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가 연말 대규모 인적 쇄신을 예고하면서 강호동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이른바 ‘올드보이’(OB) 인사들의 거취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언급되는 인사들은 하나같이 강 회장의 선거 캠프 출신으로 퇴직자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강 회장 당선 이후 중앙회와 계열사 요직을 꿰찼다. 농협중앙회가 공개적으로 밝힌 쇄신 방안 내용 중에 퇴직 후 ‘경력단절자’에 대한 재취업을 원칙적으로 제한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그들의 자리 이동이나 교체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농협 안팎에선 강 회장의 최측근들이 교체될 경우 내부 권력 구조에도 변화의 움직임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농협중앙회 강호동 벼랑 끝 ‘인적 쇄신’ 카드에 캠프 출신 ‘OB멤버’ 거취 주목
금융권 등에 따르면 10일 농협중앙회는 올해 연말 인사부터 곧장 적용 예정인 인적 쇄신안을 발표했다. 이번 쇄신안은 농협중앙회 임원뿐 아니라 전 계열사의 대표이사, 전무이사 등 상근 임원과 집행 간부 전체에 적용될 예정이다. 이번 인사 대상자는 100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농협중앙회는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을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석이 된 자리에 임원을 선발할 땐 청렴성·도덕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번 쇄신안에는 특히 ‘경력단절자’의 재취업을 원칙적으로 제한해 국민 신뢰를 높이겠다는 내용도 함께 포함돼 주변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그동안 농협 안팎에서 퇴직 인사가 회장 선거 캠프 등에 참여한 뒤 주요 보직으로 복귀하는 이른바 ‘회전문 인사’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았던 점을 염두한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강 회장을 둘러싼 금품 수수 의혹과 함께 퇴직자들이 중앙회 및 계열사 요직으로 복귀한 데 대한 질타가 끊이지 않았다.
현재 농협중앙회 및 산하 계열사에 몸담고 있는 ‘회전문 인사’로는 지준섭 농협중앙회 부회장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지 부회장은 2022년 말 NH농협무역 대표직을 마친 뒤 퇴직했지만 강 회장의 선거캠프에 참여한 뒤 지난해 초 부회장으로 복귀했다. 당시 함께 임명된 ▲여영현 상호금융대표 ▲박서홍 농업경제지주 대표 ▲김창수 남해화학 대표 등도 모두 퇴직 이후 강 회장의 선거캠프에 참여했던 인물들이다.
여 대표와 박 대표는 각각 농협네트웍스 대표(2022년)와 농협경제지주 임원직(2023년)을 끝으로 퇴직했으며 김 대표는 2018년 농협중앙회 지역본부장 재직 이후 퇴직했다. 또 다른 캠프 출신인 김정식 농민신문사 사장 역시 농협중앙회 전무이사를 끝으로 2016년 퇴직했다가 8년 만에 복귀했고 조영철 전 농협홍삼 대표도 2022년 회사를 떠난 뒤 지난해 농협에코아그로 대표로 재발탁됐다.
올해 초에도 강 회장 캠프 출신 퇴직자의 재고용 기조는 이어졌다. 송춘수 전 농협손해보험 부사장은 지난해 2023년 퇴직 후 올해 초 NH농협손해보험 대표이사에 임명됐고 김장섭 전 농협생명 부사장 역시 2022년 퇴직 후 올해 NH저축은행 대표로 복귀했다. 이들 모두 과거 강 회장 선거캠프 관련 인사로 특히 송 대표는 경남 합천 출신으로 강 회장과 동향인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 출신 퇴직자인 김병수 중앙회 조합감사위원장도 올 여름 재고용됐다.
농협중앙회 안팎에선 올해 연말 인사에서 ‘퇴직 후 경력단절자의 재취업 제한’ 내용이 담긴 쇄신안이 강 회장의 캠프 출신 인사들에게도 적용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쇄신안이 농협 그룹 전반의 인사 투명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려는 목적을 내세운 만큼 만약 강 회장의 최측근들만 비껴간다면 쇄신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중앙회와 계열사 요직을 차지한 OB멤버들에게도 쇄신안이 적용되는지가 각종 사건·사고에 휘말려 벼랑 끝까지 몰린 강 회장의 운명을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만약 쇄신안이 강 회장의 최측근들에게도 적용될 경우 농협 조직 내부의 권력구도에 대대적인 변화가 생겨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강호동 회장 체제에서 요직을 차지해온 캠프 출신 인사들이 대거 교체될 경우 단순한 인사이동을 넘어 내부 권력 구조 자체에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며 “이번 인사 쇄신이 현실화되면 농협 그룹 전반의 권력 구도가 강 회장 체제 이후 처음으로 크게 흔들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일련의 사안과 관련,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이번 연말 인사는 단순한 자리 이동이 아니라 전문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쇄신 차원의 조치다”며 “임원 선발 시 전문성과 청렴성, 도덕성을 최우선으로 하고, 경영 효율화와 부정부패 근절, 지배구조 선진화 등 개혁안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어 “하반기 인사를 통해 농민들과 조합원의 신뢰를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