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기본 ‘억’ 단위 혈세 조형물, 시민도 공무원도 “그게 뭔데요?”
[영상] 기본 ‘억’ 단위 혈세 조형물, 시민도 공무원도 “그게 뭔데요?”

 

[인트로]

“세금 쓸데없는데 안 썼으면 좋겠는데”

건축 의도를 물어보는 질문에 직원은 제대로 답변조차 하지 못합니다.

“다시 생각해봐야 되지 않나”

 

[오프닝]

혹시 이게 공공조형물이라는 거 알고 계셨나요? 그냥 지나치던 조형물이 알고 보니 세금 수억 원이 들어간 예술 작품이었습니다. 그런데 과연 예술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나레이션]

여기는 상도 4동 주민센터 앞. 이곳은 2018년 도시재생지역으로 선정돼 사업이 이뤄진 곳입니다. 당시 조감도 중 하나인데요. 식물과 함께하는 골목을 만들겠다며 크고 높은 옹벽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그 옹벽의 현재 모습. 흉하게 낡아 녹슬어버린 모습입니다. 아래 화단 구석에는 쓰레기가 놓여있고 심지어는 주민센터의 현수막이 걸려있기도 합니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건지 주민센터의 직원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주민센터 인터뷰]

“펜스 어떤? 글쎄요 용도까지는”

“어떤 펜스지?”

“그 앞에 엄청 크게 있는 거요 벽에.”

“어떤 거지?”


[나레이션]

충격이었습니다. 바로 앞의 주민센터 직원들조차 이 존재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결국 오래 근무한 것으로 보이는 직원 한 분이 나섰습니다.


[주민센터 인터뷰]

“몇 년 전에 여기 상도4동에 도시재생센터가 있던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거기서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마을을 깨끗하게 하고 정비하는 차원에서 파이프를 설치한 걸로 알고 있어요. 그 이후로 재생지원센터에서 관리가 안 돼있다 보니까 녹이 슨 거고요. 지금 관리는 저희 동에서 하진 않고요. 따로 도시정비일과 쪽이 또 있어요.”


[나레이션]

그렇다면 과연 시민들은 이 미술품의 존재를 알고 있을까요?


[시민 인터뷰]

“아니요? 그냥 지나다니면서 철장 같은 건 줄 알았어요. 세금 쓸데없는데 안 썼으면 좋겠는데. 뭐 사실 세금 써서 제대로 만들면 괜찮은데 제가 이 길 좀 자주 오가는데 운동한다고. 차라리 가로등 설치해주는 게 훨씬 더 좋을 것 같아요.”

“가로등이요?”

“네. 시민들 안전이나 미관 측면에서도 훨씬 좋을 것 같은데 도시재생이랍시고 벽화 몇 개 그려놓고 끝내는 것 같은데 실질적으로 뭐가 시민들한테 필요한지 제대로 조사하고 조성하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나레이션]

다음은 판교역 인근. 건물들 사이 웬 육교가 눈에 띕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육교의 역할은 길을 건너게 하는 것. 하지만 이 육교는 인도에서 인도로, 즉 같은 길로 통하는 다리입니다. 이름도 설명도 어디에도 적혀있지 않습니다. 페인트칠은 벗겨져 있고 심지어 전단지를 붙였던 자국도 있는데요. 시민들은 이 다리의 용도를 알고 있을까요?


[시민 인터뷰]

“잘 모르겠어요.”

“아니요 몰라요.”

“용도를 잘 모르겠어서.”

“근데 이게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네요.”


[분당구청 구조물관리과 전화 내용]

“네. 구조물관리과입니다. 성남판교지부 택지개발 사업하면서 같이 지어졌어요. 저희가 따로 이름을 지칭하기보다는 통상적으로는 이제 갑분육교(갑자기 분위기 육교)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설치의 이유를 여쭤보시는 걸까요?”

“네. 육교치고는 길을 건널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궁금해서요.”

“잠시만요 도면 한 번 보면서 말씀드릴게요.”

(...)

“혹시 전화번호 알려주시면 제가 이거 찾아보고 다시 연락드려도 될까요? 지금 찾고 있는데 도면이 너무 많아 가지고.”


[나레이션]

건축 의도를 물어보는 질문에 직원은 제대로 답변조차 하지 못합니다.


[시민 인터뷰]

“네. 지나가면서 자주 봐요. 육교 같은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사실 뭔지는 잘 모르고 그냥 맨날 지나만 다녔어요. 이런 거 같은 경우에는 사실 의미도 잘 모르겠고 용도도 없는 것 같아서 약간 쓸데없지 않나요? 근처에 쓰레기 버릴 데가 없어서 (차라리) 쓰레기통 같은 게 생겼으면 좋겠어요.”


[나레이션]

다음은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시청역 앞. 여기에도 조형물 하나가 숨어 있습니다. 2015년 ‘세계인권의 날’을 맞아 약 2억 원의 예산으로 설치됐다는 '인권샘'. 이 2억 원짜리 조형물 위엔 공사도구가 잔뜩 쌓여 있습니다. 심지어 군데군데 조각이 떨어져 나간 모습도 눈에 띕니다. 바닥에 놓여있다 보니 공사 전에는 시민들이 밟고 지나가기도 했습니다.


[시민 인터뷰]

“사실 위치상으로도 그렇고 모양상으로도 그렇고 눈에 띄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렇게 방치된 채로 있는 거는 다시 생각해봐야 되지 않나. 공공조형물인 만큼 시민들이 지나다니면서 어떤 새로운 기분을 느끼거나 어떤 유의미한 감정들을 불러일으킬만한 요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레이션]

마지막 장소는 서울역사박물관 앞의 버스정류장입니다. 일반적인 버스정류장과는 좀 다르게 생겼는데요. 서울시 도시갤러리의 뮤지엄 아트 버스 쉘터 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버스정류장. 정확한 예산 규모는 알려진 바 없지만 타 지역 같은 사업의 경우 예산은 약 1억원으로 책정됐습니다. 


[시민 인터뷰]

“버스나 그런 거 자주 이용합니다. 예쁘긴 한데 좀 실용성이 떨어질 것 같아요. 왜 그렇게 느끼시나요? 좀 길이에 비해 의자가 많이 부족해 보여요.”

“아 의자가 부족해 보인다.”

“또 비 오는 날에 비를 좀 못 막아줄 것 같아서 불편할 것 같아요. 구멍을 좀 더 줄이고 의자 같은 걸 좀 더 놓으면 좋지 않을까 싶네요.”


[나레이션]

실제로 정류장의 틈 사이로는 비가 들이쳐 시민들은 정류장 아래에서도 우산을 쓰고 있습니다. 벽이 없다 보니 해가 쨍한 날에도 그늘을 만들지 못합니다. 규모에 비해 벤치 공간이 턱없이 작은 것도 사실입니다.


[클로징]

“차라리 가로등 설치해주는 게 훨씬 더 좋을 것 같아요.”

“근처에 쓰레기 버릴 데가 없어서 쓰레기통 같은 게 생겼으면 좋겠어요.”

“교통 약자를 위한 시설이나 이런 데 조금 더 투자 하는 게 좀 더 실효성 있지 않을까.”

“이런 것보다 어려운 사람을 찾아서 도와주는 게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클로징 자막] 

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화려한 예술품이 아니라 삶에 스며들어 공감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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