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평도 권리금 ‘억대’…명품 · 힙한 브랜드 집합소된 도산공원 상권
10평도 권리금 ‘억대’…명품 · 힙한 브랜드 집합소된 도산공원 상권

 

최근 서울에서 가장 뜨거운 상권으로 도산공원 일대가 꼽힌다. 도산공원은 규모에 비해 다양한 브랜드가 입점해 세련된 소비가 이뤄지는 공간으로 팝업스토어와 명품 브랜드, F&B가 조화를 이루며 작지만 강력한 소비력을 자랑한다. 공원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힙한 패션 브랜드, 트렌디한 F&B 매장이 집결하면서 특화된 소비 공간으로 성장한 것이다.

 

도산공원, 루이비통·에르메스부터 힙 브랜드까지…명품과 트렌드가 동시에 모인 곳


서울시 상권 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도산공원이 포함된 압구정동에서 30대 여성 유동인구가 11.1%로 가장 높았고, 이어 20대 여성(10.4%)이 뒤를 이었다. 이는 도산공원이 2030 여성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으며, 공간 감성과 경험 중심 소비에 민감한 청년세대가 주 소비층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서도 도산대로 상권의 소형 상가 공실률이 지난 1분기 0%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 높은 수요를 방증했다.

 

이러한 인기를 견인한 것은 하이엔드 브랜드들의 입점이 지목된다.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이 먼저 도산공원에 들어선 이후, 슈프림·젠틀몬스터 하우스 도산·아틀리에 나인·마뗑킴·에이치덱스(HDEX) 등 MZ세대에게 인기가 높은 브랜드들이 도산공원 내에 속속 자리를 잡았다. 최근에는 플래그십 스토어와 다양한 팝업스토어까지 더해지며 소비자들의 체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 최근 서울에서 가장 뜨거운 상권으로 도산공원 일대가 손꼽힌다. 사진은 지난 7월 아시아 최초로 플래그십 스토어를 공식 오픈한 알로(Alo)의 모습. ⓒ르데스크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과거 F&B 중심지였던 도산공원은 이제 한국인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주목받는 K-쇼핑 코스로 자리매김했다. 르데스크 취재 결과 젠틀몬스터, 아틀리에 나인, 마뗑킴 매장 내 방문객의 70% 이상이 외국인인 것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세계적인 부동산 서비스사 쿠시먼 & 웨이크필드(cushman & wakefield)의 조사에 따르면, 도산공원 상권 내 F&B 업종은 2023년 12월 최고 매출을 기록한 후 다소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유명 셰프들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의 인기 덕분이다.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프로그램인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셰프들이 이 일대에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산공원은 ‘달리아 다이닝’, ‘에빗’, ‘포노 부오노’, ‘네기다이닝라운지’, ‘쵸이닷’ 등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백수저 셰프’들의 레스토랑이 가장 많은 곳이다.

 

패션 브랜드와 F&B가 집중되는 이유로는 청담 명품 거리와의 인접성, 그리고 압구정·청담 등 하이엔드 주거지를 배후로 둔 안정적인 수요가 꼽힌다. 이와 더불어 SNS에서 유명세를 얻은 다양한 장소들이 상권의 매력을 더하고 있다. 

 

단독주택을 개조해 운영되는 브런치 카페 ‘꽁 티드 툴레아’, 꾸덕한 크림라떼로 유명한 ‘카멜 커피’, 귀여운 캐릭터로 인기를 끄는 ‘위글위글’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SNS를 기반으로 한 공간들은 방문객들의 발길을 붙잡으며 도산공원 상권의 활력을 키우고 있다.


입지만 좋으면 10평짜리 매물도 억대 권리금 매물 수두룩


▲ SNS에서 유명세를 얻은 다양한 장소들이 도처에 가득해 도산공원에 매력을 더하고 있다. 사진은 도산공원 내에 위치한 인기 브런치 카페에서 판매하고 있는 메뉴의 모습. ⓒ르데스크

 

