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진출 18년에도 성과 미미…교촌치킨, 리뉴얼 전략 시험대
해외진출 18년에도 성과 미미…교촌치킨, 리뉴얼 전략 시험대
[사진=교촌치킨]

해외사업에서 부진을 겪어온 교촌치킨이 전면적인 재편에 나섰다. 글로벌 K-치킨 열풍에 편승해 뒤처진 해외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경쟁사인 비비큐와 BHC가 공격적으로 해외 시장을 확대해 온 것과 달리 교촌은 성장세가 정체돼 왔다. 이번 리뉴얼을 통해 해외 무대에서 존재감을 회복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5일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교촌치킨은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 미드윌셔 지점을 리뉴얼한 지 7개월 만에 재개점했다. 2007년 문을 연 미드윌셔점은 교촌치킨의 첫 해외 매장으로 상징성이 크다. 새롭게 단장된 매장은 한국적 정체성을 강조한 디자인으로 꾸며졌으며, 내부에는 한국식 ‘붓’ 조형물이 설치됐다. 프리미엄 수제 맥주 ‘문비어’ 등 신메뉴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상징성이 높은 해외 첫 매장의 대규모 리뉴얼을 두고 업계에선 교촌치킨이 해외 사업 재편에 나섰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는 경쟁사 대비 해외 사업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해 연결기준 교촌에프앤비 해외 매출 비중은 4%(약 194억원)인 반면 경쟁사인 제너시스 비비큐는 29%(약 15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비교적 해외 진출이 늦었던 BHC도 43억 원을 기록했다.


교촌치킨 해외 매장 수도 뒷걸음질 치고 있는 추세다. 올해 기준 교촌치킨은 중국, 미국, 태국, 인도네시아 등 15개국에서 총 67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는 지난해 4분기 84개보다 17개 줄어든 수치다. 반면 비비큐치킨의 경우 올해 기준 57개국에서 700여개의 해외 매장을 운영 중이다. 2023년 351개에서 무려 2배가량 증가한 셈이다. BHC 또한 1년 만에 7개국에서 매장 수를 29개까지 확장하는 데 성공한 상태다.


▲ 교촌치킨은 다른 K-치킨 브랜드들과 달리 외국인 소비자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크게 나뉜다. 사진은 교촌치킨 시그니처 메뉴인 간장 치킨. [사진=트립트레블]

 

교촌치킨은 특히 최대 소비 시장인 미국에서 존재감이 미미하다. 미국 치킨 시장 규모는 약 80조원으로 국내 10배 수준이다. 교촌치킨은 미국에서 3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비비큐는 미국에서만 250개 매장을 운영하며 해외 매출의 75%를 미국 시장에서 거둬들이고 있다. 진출 초기 단계인 BHC도 이미 미국 내 5개 매장을 확보했다. 교촌치킨 미국 법인(Kyochon USA Inc.)의 올해 1분기 매출은 10억33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했다.

 

업계에선 교촌치킨이 전면적인 해외 전략 재편을 위해 매장 수를 의도적으로 축소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프렌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해외사업은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회장의 오랜 염원으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분야다”며 “2022년 권 회장 복귀 이후 해외 사업 규모가 줄어든 점을 고려하면, 새판을 짜기 위한 과정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도 교촌치킨이 미국 1호점 리뉴얼을 기점으로 해외 사업에 속도를 낼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성현동 KB증권 연구원 “올해 교촌에프앤비 글로벌 사업 가속화가 예상된다”며 “특수 점포를 제외한 교촌치킨 국내 매장 수는 1359개에 달한 만큼 해외가 아니면 사업을 확장하기에는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다”고 밝혔다.


다만 교촌치킨이 리뉴얼 만으로 해외 사업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교촌치킨은 간장 소스를 기본으로 하는 메뉴 구성이 특징인데, 이는 해외 소비자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떠올리는 K-치킨은 대부분 후라이드나 양념치킨이라는 점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 또한 단순한 매장 디자인 변화만으로 해외 사업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K-치킨 열풍은 이미 수년 전부터 이어지고 있으며, 교촌이 18년간 해외 사업을 전개했음에도 후발주자들에게 밀리고 있다는 점은 현지 소비자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며 “단순히 K-치킨 트렌드에 올라타겠다는 접근보다는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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