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적으로 Z세대가 사람을 빤히 바라보며 최소한의 반응만 보이는 ‘젠지 스테어(Gen Z stare)’가 논란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온라인 수업과 마스크 착용으로 생겨난 새로운 비언어적 소통 방식이 현재까지 이어지면서, 기성세대와 청년 세대 사이에 또 다른 갈등이 생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틱톡, 인스타그램와 같은 소셜미디어에서는 Z세대(1997~2012년 출생)를 상징하는 현상으로 ‘젠지 스테어’가 화제다. ‘GenZ(Z세대)’와 ‘stare(응시)‘를 합친 이 신조어는 Z세대가 다른 이들을 무표정하게 빤히 바라보는 모습을 일컫는다. 틱톡에서만 ‘#genzsare’ 해시태그가 13만7000건 이상이 등록돼 있다. 젠지 스테어는 특히 회의나 수업과 같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상대방과 눈을 마주치면서 최소한의 반응만 보이는 형태로 나타난다.
이러한 반응이 나타나게 된 원인으로는 코로나 19 시기를 손꼽는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비말로 인한 감염을 막기 위해 마스크 착용과 비대면 수업,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대화 방식이 기존과 크게 변화했다. 이전에는 눈을 맞추고 말로 반응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코로나 시기에는 마스크로 표정을 가리고, 온라인 수업이나 회의에서 카메라를 꺼두는 경우도 많아지면서 ‘묵묵부답’이 자연스러운 상황으로 자리 잡게 됐다.
이에 말 대신 눈빛, 고개 끄덕임, 간단한 단어 등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습관이 강화됐다. 이러한 비언어적 소통 방식이 청년 세대의 새로운 대화 코드로 정착하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청년들의 이러한 행동을 바라보는 기성세대는 종종 ‘자신을 무시당한다’거나 ‘예의가 없다’고 느끼고 있다. 권재혁 씨(63·남)는 “퇴직 이후 젊은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많지 않은데, 길을 묻거나 메뉴를 추천해 달라는 간단한 질문을 했을 뿐인데도 대답을 얼버무리거나 웃으며 넘기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럴 때마다 당황스러웠고, ‘내 질문이 너무 어려웠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젠지 스테어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화제가 되면서,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인 홀리 씨(49)는 “회사에서 신입 사원에게 무언가를 부탁해도 제대로 대답하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며 “어려운 일인지 쉬운 일인지 분명히 말해주는 반응이 필요한 경우도 많은데, 별다른 반응이 없거나 간단히 웃고 넘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심지어 어떤 커피를 마시겠냐는 질문에도 웃고 넘기는 경우가 있어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며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반면 청년 세대는 굳이 말로 덧붙이지 않아도 시선 하나만으로 충분히 의사가 전달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민채란 씨(20·여)는 “카운터 앞에 서 있다면 대부분 주문을 위해 서 있는 것이고, 식당에 갔으면 밥을 먹으러 간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며 “그렇다 보니 때로는 굳이 필요하지 않은 질문을 한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고 말했다.
세대 간의 소통 방식의 차이는 과거에도 볼 수 있었다. 2000년대 초반 ‘노룩(no look) 태도’가 대표적이다. 이는 상대방의 눈을 제대로 바라보지 않고 대화하거나, 고개를 돌린 채 반응하는 행동을 뜻하며, 당시 기성세대는 이를 무례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다.
2010년대에는 스마트폰과 메신저가 활발하게 보급되면서 문자와 카톡이 새로운 소통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응’을 뜻하는 ‘ㅇㅇ’, 긍정적인 답변을 의미하는 ‘ㅇㅋ’처럼 짧게 답장을 보내거나 이모티콘으로만 의사를 전달하는 방식 자체가 기성세대에게 무심하거나 예의 없는 태도로 여겨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세대별 소통 방식의 차이는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소통 코드에 대한 이해와 관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현재 대학에서는 대면 수업이 한창이지만 요즘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 수업 중에도 리액션이나 말수가 다른 세대에 비해 유난히 적다”며 “3년 정도 이어진 팬데믹으로 인해 장기간 사회적으로 격리됐던 코로나 세대의 특성이 반영됐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임 교수는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말을 듣고, 이에 대한 적합한 반응을 떠올려야 하는데, 아무래도 팬데믹으로 인해 상대방과 대화하는 경험이 적다보니 원활한 소통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며 “무조건적으로 이들을 비판하기 보다는 기성세대에게는 없는 이들만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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