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황금연휴에도 귀향 포기…취업난 청년들의 명절 풍경
10일 황금연휴에도 귀향 포기…취업난 청년들의 명절 풍경
[사진=연합뉴스]

추석 연휴가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 중에선 귀향 대신 나홀로 명절을 보내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가족·친척의 잔소리와 질문이 오히려 압박으로 다가오면서 귀향을 포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9일 HR테크기업 인크루트가 발표한 회원 701명 대상 ‘2025년 대졸 신입사원의 적정 나이 및 마지노선 나이’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신입사원의 평균 적정 나이는 남성 30.4세, 여성 28.2세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보다 각각 0.4세, 0.3세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신입사원의 적정 나이는 지난 2023년부터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이 같은 변화는 취업 준비 기간 장기화와 직장 경력을 보유한 ‘중고신입’의 증가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응답자들이 밝힌 최근 입사 신입사원의 평균 나이는 남성 31.9세, 여성 29.5세로 조사됐다.

  

이처럼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고 신입 채용에서도 경력이 중시되면서 청년들의 취업 스트레스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히 좁아진 취업문과 더불어 급격하게 경력 위주로 채용 시장이 돌아가다 보니 청년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 강남대로에 위치한 영어 학원의 모습. ⓒ르데스크

  

취업시장이 얼어붙다 보니 많은 청년들이 최장 10일에 이르는 이번 명절에도 고향에 내려가는 것을 포기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미 취업난으로 큰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명절 자리에서 쏟아지는 질문과 잔소리를 피하기 위해 귀성길 대신 홀로 남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취업준비생 구혜원 씨(28·여)는 “집에 가서 가족들 얼굴을 보는 것이 눈치가 보여 이번에는 서울에 혼자 남아 공부할 생각이다”며 “20살에 처음 서울로 상경했을 때는 명절마다 빠짐없이 내려갔지만, 졸업 후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명절 때마다 내려가면 ‘밥은 잘 챙겨 먹니?’, ‘요즘 어떻게 지내니?’라는 안부 인사에 이어 ‘취업은 했니?’, ‘만나는 사람은 있니?’, ‘이제 슬슬 결혼해야지’와 같은 듣고 싶지 않은 말들이 이어졌다. 그러다 보니 지금은 1년에 한 번 정도만 고향에 내려가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구 씨는 “가족들이 나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는 것은 잘 알지만, 이미 좁아진 취업문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그런 질문들을 듣는 것이 쉽지 않다”며 “이번 연휴가 최장 10일이나 되다 보니 혼자 지내면 외롭기는 하겠지만, 공부에 집중하다 보면 금세 잊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좁아진 취업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청년들은 추석 연휴 동안 귀향을 포기하고 있다. 사진은 취업을 위해 시험을 준비하고 청년의 모습. ⓒ르데스크

 

김인호 씨(29·남)도 “졸업한 지 2년 정도 지났는데 아직 인턴 경험도 없고, 면접을 본 적도 거의 없다”며 “졸업 후 지금까지 어림잡아도 입사 지원서를 100곳 이상 냈지만 좋은 소식이 들려오지 않아 가족들을 편히 대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김 씨는 “부모님과 누나 모두 나를 걱정하는 마음에 용돈을 챙겨주거나 불편하지 않게 해주려고 애쓰는 것 같지만, 그런 배려조차 취업이 되지 않은 내 입장에서는 부담스럽다”며 “이번 연휴에는 아르바이트를 핑계 삼아 잠깐 얼굴만 비추고 오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박세현 씨(28·남) 역시 “명절에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부터 결혼까지 다양한 잔소리를 듣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특히 일반 사기업 취업을 위해 스펙을 쌓는 데 집중하고 있는 나를 걱정해 주는 마음이라는 것은 알지만, 오랜만에 보는 친척들이 할 말이 마땅치 않다 보니 결국 이런 질문이 이어지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박 씨는 “올해도 식사 자리에만 잠깐 참석하는 방식으로 명절을 보내려 한다”고 계획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명절 귀향을 포기하는 현상을 심리적 자기보호 전략으로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경력 위주로 변한 취업 시장에서 청년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높다”며 “이런 상황에서 반복되는 질문과 잔소리는 청년들이 겪고 있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불안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곽 교수는 “청년 스스로 환경을 조절해 심리적 안정감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가족과 주변은 평가적 질문보다 공감과 정서적 지지를 제공해 부담 없는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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