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자산가들의 ‘꿈의 투자처’로 불리던 중소형빌딩 시장이 빠르게 식어가면서 그 자리를 서울 오피스가 차지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똘똘한 한 채’ 열풍을 타고 강남, 마포, 용산 등 서울 주요 도심의 빌딩 거래가 활발했지만 지금은 경기침체와 상권 위축, 금리 부담이 겹치며 중소형빌딩 투자 매력이 줄어든 결과로 분석된다.
대신 투자자들의 눈길은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노릴 수 있는 서울 오피스로 향하고 있다. 최근 프라임급 오피스 거래는 활발하게 이어지고 임대시장도 공실률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서울에 위치한 오피스가 상업용 부동산 투자의 중심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똘똘한 한 채’ 옛말…중소형빌딩, 공실률 증가에 수익성 약화 투자자 외면
중소형빌딩 투자는 주택시장 규제가 강화되던 시기에 각광받았다. 다주택 규제로 아파트 투자가 어려워지자 자산가들 사이에선 ‘똘똘한 한 채’ 투자가 인기를 끌었다. 임대수익도 얻을 수 있고 시간이 지나면 시세차익도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건물 규모가 크지 않아 자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매물이 많아 접근하기 쉬웠다는 점도 인기 배경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2022년 이후 시장은 급격하게 위축됐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서울 중소형빌딩 매매가격지수는 3분기 연속 하락했다. 거래총액도 상반기 3조6000억원으로 전기 대비 30% 넘게 줄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10조원 안팎을 기록했던 모습과 대비된다.
똘똘한 한 채를 향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배경엔 경기침체가 꼽힌다. 건물 임차인을 구하기가 예전만큼 쉽지 않아졌다는 것이다. 2025년 2분기 기준 전국 중대형상가 공실률은 13%를 넘어섰고, 지방 중소도시는 20%에 육박하기도 했다. 건물주가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확보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점도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는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된다. 중소형빌딩 투자는 대출 비중이 높은데 최근 금리 상승으로 금융 비용이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미 가격이 크게 올라 투자 매력이 줄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상권 자체가 약화된 것도 똘똘한 한 채 수요에 직격타로 작용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골목상권과 중소형 상가 건물은 회복이 더뎠다. 특히 서울 외곽이나 지방의 중소형빌딩은 거래가 거의 끊기다시피 하면서 시세 유지조차 어려워 졌다는 설명이다. 사실상 복합적인 요인이 겹치면서 과거의 ‘중소형빌딩 투자 열풍’은 막을 내렸다는 평가다.
불황 속 ‘안전자산’ 부상한 서울 오피스, 임대수요 증가·공실률 하락
서울 오피스 시장은 상업용 부동산 투자에서 확실히 주도권을 잡고 있다. 투자자들은 불황일수록 안정적인 자산을 선호하는데 오피스는 임대수요가 꾸준하고 공실률이 낮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거래 규모를 보면 이러한 흐름이 뚜렷하다. KB국민은행과 젠스타메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이후 서울 오피스 거래총액은 분기마다 4조원 이상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거래총액은 11조원으로 지난해 전체 거래액의 87%에 달했다. 도심권과 강남권이 거래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SI타워와 KDB타워, CJ제일제당 센터 같은 대형 오피스 건물이 잇따라 매각되며 시장을 달궜다.
임대시장도 강세다. 올해 상반기 기준 서울 주요 권역의 임대가격은 전년 대비 5% 이상 올랐고, 여의도는 10% 가까이 뛰었다. 공실률은 도심권 5%, 강남권 4% 수준에 불과해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금융·보험업 고용이 늘면서 오피스 수요가 뒷받침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금융업 신규 취업자는 꾸준히 증가했고, 올해 7월에는 8만명 가까운 신규 고용이 발생했다. 이는 오피스 임대시장을 안정적으로 지탱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덕분에 서울 주요 권역 오피스 실효운용수익율은 4%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이 제한적인 점도 투자 매력을 키우고 있다. 도심 한복판에 새로운 대형 오피스를 짓기란 쉽지 않아 신규 공급은 제한적이다. 기존 프라임급 오피스에 대한 수요가 몰리고 임차료도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원화 약세도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매력 요인으로 작용한다. 해외 자본이 서울 오피스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서울 오피스의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더라도 기업 활동에 필수적인 업무 공간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글로벌 자본이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는 상황에서 서울 오피스는 ‘아시아 내 비교적 저평가된 시장’으로 꼽히는 만큼 투자자 쏠림현상은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강민석 KB경영연구소 부동산연구팀장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과거처럼 똘똘한 한 채라는 투자 공식이 통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자산 유형별, 지역별로 시장 상황은 크게 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오피스는 공급이 제한적이고 수요가 견조해 당분간 강세가 이어질 것이다”며 “중소형빌딩은 거래 회복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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