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뒷전, 치적만 급급” 우리금융 내부서 ‘임종룡 규탄’ 여론 확산
“직원 뒷전, 치적만 급급” 우리금융 내부서 ‘임종룡 규탄’ 여론 확산

최근 우리금융 내부에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이하 우리금융) 회장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임 회장이 인수를 주도한 동양·ABL생명 임직원들에게 지급한 위로금 규모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우리은행 직원들이 지급받은 성과급 보다 큰 것으로 밝혀진 탓이다. 우리금융 내부에선 “직원은 뒷전이고 본인 치적 쌓기만 급급하다” “연임을 위한 명분 쌓기” “돈은 직원이, 생색은 회장이”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쥐꼬리 성과금’ 논란 뇌관 터트린 동양·ABL생명 거액 위로금…反임종룡 목소리 고조

 

17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최근 동양·ABL생명 노조와 임금 및 단체협약을 최종 타결했다. 당초 양사 노조가 고용보장 및 보상 방안을 강도 높게 요구하며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우리금융이 특별격려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하면서 협상이 순탄하게 마무리됐다. 일반적으로 위로금은 매도자가 매각 이익을 직원과 나누는 구조이지만 이번 특별위로금은 매도자와 무관하게 매수자인 우리금융이 직접 결정한 것이 특징이다.

 

우리금융은 동양생명의 직원들에게 임금 4.7% 인상과 함께 특별격려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특별격려금은 기본 500만원에 근속 연차별로 기본급의 140~270%를 추가 지급하는 식으로 책정하기로 했다. 만약 총액이 1천만원에 못 미칠 경우에는 최소 1천만원을 보장하기로 했다. ABL생명 직원들에게도 임금 4% 인상과 함께 특별격려금 1천만원을 일괄 지급하기로 했다.

 

▲ 지난 5월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사 앞에서 열린 동양·ABL생명 노조 집회 현장. ⓒ르데스크

 

우리금융 내부 직원들에 따르면 우리금융이 적극적으로 노사 협상에 나선 데에는 임종룡 회장의 의중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임 회장은 우리금융 본사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비은행 부문 강화는 그룹의 최우선 과제다”며 동양·ABL생명 인수 완수 의지를 간접적으로 피력했다. 이번 특별격려금 역시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 전략의 연장선상에서 해석된다는 것이 내부 직원들의 설명이다.

 

그런데 이번 협상 내용이 알려진 이후 우리금융 내부에선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 임종룡 회장에 대한 강도 높은 규탄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동양·ABL생명 직원들에게 지급된 특별격려금 수준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우리은행 직원들이 받은 성과급 보다 많다는 이유에서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3조394억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3조 클럽’에 진입했다. 전년(2조5056억원) 대비 21.3% 증가한 수치로 은행 역사상 최대 실적이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은행 직원 1인당 평균 성과급 요율은 기본급의 232%에 그쳤다. 동양생명·ABL생명 직원들이 지급받는 1천만원 이상 수준의 특별 격려금과 비교하면 오히려 실적을 낸 기존 직원들이 더 적은 보상을 받은 셈이다. 우리은행의 낮은 성과급은 올해 초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해 우리은행 직원들의 성과급 요율은 ▲신한은행(+280%) ▲하나은행(+280%) ▲KB국민은행(+250%) 등에 비해 18%p~48%p 가량 적었다. 

 

▲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사진=연합뉴스]

 

우리은행 직원들은 낮은 성과급 기조가 임 회장 취임 이후 더욱 두드러졌다는 점도 문제 삼고 있다. 직원 성과는 인정하지 않고 오로지 ‘비금융 강화’라는 개인의 치적 달성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임 회장 취임 직전인 2022년 우리은행은 2조919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고 당시 직원들에게는 기본급의 292%에 달하는 성과급이 지급됐다. 사상 처음으로 순이익 3조원을 돌파한 지난해에 비해 60%p 가량 높은 수준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우리은행 내부 직원은 “지난해 은행원들은 몸을 갈아 넣으며 실적을 만들었는데 아무런 기여 없이 그냥 들어온 신규 직원들에게 우리보다 많은 돈을 주는 게 말이 되나”라며 “이건 엄연히 기존 직원들에 대한 역차별이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직원은 “보험사 인수와 보상 과정이 마치 누군가의 업적처럼 포장되고 있다”며 “정작 그동안 열심히 일한 사람은 외면당하고 윗선에서 보여주기식 치적 쌓기에만 몰두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내부 직원들의 부정적 여론은 경영진의 경영 능력 평가에도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지주 실적의 본체는 은행이고 그 실적을 만든 직원들의 사기를 꺾는 정책은 그룹 전체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번 반발은 단순한 일시적 불만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분출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성과의 배분 구조에 대한 내부 신뢰가 무너질 경우 아무리 외형 성장을 이뤄도 리더십을 인정받기 어렵다”며 “임 회장의 연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일련의 사안과 관련, 우리금융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끝내 연락이 닿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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