신으로 광주대동고를 졸업했다. 공공금융기관의 기관장과 임원 인사는 대통령이 최종 임명권을 갖는데 이 과정에서 정책실장이 주요 금융기관장 인사에 대한 추천·검증 자료를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구조다. 연말 정기 인사나 주요 금융기관 경영진 교체 시 정책실장의 의견은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정부 당시 발탁된 정책실장은 총 2명이며 각각 대구·서울 출신이었다.

 

금융업계 안팎에서는 아직 기관장이 선임되지 않은 금융공공기관과 여신금융협회장 등 금융권 주요 요직에도 비슷한 인사 기조가 적용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정확히는 호남 등 특정 지역이 아닌 전임 정권과의 분명한 차이점을 두는 시도가 잇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실제로 차기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 중 일부 역시 상당수가 전임자와 분명한 차이점을 지니고 있다.

 

▲ 양춘근 IBK연금보험 대표(사진 왼쪽)와 서태종 전 한국금융연수원장. [사진=연합뉴스]

 

일례로 국책은행 중 유일하게 차기 수장이 결정되지 않은 기업은행의 경우 전북 출신 양춘근 IBK연금보험 대표가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양 대표는 1962년 전남 담양에서 태어나 광주고와 전남대를 졸업한 뒤 1989년 기업은행에 입행했다. 그는 충청·호남그룹장, 디지털그룹 부행장, 경영지원그룹장을 거치는 등 기업은행 내부에서 탄탄한 경력을 쌓았다. 현재 기업은행을 이끄는 김성태 행장의 경우 충남 서천 출신이다. 윤 전 대통령의 고향은 충남 공주다.

 

또 여신금융협회장은 정완규 전 회장 임기가 지난 5일 만료됐지만 아직 회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 차기 회장 후보로는 서태종 전 한국금융연수원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역시 호남 출신이다. 서 전 원장은 광주대동고와 전남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제29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재무부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이후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을 역임하고 2021년 한국금융연수원장에 선임됐다. 전임자인 정 전 회장은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을 지낸 이력을 지녔다.

 

전문가들도 앞으로 남은 금융권 주요 인사에서도 전임 정권과의 단절을 강조한 인사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새 정부 출범 후 단행된 금융권 인사는 ‘내란종식과 국민주권회복’을 기치로 내건 정부 인사 정책 기조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해석된다”며 “향후 금융공공기관과 금융협회장 등에서도 유사한 패턴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부처·공공기관·협회 등의 인사 기조는 민간 금융사의 주요 임원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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