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이 잇따라 주류 사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기대감과 달리 실제 평가에서는 맛과 가격에 대한 아쉬움, 법적 논란까지 겹치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예인들의 주류 시장 진출은 여전히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지만 냉정한 소비자 평가를 넘어서지 못한다면 그 인기가 오래가기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더걸스 출신 배우 안소희는 평소 유튜브와 인터뷰를 스스로를 ‘와인마니아’라 밝힌 만큼 주류 사업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드러낸 연예인이다. 최근 뉴질랜드 말보로 지역 와이너리를 직접 방문해 협업하며 와인 브랜드 ‘쉬머(Shimmer)’를 선보였다. 원액 선정부터 라벨 디자인까지 안소희가 상품 기획 전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해당 제품은 소비뇽블랑과 피노누아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됐다.
지난 4월에는 가수 지드래곤은 편의점 CU와 손잡고 자신의 브랜드 ‘피스마이너스원’ IP를 활용한 프리미엄 하이볼을 출시했다. 브랜드 세계관을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은 해당 제품은 초도 물량 88만 캔이 단 3일 만에 완판될 정도로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일부 매장에서는 오픈런 현상까지 발생해 그의 인기를 다시금 입증하기도 했다.
지드래곤의 취향에 따라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을 활용했으며, 프랑스산 꼬냑이 들어간 ‘피스마이너스원 데이지 하이볼’도 함께 출시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불만을 드러냈다. 피스마이너스원 하이볼은 4500원, 데이지 하이볼은 8800원으로, 편의점 주류 치고는 부담스러운 가격대라는 지적이 나왔다.
희극인 신동엽 역시 주류 사업에 발을 들였다. 지난해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손잡고 개발 단계부터 직접 참여한 ‘생드래프트비어’와 ‘블랙서클 위스키’를 선보인 것이다. 출시 일주일 만에 초도 물량 12만 병이 완판될 정도로 초기 반응은 뜨거웠다.
위스키를 직접 구매한 소비자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언더락이나 샷보다는 하이볼로 마시는 게 낫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으며 일부는 “신동엽 브랜드라는 흥미 요소 외에는 이미 검증된 기존 위스키가 더 낫다”고 평가했다.
소비자들의 경험담에서도 아쉬움이 드러난다. 직장인 송현아 씨(26·여·가명)는 “연예인이 직접 참여했다는 점이 흥미로워 호기심에 구매해보지만, 정작 마셔보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며 “안소희 와인도 후기가 좋아 가족에게 부탁해 구했지만 생각보다 별로였다. 다음에는 굳이 사먹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은지 씨(28·여)도 지드래곤 하이볼을 처음 출시 당시 어렵게 구해 마셨던 경험을 떠올리며 “가격이 생각보다 너무 비싸 놀랐다. 지금은 3캔에 1만2000원에 구매할 수 있어 예전보다 조금 저렴해졌지만 그때 당시에는 ‘이 돈을 주고 이 술을 마셔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전했다.
법적 문제도 새로운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방탄소년단 멤버 진이 공동 투자해 개발한 주류 브랜드 ‘지니스램프’가 원산지 표시법 위반 논란에 휘말렸다.
지니스램프는 백종원과 진이 2022년 12월 함께 지분 투자해 충남 예산군에 본사를 둔 농업회사로 2024년 12월 증류주 ‘아이긴(IGIN)’을 출시했다. 제품의 제조는 지니스램프가 맡고 있으며 유통은 더본코리아 관계사인 농업회사법인 예산도가가 담당하고 있다.
문제가 된 제품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고 있는 ‘IGIN 하이볼 토닉’ 시리즈 중 ‘자두맛’과 ‘수박맛’이다. 두 제품 모두 외국산 농축액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쇼핑몰 메인화면과 상품정보에서 원산지를 ‘국산’으로 일괄적으로 표시한 것이다. 결국 한 누리꾼이 지난 22일 농업회사법인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고발하며 논란이 확산됐다.
전문가들은 연예인들이 제작에 참여했다는 화제성만으로 판매 성과를 누릴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입을 모았다. 오히려 품질이나 가격 등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좋아하는 연예인이 제작 과정에 참여했다고 하면 일반 소비자들은 호기심에 한 번은 먹어보게 되지만, 본인이 생각했던 어느 정도의 기대치에 못 미치게 되면 비난받을 수밖에 없다”며 “단순히 기대치에 못 미쳐서 비난받는 것을 넘어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 하락이 우려되기도 하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 역시 “와인이나 하이볼 등 프리미엄 주류의 경우 소비자들에게 맛과 가격이 중요한 포인트이기 때문에 단기적인 판매 성과를 노리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특히 요즘 소비자들은 연예인 이름이 붙었다는 이유만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시대는 끝난 만큼 품질과 가격 등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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