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 훈풍 꺼지자…AI 테마주, 3개월 만에 40% 급락 종목 속출
‘소버린’ 훈풍 꺼지자…AI 테마주, 3개월 만에 40% 급락 종목 속출

정책 기대감에 힘입어 급등했던 인공지능(AI) 관련 테마주가 최근 뚜렷한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AI 테마주 투자 신중론이 불거지고 있다. 뚜렷한 실적 개선이나 후속 정책 모멘텀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결과로 분석된다. 불과 3개월 만에 AI 테마주 주가는 평균 8% 넘게 하락했으며, 일부 종목은 40% 가까이 급락하는 등 낙폭이 컸다.

 

‘소문난 잔치’된 AI 테마주…3개월 새 40% 넘게 급락한 종목도 등장


19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 6월 중순부터 이날(오전 11시20분 기준)까지 약 3개월간 주요 AI 테마 관련 종목들은 평균 8.43%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각각 12.01%, 9.03%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AI 테마주의 낙폭은 더욱 두드러졌다. 


특히 AI 데이터 수집 및 가공을 전문으로 하는 크라우드웍스는 이 기간 40.55% 급락하며 관련 종목 가운데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6월 당시만 하더라도 정부의 ‘소버린 AI’ 전략과 맞물려 고품질 한국어 데이터 구축의 핵심 기업으로 주목받으며 6월 18일 종가 기준 1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장기간 이어진 적자에 대한 우려가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면서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크라우드웍스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 연속 매년 순손실을 기록 중이다. 연도별 당기순손실 규모는 ▲2020년(-61억원) ▲2021년(-245억원) ▲2022년(-134억원) ▲2023년(-96억원) ▲2024년(-92억원) 등이다. 올해도 1분기 34억원, 2분기 3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약 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발표와 차익 실현 매물 출회가 겹치면서 현재 주가는 5660원을 기록하며 고점 대비 반 토막 난 상태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또 다른 대표 종목인 코난테크놀로지도 최근 3개월 간 35.52% 하락하며 큰 폭의 낙폭을 기록했다. 코난테크놀로지는 지난 7월 29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하면서 투자 심리가 급속히  위축됐다. 특히 최근 4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인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6월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AI 사업 다각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는 4만5000원을 넘어섰지만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며 현재는 2만6000원대에 머물고 있다. 


이외에도 같은 기간 ▲씨이랩(-36.02%) ▲시선AI(-31.13%) ▲비큐AI(-28.01%) ▲솔트룩스(-27.42%) ▲심플랫폼(-22.86%) ▲비아이매트릭스(-21.15%) ▲모아데이타(-17.39%) ▲마음AI(-17.69%) ▲바이브컴퍼니(-17.82%) ▲오픈베이스(-15.87%) 등 주요 AI 스몰캡 상당수가 10~30%대 하락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AI 테마주는 새 정부 출범 직후 정책 수혜 기대감이 집중된 대표적인 섹터였다. 정부는 지난 6월 ‘AI 강국 도약 전략’과 ‘소버린 AI’ 구축 계획을 발표하며 AI 주권 확보와 국산 대형언어모델(LLM) 육성을 주요 목표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관련 종목들은 급등세를 보이며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실적 기반보다는 단순 정책 기대에 의존한 단기 상승 흐름이 이어지면서 일부 종목은 기업가치(밸류에이션) 대비 주가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기술력과 실적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기업들이 정책 테마에 편승해 급등하면서 과열 양상을 보였다”며 “이후 뚜렷한 후속 정책이나 구체적인 사업 연계가 부족했고, 해당 기업들의 수익화 전략 역시 미흡해 투자자들의 실망 매물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 [사진=연합뉴스]

 

해외에서는 국내 AI 산업의 추진 방향에 대해 우려의 시선이 감지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소버린 AI’ 프로젝트가 상징적인 선언에 그치고 있다”며 “막대한 자금과 인재가 투입되고 있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이어 “AI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반 기술을 다시 개발하기보다는 의료, 금융, 공공서비스 등에서 실용적인 맞춤형 도구를 구축하는 것이 더 큰 경제적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국내 상장 AI 기업 다수는 아직 흑자 전환에 성공하지 못한 상태다. 대부분이 정부 과제 수주와 연구개발(R&D) 비용 부담에 의존하고 있어 실질적인 수익 창출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연계 방안과 민간과의 협업 전력이 동반되지 않으면 AI 관련 기업들의 주가 반등은 제한적일 수 있다며 ‘투자 신중론’을 제기하고 있다. 단순한 기대감만으로 주가를 지탱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 정부가 AI 산업 육성에 힘쓰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일부 기업들의 주가는 실제 사업성 및 실적과 무관하게 정책 기대감에 편승해 과도하게 상승한 측면이 있다”며 “기술력과 사업성, 수익성 등 실질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선별하는 옥석가리기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 역시 AI 산업의 지속 가능하고 실질적인 성장을 위해 더욱 구체적이고 실행력 있는 정책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민간과의 협업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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