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년들 사이에서는 자신이 추구하는 분위기와 감성을 ‘나만의 코어’라는 이름으로 표현하고 공유하는 문화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제철 음식과 이색 체험을 즐기는 ‘제철코어’, 부모 세대의 생활을 재해석한 ‘엄빠코어’, 건강과 감성을 결합한 ‘말차코어’ 등 다양한 ‘코어’ 트렌드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특히 주목받는 것은 ‘엄빠코어’다. ‘엄빠코어’는 부모님을 뜻하는 엄마와 아빠를 합쳐 줄인 말인 ‘엄빠’와 특정 분위기나 미학을 의미하는 ‘코어(core)’를 결합한 단어다. 과거에는 촌스럽다고 여겼던 부모 세대의 취향과 일상을 청년들이 오히려 멋스럽고 힙하게 받아들이는 현상을 뜻한다. 최근 20대 청년들 사이에서 부모 세대의 생활 방식을 함께 체험하고, 이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재해석해 즐기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엄빠코어는 오랜 기간 유행해 온 레트로와는 구분된다. 단순히 과거의 유행을 경험하는 ‘1회성 체험’에 가까운 레트로와 달리, 엄빠코어는 부모 세대의 취향과 생활 방식을 청년들이 재해석하여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로 만드는 데 초점을 둔다.
꽃이나 풍경 사진을 찍어서 인스타그램 스토리 올리기, 노포 맛집 찾아다니기, 지역 시장가서 축제 즐기기, 부모님이 즐겨 사용하는 지갑형 휴대폰 케이스 사용하기 등 그간 엄마, 아빠한테서 볼 수 있는 모습이 청년들 사이에서 보이고 있는 것이다.
조호영 씨(29·남)는 “여자친구랑 최근에 놀러간 곳만 해도 정선, 양평 등 서울에서는 조금 벗어난 곳이 많았다”며 “예전에는 오히려 ‘이런 곳에 왜 가’라고 했다면 요즘에는 ‘이런 곳이 더 힙하고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엄빠코어 이전에도 다양한 ‘코어’ 트렌드가 존재했다. 대표적인 예로 제철코어, 말차코어, 그랜파코어 등이 있다. 그중 제철코어는 몇 년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했으며, 계절에 따라 특정 음식이나 재료를 즐기고 이를 SNS에 기록하며 공유하는 문화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봄에는 미나리, 여름에는 복숭아처럼 계절을 떠올리게 하는 식재료를 적극적으로 즐기는 것이다.
양혜진 씨(28·여)는 “봄에는 미나리와 삼겹살을, 여름에는 수박, 가을에는 새우나 전어, 겨울에는 방어를 먹어야 할 것 같다”며 “제철음식은 아무래도 그 계절에 제일 맛있다는 생각이 들다 보니 한 번은 꼭 먹었을 때 그 계절을 제대로 즐겼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SNS 상에서는 이색 복숭아 품종을 예약하는 ‘복숭아 티켓팅’, 일명 ‘복켓팅’에 인기도 무시할 수 없다. 문예은 씨(28·여)는 “몇 년 전 한 선배에게 여름에만 맛볼 수 있는 한정판 복숭아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꼭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매번 까먹거나, 기간을 놓쳤는데 며칠 전 ‘양홍장 복숭아’를 성공해서 배송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말차코어 역시 청년들 사이에서 조용히 유행하고 있다. 특히 제니, 전소미 등 유명 연예인들이 건강을 위해 즐기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커피를 대신하는 건강 음료로 자리 잡기도 했다. 이러한 말차 유행에 투썸플레이스와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도 말차를 활용한 다양한 식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음료뿐만 아니라 말차가 지닌 건강하고 감성적인 이미지가 MZ 세대에게 어필에 성공하면서 패션에도 말차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패션업체 LF는 올여름 패션계 전반에서 그린 계열 아이템을 중심으로 한 ‘말차 코어룩’이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LF 관계자는 “말차 코어 영향으로 그린 계열 색상이 주목 받고 있다”며 “여름 특유의 청량함과 잘 어우러지는 감각적인 그린 컬러가 세련된 스타일링의 핵심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LF몰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8월 20일까지 약 두 달간 ‘그린·카키·민트’에 대한 키워드 검색량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5배 증가하기도 했다.
직장인 안다현 씨(31·여)는 “말차가 유행하면서 친구들과 차선에서 말차 음료를 즐기는 등 다양한 체험을 해봤다”며 “건강과 감성을 동시에 챙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유행에 대해 전문가들은 과거와 현재의 문화를 연결하면서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구축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20대가 ‘엄빠코어’나 ‘제철코어’와 같은 새로운 트렌드를 즐기는 것은 새로운 문화를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구축하려는 시도 중 하나”라며 “SNS와 경험 중심 소비가 보편화되면서 일상 속에서도 차별화된 취향을 드러내고 공유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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