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 안팎에서 한국자산관리공사(이하 캠코)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윤석열정부 시절 세제개편을 주도한 정정훈 전 세제실장이 이재명정부 출범 직전 사장으로 발탁된 점을 이유로 캠코의 행보와 정부 정책 간에 ‘엇박자’ 가능성을 예상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특히 정 사장이 세제실장 시절 노조 회계공시 강화 및 근로시간 개편 등 노동계의 반발을 샀던 정책들을 주도했다는 사실은 현 정부의 정책 기조인 ‘상생금융’을 추진할 적임자로서의 ‘자격론’도 낳고 있다.
부자감세, 노조 회계공시 등 尹정부 反노동 정책 첨병 정정훈, 이재명정부와 불협화음 우려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전 국무총리)이 국정을 책임지던 시기인 지난 5월 캠코 수장으로 발탁된 정 사장은 전형적인 엘리트 관료 출신 인사로 분류된다. 특히 지난 2023년 7월 기획재정부 최고 요직으로 꼽히는 세제실장에 임명된 이후엔 윤석열정부의 재정·세제 정책을 주도하는 중책을 맡았다. 당시 그는 고소득층에 대한 세율 인하, 대기업 세율 인하 등을 골자로 한 세제개편안 마련을 주도했다. 또한 노조에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낸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표적인 반(反)노조 정책인 노조 회계공시제도의 설계자 역할을 맡았다.
이러한 이력 때문에 그는 캠코 사장에 발탁된 이후 ‘낙하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대선을 불과 한 달 앞두고 단행된 인사를 두고 당시 정치권과 노동계 안팎에선 “보은인사” “알박기”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정 사장을 포함한 공공기관장 인사 전반에 대한 특별검사 수사를 언급하기도 했다.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정부에서 세수 결손을 초래한 장본인이 공공자산과 국유재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캠코의 수장으로 가는 것은 전형적인 보은성 알박기 인사다”고 꼬집었다.
이재명정부 출범 3개월이 지난 현재 알박기 보은성 인사 논란과 그에 따른 부작용 우려는 임계치에 가까워지는 모습이다. 새 정부 정책 기조와 앞서 정 사장이 보여 온 행보가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이 사실에 가까워지고 있어서다. 이재명정부는 취임 이후 정 사장이 주도했던 윤석열정부의 정책들을 되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7월에는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법인세율을 1%p 인상하며 이전 수준으로 되돌렸다. 또 최근 이 대통령은 직접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을 만나 노조 회계공시 제도 백지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재명정부의 상생금융 행보에서 ‘캠코’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사실은 정 사장과 현 정부와의 불협화음 우려를 부채질하고 있다. 현 정부와 대척점에 있는 전임 정부 시절 요직에서 맹활약한 인물이 정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정책 효과 극대화에 진정성을 발휘할 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캠코는 이재명정부가 추진 중인 ‘배드뱅크’ 사업의 핵심 실행기관이다. 해당 사업은 7년 이상 5000만원이하 연체된 개인채권을 사들여 조정 및 탕감해 주는 내용이 골자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부자감세와 반노동 경제 정책의 설계자가 상생금융과 사회적 연대, 친노동 경제 정책 등을 강조한 현 정부의 금융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다”며 “현 정부 정책 수행에 대한 캠코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고 꼬집었다. 한 노동단체 핵심 인사 역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다”며 “전임 정부 요직에서 완전 반대되는 정책을 설계한 인물이 상생금융·사회적연대가 가당키나 한가”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캠코가 이재명정부 경제 정책의 핵심 코드인 ‘상생과 포용’ 관련 정책을 수행하는 핵심 기관이라는 점에서 기관장 자질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정정훈 사장은 윤석열정부 시절 부자 감세와 노동계에 불리한 정책들을 주도했던 인물로 현 정부가 추진하는 ‘상생금융’ 기조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이력을 지니고 있다”며 “이런 인물이 배드뱅크 사업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할 캠코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라는 점에서 정책의 실효성과 추진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해당 내용과 관련 캠코 관계자는 “정정훈 사장은 현재 캠코가 직면한 다양한 과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춰 기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며 “향후에도 상생금융 정책에 부합하는 구체적 실행 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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