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관광객 무비자 첫 날…관광 · 유통 특수 vs 시민 불편 ‘엇갈린 시선’
중국인 관광객 무비자 첫 날…관광 · 유통 특수 vs 시민 불편 ‘엇갈린 시선’
ⓒ르데스크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제도가 이날부터 시행되면서 침체된 국내 관광·유통업계에 활기를 불어넣을 ‘특수 효과’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간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 여행 와서 보여준 관광 질서 혼잡, 지역사회와의 마찰 등 부정적 측면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29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3인 이상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대해 무비자 입국을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업계는 중국 최대 명절인 국경절 연휴와 내달 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APEC 정상회의 등 대규모 행사가 예상돼 있어 관광객 수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 수는 2016년 807만명에서 사드 사태와 코로나19 여파로 2020~2022년 연간 107만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지난해에는 460만명까지 회복에 성공했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인해 추가 100만명 이상 유입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이날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3인 이상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 대해 무비자 입국이 한시적으러 허용된다. 사진은 서울 시내에 위치한 면세점의 모습. ⓒ르데스크

  

인천항만공사(IPA)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10분 중국 톈진에서 출발한 톈진동방국제크루즈의 7만7000톤급 ‘드림호’가 승객 2189명과 승무원 563명 등 총 2870명을 태우고 인천항 크루즈터미널에 입항했다. 이후 이들은 그룹별로 버스를 타고 서울과 인천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는 일정을 소화한다. 오전 8시 30분 인천 중구 상상플랫폼 일대에서 환영행사를 마친 이들은 명동과 경복궁 등 서울 도심으로 이동해 본격적인 한국 관광을 시작한다.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자 주요 관광지들도 분주히 손님맞이에 나섰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명동 거리는 아침부터 활기를 띠었다. 매장 안팎에는 중국어로 된 상품 안내문이 걸려 있었고, 직원들은 중국어로 손님을 불러 모으며 적극적으로 응대하는 모습이었다.

 

명동 거리 한쪽에는 소규모 행사장이 마련돼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었다. 유니온페이 결제 고객을 대상으로 한 프로모션도 진행됐다. 명동 내 상점에서 유니온페이로 결제한 뒤 행사장에서 영수증을 제시하면 휴대용 선풍기나 캐릭터 인형 ‘잔망루피’ 등 여행에 유용한 경품을 받을 수 있는 방식이다. 거리 곳곳에는 이를 알리는 중국어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다. 

 

▲ 사진은 유커들을 위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는 명동 거리의 모습. ⓒ르데스크

 

관광 업계는 중국인 관광객의 높은 소비력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의 1인당 교통비를 제외한 평균 지출액은 1622달러(약 228만 원)로 전체 평균치(1372.4달러·약 192만원)를 크게 웃돌았다.

 

이에 맞춰 업계는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CJ올리브영, 다이소, 편의점 등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화장품, 생활용품, 간식류 등 선호도가 높은 상품을 진열대 앞자리에 대거 배치했다. 일부 매장에는 중국어가 유창한 직원들이 배치돼 관광객들에게 직접 상품을 설명했고, 계산대 옆에는 알리페이·위챗페이 로고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다.

 

하지만 긍정적인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그간 일부 중국인 관광객들이 보여온 비매너 행동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서울 시내 주요 관광지에서는 벌써 일부 방문객들의 매너 없는 행동들이 목격되면서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 곳곳에서 연출됐다.

 

과거 한국을 찾았던 중국인 관광객들 가운데는 길거리에서 대변을 보거나, 큰소리로 떠드는 등 기본적인 공중질서를 지키지 않는 사례가 잦았다. 또한 길에 쓰레기를 무단으로 버리는 모습도 흔히 목격됐다. 여성화장실에서는 뒤처리를 위해 비치된 휴지를 한가득 챙겨가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는 광화문 광장에서는 누워서 쉬고 있는 관광객의 모습도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다.

 

▲ 광화문 광장에 누워 있는 외국인 관광객의 모습. ⓒ르데스크

 

버스 등 대중교통에서도 이들의 행동은 눈에 띈다. 일행과 큰소리로 대화하거나 지하철 내에서 이어폰 없이 영상통화를 하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에 힘입어 경복궁과 명동 등 서울 주요 관광지에는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지만 그 속에서도 중국인 관광객들의 무질서한 행동도 어렵지 않게 목격됐다.

 

경복궁 입장을 기다리며 줄을 서는 과정에서 새치기를 하거나, 다른 이들의 통행을 가로막는 장면은 쉽게 볼 수 있었다. 식당이나 카페 내부 곳곳에서 흥분된 목소리로 사진을 찍으며 활보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관광·유통업계는 중국인 관광객 유입이 불러올 소비 확대에 큰 기대를 걸고 있지만 동시에 지역사회와의 갈등과 질서 혼잡 문제가 재연되지 않도록 관리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의 경우 여행사와 함께 입국하는 경우가 많다”며 “여행사에서 먼저 더욱 재밌게 한국을 여행하기 위해 필요한 에티켓 등을 긍정적인 표현으로 먼저 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단체 관광객들의 무비자 입국이 시작 단계에 접어든 만큼 충분히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본다”며 “다만 이러한 갈등의 원인 자체가 다른 문화 차이에서 발생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한국인들도 이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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