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신는 시간도 돈 줘”…블루오벌SK, 美 공장 가동 한 달만에 강성노조 악재
“신발 신는 시간도 돈 줘”…블루오벌SK, 美 공장 가동 한 달만에 강성노조 악재

포드와 SK온의 북미 배터리 합작법인 블루오벌SK(BlueOval SK·이하 BOSK) 켄터키 공장이 가동 한 달 만에 근로자들로부터 임금 소송을 당했다. 근로자들은 탈의실에서 보호 장비를 착용하는 시간과 작업장까지 이동하는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임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소송이 단순한 임금 문제를 넘어 노조가 사측과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BOSK 켄터키 공장에서 일하는 생산직 근로자(이하 원고)가 미국 연방법원에 임금지급 문제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에는 교대 전후에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하는 보호용 신발을 신는 시간을 무급으로 처리했다는 주장이 적시됐다. 아울러 근무지까지 이동하는 데 소요되는 긴 시간 역시 제대로 보상받지 못했다는 지적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원고는 신발 착용 시간 및 이동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미지급 임금을 보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원고 측 변호사 바비 맥나이트(Bobby McKnight)는 “안전하고 위생적인 환경에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다”며 “또 지정된 근무지까지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상당히 길다”고 설명했다. 맥나이트 변호사는 현재 법원에 이 사건의 집단소송 인정을 요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집단소송으로 확정되면 BOSK는 추가적인 임금 지급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

 

▲ 블루오벌SK 근로자가 공장 가동 한 달 만에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은 블루오벌SK 근무지 전경. [사진=블루오벌SK]

 

원고 측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16년 미국 대법원은 타이슨 푸드 관련 집단소송에서 복장 착용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고려할 수 있음을 인정한 바 있다. 당시 관련 소송 참가자들은 약 290만달러(약 40억원)의 보상을 받은 사례가 있다. 2005년 육류 포장 업체인 알바레즈사에 제기된 유사한 소송에서도 법원은 근로자 편을 들어준 전례가 있다.

 

다만 복장 착용 시간의 근로시간 인정은 식품업·반도체 등 일부 특수 직종에 국한돼 있다. 단순 공장 생산직 전체에 적용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실제로 미국 U.S.스틸은 2014년 이번 BOSK 소송과 비슷한 법적 공방에서 승소했다. 미국 법조계에서도 이번 소송을 두고 원고 측의 패소를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소송을 두고 BOSK 노조 측의 전략적 압박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BOSK 켄터키 공장은 지난 8월부터 가동을 시작했는 데 이미 노조 측의 압박을 심하게 받고 있는 상황이다. 공장 가동 전부터 전미자동차노조(UAW)가 가입 압력을 가해왔고, 지난달 진행된 노조 설립 투표에서는 찬성표가 다수로 집계됐다. 현재 미국노동관계위원회(NLRB)가 BOSK 노조 설립 관련 서류를 심사 중이다. 켄터키 공장의 생산직 근로자 수는 약 5000명이다.

 

▲ 블루오벌 SK과 노조간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사진은 시위 중인 전미자동차 노조. [사진=AP/연합뉴스]


노조는 가입 추진뿐 아니라 미국산업안전보건청(OSHA)에 지속적으로 신고를 접수하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BOSK에는 지금까지 산업안전 관련 신고 6건이 접수된 상태이며, 이 가운데 2건은 공장 완공 이후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이제 막 가동을 시작한 공장에서는 근로자와 경영진 간 보이지 않는 이권 다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며 “배터리 공장의 경우 장비 착용 시간 등에 관해 단체협약(CBA)이 필수적으로 논의되는 편이라 소송에서 원고 측이 패소할 가능성도 낮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소송 제기는 근로자들이 초반부터 공장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압박의 성격이 강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강성 노조가 BOSK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경우 공장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UAW는 미국 내에서도 영향력이 큰 강성 노조로, 최근 전기차·배터리 산업을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며 “노조가 공장 운영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파업 등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장을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근로자들과 협력 관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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