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직원들을 차별해 논란을 빚었던 TSMC 애리조나 파운드리 내부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생산성과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삼성전자 테일러 파운드리에게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내부 결속력과 협력사 네트워크를 강화하며 반사이익을 노리고 있다는 평가다.
11일 TSMC 애리조나 파운드리 소속 미셸 버나드(Michelle Bernardo) 씨는 “회사가 직장 내 차별 집단소송에 참여한 직원들에게 보복성 인사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이번에는 그 소송에 참여한 직원을 대상으로 인사 불이익과 협박성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버나드 씨에 따르면 TSMC 애리조나 파운드리는 소송에 참여한 일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부당한 인사 강등을 실시했다. 또 변호사에게 내부 인사 정보를 제공한 것은 ‘기밀 정보 유출’에 해당한다며 소송 참가자들에게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TSMC 애리조나 파운드리는 2020년 약 1000억달러(약 145조원)가 투입된 초대형 반도체 생산시설이다. 전체 직원은 2000여 명이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1100명이 대만 본사 파견 인력이다. 현재 4나노 공정 웨이퍼 생산을 시작했으며, 2026년 하반기부터는 2나노 공정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내부 갈등이 장기화되면 생산성과 품질 모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수백 개 공정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하는 산업이다”며 “부서 간 협력과 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면 생산 차질이나 결함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인종 간 갈등이 확산될 경우 미국 내 전체 사업 운영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TSMC의 내부 불화가 삼성전자 테일러 파운드리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 테일러 파운드리는 2021년 370억달러(약 51조원)를 투입해 건설됐다. 당초 지난해 가동이 예정됐으나 고객사 확보가 지연되며 공정률 90% 수준에서 멈춰 있었다. 그러나 올해 5월 닌텐도의 차세대 ‘스위치2’ 반도체 수주를 시작으로, 테슬라의 자율주행 AI 반도체 AI6, 애플 이미지센서 등 주요 고객을 잇달아 확보하며 본격적인 가동 준비에 들어갔다.
가동 시점이 늦어진 만큼 삼성전자 테일러 파운드리 임직원과 협력사들은 빠르게 결속력을 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TSMC와 달리 1998년부터 텍사스 오스틴 공장에서 메모리칩을 생산해 왔다. 임직원뿐 아니라 텍사스 지역사회와도 오랜 기간 유대관계를 구축해 왔다. 실제로 3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오스틴 공장 내에서 차별 관련 소송이 제기된 사례는 없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협력사들도 가동을 앞두고 테일러시에 모여들고 있다. 산업자재 유통기업 아이마켓코리아의 100% 자회사인 아이마켓아메리카(IMA)는 오는 17일 ‘그래디언트 테크놀로지 파크’ 착공식을 개최한다. 동진쎄미켐과 솔브레인 등 주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협력사들도 텍사스주 내 신공장을 건설 중이며 추가 투자를 통해 생산 능력을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 협력사 중에서는 반도체 장비업계의 ‘슈퍼을’로 불리는 ASML이 최근 테일러 인근 후토시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삼성전자 전담팀을 꾸리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에게 주어진 기회도 확대되고 있다”며 “테슬라 역시 자율주행용 AI5·AI6 칩을 TSMC와 삼성전자에 동시에 맡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사 간 경쟁 구도에서 삼성전자가 기술력과 안정성을 증명한다면 시장점유율 확대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도 TSMC의 내부 갈등이 삼성전자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파운드리 산업에서 장비도 중요하지만 인력이 핵심이다”며 “내부가 불안정하면 생산 차질이나 품질 저하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오히려 이런 시기에 조직 결집과 관리 역량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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