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맥아’ 원산지 논란 OB맥주, 해외에선 ‘현지 원산지’ 강조
‘중국산 맥아’ 원산지 논란 OB맥주, 해외에선 ‘현지 원산지’ 강조
[사진=연합뉴스]

최근 오비맥주가 중국산 맥아를 사용하면서도 이를 제품 라벨에 표시하지 않아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오비맥주의 모기업인 ‘안호이저-부시 인베브(이하 AB InBev)’가 다른 여러 국가에선 현지 맥아 사용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르데스크 취재에 따르면 AB InBev가 운영하는 맥주 제조 자회사 중에서 중국산 맥아를 활용하는 곳은 극히 드물다. 벨기에 국민 맥주 주필러는 벨기에 쥐파유-쉬르-모즈 지역 맥아를 주로 사용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벡스 역시 독일과 유럽산 맥아를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 지역 맥주인 브라흐마와 스콜도 아르헨티나·우루과이·브라질 등 남미산 맥아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벨기에에 본사를 둔 AB InBev는 전 세계 150여개국에 진출한 세계 최대 맥주 그룹이다. 버드와이저(미국), 코로나 엑스트라(멕시코), 스텔라 아르투아(벨기에), 벡스(독일), 브라흐마(브라질), 주필러(벨기에) 등 수십 개 글로벌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14년 카스를 생산하는 오비맥주 지분 100%를 인수했다.

 

한국만 예외가 된 배경에는 원산지 표시 제도가 있다. 국내 현행법은 원재료 원산지를 최대 2개국까지만 의무 표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원산지가 자주 변경되는 경우’라는 예외 조항도 있다. 오비맥주는 이러한 허점을 이용해 중국산 표기를 누락시킨 것이란 의혹을 받고 있다.

 

▲ 오비맥주가 중국산 맥아를 사용하면서도 이를 표기하지 않아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은 오비맥주 모기업 AB InBev의 벨기에 지역 맥주 브랜드 주필러 양조장 전경. [사진=AB InBev]

  

반면 유럽연합(EU)에는 ‘소비자 식품 정보 제공 규정’이 있어 원산지 누락이 불가능하다. 미국도 농무부(USDA)가 ‘국가별 원산지 표시제(Country of Origin Labeling)’ 준수 여부를 엄격히 감시하고 있다. 브라질 역시 모든 수입·제조 식품에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했다.

 

오비맥주가 중국산 맥아를 사용한 가장 큰 이유는 가격에 있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중국산 맥아는 톤당 75만4267원으로 호주산 대비 30% 저렴하다. 또 지정학적 특성상 한국은 중국과 가까워 운송비 또한 저렴하다. 국내 맥아의 연간 생산량이 최대 200톤밖에 되지 않는 점도 오비맥주가 가격이 저렴한 중국 맥아를 사용한 배경으로 지목된다.

 

한국에서 중국산 맥아에 대한 소비자 불신은 크다. 2023년 중국 칭다오 맥주 공장에서 직원이 원료에 소변을 보는 영상이 확산돼 중국산 맥아에 대한 글로벌 신뢰도는 크게 추락했다. 오비맥주가 중국산 원료를 쓰면서 표기까지 누락한 것은 의도적인 소비자 기만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소비자 신뢰는 외면한 채 한국 소비자를 돈벌이 수단으로만 인식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으로 2411억원을 벌어들였는데 배당 규모는 3328억원에 달했다. 한 해 동안 한국에서 벌어들인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배당을 통해 모회사에 보낸 것이다. 오비맥주 지분은 AB InBev가 100%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를 두고 국부유출 논란까지 일고 있다.

 

▲ 오비맥주 모기업 AB InBev의 다른 맥주 브랜드들은 생산 지역 맥아를 주로 사용한다. 사진은 칭따오 맥주 원료에 오줌을 싸는 공장 근로자. [사진=연합뉴스]

 

주류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맥아를 사용하면 원료값이 줄어들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그러나 중국산 맥아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국내 업체들은 이미 잘 알고 있기에 중국산 맥아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비맥주의 경우 모회사가 외국계인 만큼 다른 기업들에 비해서 소비자 여론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올해 상반기 식약처 맥아 수입 신고 현황을 봐도 중국산 맥아를 들여온 국내 업체는 오비맥주가 유일했다. 하이트진로(테라), 롯데칠성(크러시) 등 경쟁사는 호주·캐나다산을 사용하고 있으며 원재료 표기에도 중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원산지 표시 누락은 소비자 기만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행법의 허점이 소비자 알 권리를 가로막고 있다”며 “이를 악용한 오비맥주에도 명백한 책임이 따른다. 특히 중국산 식재료에 대한 국내 정서를 알면서도 표기를 하지 않은 것은 고의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비맥주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AB-InBev는 글로벌 본사에서 맥아를 관리하고 있고 중국의 일부 공장은 국내에서 만드는 것보다도 훨씬 품질이 좋은 맥아를 생산한다”며 “중국산 맥아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은 인지하고 있지만 모든 중국산 맥아가 나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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