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대학이 학교폭력 이력이 있는 지원자를 불합격 처리했다는 사실이 해외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이를 두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도덕적 책임을 강조하는 조치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지만 입시 배제가 실제 폭력 예방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10개 국립대학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학교와 경북대학교를 포함한 주요 거점 국립대 6곳은 2025학년도 입시에서 학교폭력 전력이 있는 지원자 45명을 불합격 처리했다. 이 가운데 37명은 수시모집, 8명은 정시모집에서 탈락했다.
현재 전국 140여 개 대학이 자율적으로 학교폭력 조치 결과를 입시에 반영하고 있다. 평가 방식은 감점 등 정량평가뿐 아니라, 서류·면접 평가(정성평가)나 지원 자격 제한 등으로 다양하다. 2026학년도부터 서울교대, 부산교대, 경인교대, 진주교대는 학교폭력 이력의 경중과 관계없이 모든 전형에서 지원 자격을 제한하기로 했다. 사실상 ‘무관용 원칙’이 입시 제도에 도입되는 셈이다.
하지만 전문가 사이에선 처벌의 강화가 곧 예방 효과로 이어지는지 여부에 대해선 부정적인 반응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해외에서도 학교폭력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했던 국가들이 잇따라 부작용을 겪은 뒤 제도를 수정하거나 폐지한 바 있다.
폴란드는 2000년대 중반 학교 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지난 2006년부터 학생 간 폭력뿐 아니라 교사 폭행, 언어적 괴롭힘까지 형사처벌 대상에 포함시켰다. 학교폭력을 ‘범죄행위’로 규정하기도 했다. 이후 학교 내 경찰 배치가 확대됐고 폭력 가담한 학생은 즉시 퇴학 조치가 가능해졌다. 만약 학교가 징계를 미루거나 은폐할 경우 교장에게도 행정 제재를 가하는 등 처벌 수위는 대폭 강화됐다.
정책 초기에는 폭력 사건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효과를 보였지만 학생들의 사소한 다툼이나 언쟁까지 형사 사건으로 처리되는 사례가 늘면서 ‘교육보다 통제에 치중한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폴란드 교육부도 징계 위주 정책은 폭력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했다고 결론지었다. 이후 폴란드는 학교폭력 예방을 상담·심리치유 중심으로 전환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도 2001년 ‘세이프 스쿨스 액트(Safe Schools Act)’를 통해 학교폭력, 언어폭력, 흉기를 소지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자동 정학 및 퇴학 제도를 시행했다. 학생의 행위 경중과 관계없이 폭력 행위가 확인되면 즉시 출석정지나 제적 조치가 내려졌다. 당시 정부는 안전한 학교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했지만 과도한 징계가 오히려 학교 밖 청소년을 양산한다는 비판을 샀다.
캐나다 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무관용 정책 시행 후 소수인종 학생과 저소득층 학생의 퇴학률이 급증했다. 일부 교사들은 문제 행동을 고칠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학생을 내쫓는 구조라며 반발했다. 결국 온타리오주는 2007년 법을 개정해 징계 대신 상담·중재·가정 연계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수정했다.
국내외에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곽다연 씨(28)는 “초등학교 때부터 친했던 친구가 중학교 1학년 때 학교폭력을 피해 전학을 갔다”며 “이런 일을 막기 위해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대입에서 배제된다고 폭력이 줄어들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에이사 씨(23·프랑스)는 “프랑스에서도 폭력 학생에게 퇴학이나 벌금 등 처벌이 가능하지만, 처벌이 강할수록 오히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폭력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경각심을 주는 제재는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하면서도 그 강도가 과할 경우 또 다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희규 신라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최근 학교폭력이 심화되면서 교육의 본질이 훼손되고 있는 만큼 사회적 경고의 의미에서 일정 수준의 제재는 필요하다”며 “음주운전을 한 교원에게 승진 기회를 제한하는 것처럼 학생에게도 행동에 따른 책임을 묻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제재가 지나치면 되려 소외와 분노를 낳을 수 있다”며 “교육적 회복과 사회적 책임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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