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 박창훈 사장의 경영 행보가 도마 위에 올랐다. 2분기 카드업계 최다 민원, 최대 순이익 하락이라는 겹악재에 휩싸였다. 특히 민원 중 상당수가 상품 설명 부족, 부당한 카드 발급 유도, 모집인의 불완전 판매 등 금융 소비자와 관련 깊은 내용이라는 점에서 현 정부의 금융정책 기조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카드업계 안팎에선 ‘反이재명’에 가까운 박 사장의 경영 행보가 신한금융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7개 카드사 중 2분기 민원 환산건수 1위, 순이익 감소폭도 41% 최대
18일 여신금융협회 공시정보포털 등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신한카드의 민원건수는 총 322건에 달했다. 7개 전업 카드사(삼성·신한·KB국민·현대·우리·롯데·하나) 중 가장 많은 높은 수준으로 신한카드를 제외한 나머지 카드사 중에서 민원건수가 200건을 초과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단순 이첩민원과 자율조정 민원 등이 민원건수 산정에서 제외된 것을 고려하면 실제 민원건수는 더욱 많은 것으로 추산됐다.
신한카드가 가장 많은 회원 수를 보유한 것을 고려해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2분기 회원 10만명당 민원 건수를 의미하는 환산건수도 1.46건으로 전업 카드사 중 가장 높았다. 이어 ▲현대카드(1.31건) ▲롯데카드(1.29건) ▲KB국민카드(0.93건) ▲삼성카드(0.84건) ▲하나카드(0.68건) ▲우리카드(0.52건) 등의 순이었다. 특히 업계 1위를 두고 경쟁 중인 삼성카드에 비해서는 약 2배 가량 많은 민원건수를 기록했다. 앞서 신한카드는 1분기에도 전체 민원 환산건수 업계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2분기 발생한 전체 민원의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금융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영업 행위와 관련된 내용이 유독 많았다. 고객 모집이나 마케팅 과정에서 발생하는 영업 관련 민원의 유형으론 ▲상품 설명 부족 ▲부당한 카드 발급 유도 ▲모집인의 부적절한 행위 ▲허위·과장 광고 등이 있다. 2분기 신한카드의 영업 관련 민원건수는 95건으로 전 분기(67건) 대비 41.8% 급증했다. 같은 기간 채권(+13.2%), 제도정책(+3.6%) 관련 민원도 일부 증가했지만 영업 민원의 상승 폭에는 미치지 못했다.
카드업계에선 신한카드의 무리한 영업 활동 배경에 과도한 실적 압박이 자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 내부에서는 분기별로 정해진 카드 발급 목표치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고객에게 더 강하게 상품 가입을 권유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그 과정에서 충분한 설명 없이 발급이 이뤄지거나 고객이 원치 않는 권유가 반복되면 소비자가 압박을 느껴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주목되는 점은 박 사장은 소비자 배려와 맞바꾸려 했던 성과조차 얻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2분기 신한카드의 당기순이익은 1109억원으로 전년 동기(1943억원) 대비 42.9% 감소했다. 이러한 실적 하락은 수수료 인하와 대손비용 증가 등 업계 전반의 악화된 환경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큰 것으로 평가됐다. 같은 기간 다른 카드사들의 2분기 실적(변동율)은 ▲롯데카드(-28.2%) ▲삼성카드(-18.2%) ▲하나카드(-11.7%) ▲우리카드(-9.5%) ▲현대카드(+1.0%) ▲KB국민카드(+14.6%) 등이었다.
금융권 안팎에선 올해 신한카드의 행보를 두고 ‘위태롭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재명정부가 금융소비자보호를 금융정책의 제1원칙으로 내세운 만큼 박 사장의 경영 행보가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드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부정적 파장이 신한금융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지난 15일 이억원 신임 금융위원장은 국내 금융지주 회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소비자 중심의 금융과 신뢰 기반 금융으로의 전환을 강조했다. 이틀 전인 16일엔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직접 카드사 CEO들을 만나 금융소비자 보호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영업 민원 건수가 급증했다는 것은 소비자들에 대한 무분별한 영업 행위가 이뤄졌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고객을 대상으로 충분한 설명 없이 무리하게 카드 발급을 압박했다면 나중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 정부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금융정책의 최우선 원칙으로 삼고 있고 최근에는 금융당국 수장들이 직접 현장에 나서 소비자 중심 경영을 강력히 주문했다”며 “타 카드사에 비해 높은 신한카드의 민원 건수는 이러한 정부의 정책과 상충하는 노선을 타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도 충분해 보인다”고 말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민원 대부분이 영업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조직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며 “신한카드의 경영진이 소비자 보호보다는 실적을 우선시하는 방식의 리더십을 유지해오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금융사는 타 업종에 비해 특히나 소비자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며 “소비자의 신뢰가 훼손되면 신한카드를 넘어 ‘신한’이라는 브랜드 가치가 크게 훼손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사안과 관련, 신한카드 관계자는 “신한카드는 타 카드사에 비해 전체 회원 수가 많아 민원 건수도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다”며 “또한 다양한 상품군을 운영하고 있어 이 역시 절대적인 민원건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2분기에는 카드론과 리볼빙 등 대출 상품의 일부 내용이 변경되면서 이에 대한 고객 문의가 증가했고 이로 인해 영업 관련 민원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카드사마다 민원 건수를 집계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어 자사의 민원건수가 상대적으로 더 많게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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