최근 도산공원 주변에는 알로, 슈프림, 설화수, 골든구스, 에르메스, 루이비통 등 럭셔리 브랜드가 잇따라 입점하며 상권의 고급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요가복계의 샤넬’로 불리는 미국 애슬레저 브랜드 알로 요가가 아시아 최초 플래그십 스토어를 도산공원에 개장해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글로벌 워치 브랜드 카시오도 이 일대에 실험적인 콘셉트 스토어를 열었다. ‘카시오 스토어 도산’은 카페와 매장이 결합된 독창적 공간으로, 매장 입구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시계가 아닌 ‘CAFE 00:00’이다. 카시오가 매장 내 카페를 운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브랜드와 소비자의 ‘우연한 만남’을 유도하며 새로운 경험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바탕으로, 과거 식음료 중심으로 알려졌던 도산공원이 이제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와 힙한 브랜드가 공존하는 프리미엄 상권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도산공원 일대 상가를 살펴보면 1층은 주로 카페와 식당이 차지하고 있지만 2층 이상은 사무실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외부 방문객 유입이 다소 줄어들더라도 일정 수준의 고정 수요가 유지된다. 공인중개사들은 예비 창업자들에게 직장인 수요를 우선적으로 선점한 뒤, 이후 방문객 유입을 확대하는 전략을 권장하고 있다.


도산공원은 특정 업종과 테마에 집중된 이른바 ‘항아리 상권’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메인 거리에 가까울수록 권리금·보증금·월세가 급격히 상승하며, 실제로 10평대 소형 매물의 권리금이 1억원대를 웃도는 사례도 적지 않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강남구 압구정로48길 38 매물은 규모는 15평 밖에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입지 조건이 우수해 높은 권리금과 보증금을 요구했다. 현재 프랜차이즈 포토부스 매장으로 운영되고 있는 이곳은 도산공원 내에서도 가장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위치해 있다. 이에 따라 권리금과 보증금으로 각각 2억원, 1억원에 달하며 월세도 600만원에 책정됐다.


해당 매물을 소유하고 있는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준공된 지 얼마 안 된 신축 건물이라는 점과 더불어 입지가 워낙 우수하다보니 비싼 가격에 가게가 나와 있는 상태라고 했다. 현장을 방문했을 당시에도 매장 내부에 사람이 없는 상태로 회전률이 높거나 객단가를 높이는 방식을 통해 안정적인 수입이 발생하는 업종이 적합하다고 조언했다.


강남구 압구정로50길 28 상가 101동에 위치한 15평 규모의 매물은 현재 이자카야로 운영 중이다. 권리금 1억 원, 보증금 5000만 원, 월세 300만 원으로 형성돼 있으며, 수인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 6번 출구와 도산공원을 잇는 주요 동선에 위치해 유동인구가 풍부하다. 이러한 입지 덕분에 매물 규모에 비해 높은 권리금이 책정된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메인 거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권리금과 보증금이 눈에 띄게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실제로 메인 상권의 매물과 비교했을 때 면적이 4배 이상 크지만 권리금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사례도 확인할 수 있다.


강남구 신사동 663-27에 위치한 40평 규모의 상가는 메인 거리와 거리가 있어 권리금 7000만원, 보증금 7000만원, 월세 600만원으로 책정됐다. 해당 매물을 보유하고 있는 공인중개사는 해당 매물이 직장인 점심 수요에 의존하는 지역에 있어, 고객이 일부러 찾아올 수 있는 차별화 전략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강남구 도산대로51길 37에 위치한 1층 매물은 10평 규모로 현재 테이크아웃 닭꼬치 전문점이 들어서 있다. 메인 거리에서 도보 5분가량 떨어져 있으며, 반지하 형태로 운영되는 이곳의 권리금은 4000만원, 보증금은 5000만원, 월세는 400만원에 형성돼 있다. 규모와 입지, 운영 형태를 감안하면 메인 거리에 비해 가격 부담은 낮지만, 업종 경쟁력에 따라 성패가 갈릴 수 있는 전형적인 매물로 평가된다.


현재 브런치 카페로 운영 중인 10평 매물은 강남구 도산대로49길 6-5에 위치해 있다. 권리금과 보증금은 각각 4500만원, 3000만원이며, 월세는 350만원이다. 도산공원 핵심 상권과 도보로 5분 이상 떨어져 있어 상권 내에서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공인중개사 김동현 씨(47·남)는 “코로나 이전 도산공원 상권에는 공실이 일부 있었지만, 이태원과 한남동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서 상권이 도산공원까지 확장돼 현재는 공실을 찾기 어렵다. 매물이 나오면 빠르게 계약이 체결되는 편이고, 꾸준한 수요로 일부 브랜드에서 먼저 입점을 제안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도산공원 상권은 팝업스토어, 명품 브랜드, F&B 등 다양한 업종이 있지만 규모는 작은 편이다. 하지만 상권이 항아리 형태로 형성돼 메인 거리인 압구정 로데오거리와 가까운 매물일수록 가격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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