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우 iM금융그룹 회장이 연말까지 겸직해온 iM뱅크 행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하면서 차기 은행장 인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벌써부터 차기 행장 후보에 대한 하마평까지 등장한 모습이다. 특히 하마평에 오른 인물 중 황 회장과 유사한 이력을 거친 인물을 차기 행장으로 거론하는 목소리가 많아 주목된다. 유사한 이력을 지닌 만큼 황 회장이 추진해오던 주요 사업을 순탄하게 이어나갈 역량을 갖췄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황병우 발자취 그대로 밟은 성태문·강정훈…iM뱅크 차기 은행장 유력 후보 급부상
금융권 등에 따르면 황 회장은 최근 “올해 말까지 은행장 임기를 마치고 내년부터는 회장직에 전념하겠다”며 연말 퇴임 계획을 공식화했다. iM금융은 이달 말 자회사 CEO 승계 프로그램(이하 자추위)을 가동해 본격적인 후임 선임 절차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지배구조 모범규정에 따라 CEO 승계 절차를 전임자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부터 시작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은행장 인선이 계획대로 순탄하게 마무리된다면 내년 1월부터 임기가 시작될 전망이다.
현재 차기 은행장 하마평에는 총 4명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금융지주 핵심 임원 2명과 은행 핵심 임원 2명이다. 금융지주 출신으론 성태문 그룹가치경영총괄 부사장과 천병규 그룹경영전략총괄 부사장 등이 유력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그동안 iM금융의 경영 전략을 주도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그룹의 중장기 비전을 이어갈 수 있는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성 부사장은 자본 건전성과 리스크 관리 부문에, 천 부사장은 영업 전략과 조직 운영 부문에 각각 강점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iM뱅크 강정훈 경영기획그룹 부행장과 김기만 수도권그룹 부행장도 유력 행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해 iM뱅크가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부행장은 그룹 전략과 ESG 기획 부문을 두루 거친 전략통 인사로 명성이 자자하다. 김 부행장은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현장 직원들과의 소통 능력과 조직 장악력에서 강점을 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iM금융 안팎에선 이들 4명의 후보 중에서도 특히 성 부사장과 강 부행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은행장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그룹 권력서열 1위인 회장직은 계속 유지할 황병우 회장과 여러 가지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어서다. 성 부사장과 강 부행장은 영남대학교와 대구카톨릭대학교를 각각 졸업했다. 모두 대구에 위치한 대학들이다. 특히 성 부사장은 영남대 무역학과 졸업 후 황 회장이 학·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경북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성 부사장과 강 부행장은 황 회장과 마찬가지로 iM금융의 핵심 조직인 ESG전략경영연구소장을 역임한 이력도 지니고 있다. 해당 연구소는 ESG 관련 투자 트렌드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펀드나 대출 상품을 설계하는 주요 부서다. 황 회장 역시 지난 2022년 1월 iM금융(당시 DGB금융) ESG전략경영연구소장에 임명된 뒤 1년 후인 2023년 1월 iM뱅크(당시 대구은행) 은행장에 발탁됐다.
다만 나이에선 두 사람에 대한 평가가 서로 엇갈린다. 성 부사장은 1967년생으로 황 회장과 동갑이다. iM뱅크에서 지점장, 센터장, 마케팅본부장 등을 두루 거친 ‘영업통’ 출신으로 현장 영업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는 인물이다. 성 부사장은 지난해 2024년 12월 iM금융의 그룹가치경영총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일각에선 황 회장이 지주 회장직을 역임하는 만큼 같은 나이의 은행장을 어려워 할 가능성을 염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반면 강 부행장은 황 회장 보다 두 살 어린 1969년생이다. 강 부행장은 ▲아이엠금융지주 미래기획부 부장 ▲아이엠금융지주 그룹미래기획총괄 겸 경영지원실장 겸 이사회사무국장(상무) ▲아이엠금융지주 ESG전략경영연구소장 등을 거쳐 현재 iM뱅크 경영기획그룹 부행장으로 재직 중이다. 경영지원실장, 이사회사무국장, ESG전략경영연구소장 등은 전부 황 회장이 역임했던 직책들이다.
금융권 안팎에선 은행장 선임 과정이 철저한 절차를 거치긴 하겠지만 마지막엔 황 회장의 의중이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의사결정기구의 최고 결정권자가 황 회장의 고교 동문 인사인데다 황 회장 본인도 자추위에 참여하고 있서다다. 이번 자추위는 조강래 위원장을 포함해 장동헌 사외이사, 이강란 사외이사, 황 회장 등 총 4명으로 구성됐다. 특히 조 위원장은 대구 경북고 출신으로 황 회장과 동향 인사라는 점에서 의사결정 과정에서 황 회장의 입김이 완전히 배제되긴 어려울 것이란 주장이다.
특히 황 회장이 지난 2년 간 회장직과 은행장 자리를 동시에 맡으며 큰 그림을 그려온 만큼 경영 전략의 지속 가능성을 염두해서라도 자신과 비슷한 이력을 거친 인물을 앉힐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iM뱅크는 지난해 시중은행 전환으로 지방은행에서 전국은행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며 “그러나 수도권 영업 확대와 디지털 채널 강화라는 숙제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차기 은행장은 황 회장이 추진해 온 업무들을 순탄하게 이어나갈 수 있는 비슷한 역량이나 이력을 거친 인물을 고려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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