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본사 · 구청 이전에 불붙은 구의역…권리금 1억원 ‘신흥 상권’ 부상
쿠팡 본사 · 구청 이전에 불붙은 구의역…권리금 1억원 ‘신흥 상권’ 부상

최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일대가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대단지 오피스텔 입주, 광진구청 이전, 그리고 쿠팡 본사 이전이라는 굵직한 세 가지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인구와 직장인, 자본이 한꺼번에 유입되는 모습이다. 그간 건대입구와 강변역 상권에 가려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이 지역이 이제는 주거와 업무, 상업이 결합된 신흥 소비 거점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오피스 상권으로 변신 중인 구의역…“쿠팡 이전에 매출 상승 기대하는 상인 많아 눈길”

 

구의역 상권의 변화를 이끄는 중심에는 ‘롯데캐슬 이스트폴’이 있다. 이 단지는 과거 동부지방법원과 KT 부지를 포함한 7만8119㎡ 부지를 복합 개발한 ‘광진구 자양1재정비촉진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 사업’을 통해 탄생했다. 지하 7층, 지상 48층, 총 6개 동 1,063세대 규모로 조성된 이스트폴에는 업무시설, 호텔, 오피스텔, 공동주택 등이 들어섰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특히 지하철 2호선 구의역 3번 출구와 직접 연결돼 접근성이 뛰어나며, 주민 편의시설과 미래기술체험관까지 갖춰 주거·행정·문화·상업 기능이 융합된 복합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단지 내 입점한 풀만 호텔은 1박 요금이 40만 원에 달하는 고급 호텔로 이 지역에 새로운 소비 패턴을 불러오고 있다. 호텔 이용객과 고소득 직장인들을 겨냥한 프리미엄 레스토랑, 고급형 주점이 속속 들어서며 상권의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

 

구의역 2번 출구 인근 먹자골목도 변화가 뚜렷하다. 과거에는 인근 주민과 학생을 대상으로 한 저가형 식당이 주류였지만, 현재는 구청 직원과 인근 기업 직장인 수요를 겨냥한 중고가 식당과 고깃집들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구의1동 유동인구는 8만4966명으로 전 분기 대비 1391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규 점포 수는 13곳에서 21곳으로 늘었다. 인근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광진구청 이전 이후 유동인구가 늘어난 데 이어 직원 수만 약 1만명에 달하는 쿠팡 본사가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 입주하면 유동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 구의역 3번출구 인근에 위치한 롯데캐슬 이스트폴은 단지 내에 업무시설, 호텔, 오피스텔, 공동주택 등 다양한 시설이 함께 들어섰다. 사진은 NC이스트폴 내부의 모습. ⓒ르데스크


구의역 일대 재개발은 강변역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구의역에서 도보로 약 15분 거리에 위치한 강변역 일대 역시 업무·문화·상업시설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재편이 추진 중이다. 재개발이 완료되면 이마트 본사와 스타필드 입점이 예정돼 있어, 구의역·강변역 일대가 동부 서울의 새로운 오피스·상업 허브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인중개사 김선호 씨(69·남)는 “대기업 본사 두 곳이 동시에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상권 가치가 크게 상승할 것이다”며 “향후 구의역 일대는 건대입구, 잠실과 견줄 만한 소비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빠른 변화의 이면에는 부작용도 감지된다. 구의역 먹자골목에서 10년째 식당을 운영 중인 한 자영업자는 “임대료가 최근 2년 사이 30% 가까이 올라 장사가 잘돼도 버티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프랜차이즈 카페, 프리미엄 식당들이 잇달아 들어서면서 기존 소상공인들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개발 호재 힘입은 구의역 상권…“역이랑 가까울수록 매물 가격도 상승세”

 

개발 호재가 이어지면서 상가 매물 가격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구의역 2번 출구 인근 아차산로 403의 18평 규모 안경점은 권리금 1억원, 보증금 3000만원, 월세 125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외관은 직사각형이지만 내부 구조가 일부 꺾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지가 좋아 매물 문의가 잦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사의 설명이다.

 

인근 자양로18길 90의 13평 규모 문구점은 권리금 6000만원, 보증금 3000만원, 월세 170만원 수준이다. 직장인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입지를 갖췄으나 식당 전환 시 인테리어 비용이 필수다. 자양로18길 53의 17평 규모 카페 매물은 권리금 5500만원, 보증금 5000만원, 월세 250만원으로 형성돼 있다. 먹자골목 내 저가 프랜차이즈 카페가 다수 포진해 있어 차별화 전략이 없다면 경쟁이 쉽지 않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구의로 19-1에 위치한 20평 규모 매물은 권리금 6000만원, 보증금 3000만원, 월세 160만원에 책정됐지만 이스트폴과 다소 거리가 있어 권리금이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됐다. 구의역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상가 중 권리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곳도 있다. 자양로18길 70에 위치한 8평 규모 매물은 초기 권리금이 7000만원이었으나 현재 3000만 원까지 낮아졌다. 보증금 2000만원, 월세 90만원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업종 선택에 따라 경쟁력이 갈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구의역 상권의 미래 가치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김선호 공인중개사는 “역세권 매물은 권리금이 1억원에 육박하고, 공실을 찾기 힘들 정도로 인기가 높다”며 “쿠팡 본사 입주와 강변역 재개발, 이마트 본사 이전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지금의 가격은 오히려 시작일 뿐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기적 호황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균형 잡힌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상업용 부동산 전문가는 “구의역 상권은 직장인과 호텔 투숙객, 가족 단위 방문객까지 소비층이 다양해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갖췄다”며 “다만 임대료 급등과 기존 소상공인 퇴출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지속 가능한 발전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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