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플레이션 속 ‘알뜰 메뉴’ 포장된 반 마리, 가격은 반값 아니었다
닭플레이션 속 ‘알뜰 메뉴’ 포장된 반 마리, 가격은 반값 아니었다

닭 한 마리는 2만원, 반 마리는 1만3000원. 닭플레이션 속에 등장한 반마리 메뉴가 겉으론 합리적인 선택으로 포장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절약 효과가 거의 없는 ‘꼼수 상술’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치솟는 닭 가격에 소비자 부담은 늘어나는데 비싼 가격에 판매되는 반마리 메뉴가 소비자 불신만 키운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서울 내 식당들이 판매하는 삼계탕 한 그릇 평균 가격은 1만8000원으로 조사됐다. 16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서울에서 삼계탕 외식비 평균 가격은 지난달 1만8000원으로, 지난 7월 1만7923원보다 77원 올랐다. 삼계탕 가격은 2022년 8월 1만5462원에서 2023년 1월 1만6000원, 작년 7월 1만7000원을 넘어섰다. 이후 지난달 1만8000원으로 오르면서 3년 동안 평균 2500원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닭값 급등에 따라 식당들은 반계탕을 내놓기 시작했지만 가격 차이는 크지 않다. 서울 시내 한 삼계탕 전문점은 한 마리 삼계탕을 1만9000원, 반계탕을 1만3000원에 판매했다. 닭을 절반만 쓰면서 가격은 절반인 9500원이 아니라 6000원만 낮춘 셈이다. 또 다른 식당 역시 한 마리 삼계탕 1만7000원, 반계탕 1만원으로 책정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절반 가격’이라는 기대와 거리가 멀다.

 

▲ 그간 서민 음식의 대명사로 불리던 닭을 활용한 음식들의 가격이 크게 상승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삼계탕 가게 메뉴판(왼쪽)과 해당 가게에서 판매하는 삼계탕의 모습. ⓒ르데스크

  

삼계탕뿐만 아니라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달 국내 치킨 전문점 브랜드 평판 1위를 차지한 BBQ는 1인 가구를 위한 ‘반 마리 치킨’을 출시했다. 가격을 살펴보면 일부 메뉴는 한 마리 치킨 대비 최소 2000원에서 최대 2500원 저렴한 수준에 그쳤다.

 

BBQ의 인기 메뉴 ‘황금올리브치킨’은 한 마리가 2만3000원, 반 마리는 1만2500원이다. ‘핫크리스피치킨’은 한 마리 2만4000원, 반 마리 1만3000원이며, ‘양념치킨’은 한 마리 2만4500원, 반 마리 1만3500원으로 책정돼 있다.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 편이라 소비자가 절약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

 

또 다른 한 치킨 프랜차이즈인 가마치 통닭의 경우 테이크아웃할 경우 2마리에 2만원이지만 한 마리에는 1만1000원에 가격을 책정했다. 수원 광교에 위치한 옛날통닭 전문점도 두 마리는 1만6000원에 판매하지만 한 마리는 8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직장인 최주희 씨(35·여)는 “치킨이나 반계탕을 한 마리가 아닌 반 마리를 사먹을 때는 한 마리보다는 확실히 저렴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사먹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한 마리와 반 마리의 가격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은 것 같아 다음에는 다소 비싸게 여겨지더라도 한 마리를 사서 두 번에 나눠 먹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서울 시내에 위치한 프랜차이즈 치킨 가게 앞에 붙어 있는 가격표의 모습. ⓒ르데스크

 

직장인 왕선영 씨(27·여)는 “요즘 닭 값이 많이 올라 퇴근 후에 치킨 한 마리를 사먹기에도 부담이 될 때가 많다”며 “그래서 반 마리를 사 먹을까 생각해 본 적이 많지만, 한 마리와 가격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아서 늘 한 마리를 시켜 먹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반 마리가 소비자에게 가격 부담을 낮춘 선택지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절약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반 마리 메뉴는 최근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 닭 값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지만, 소비자가 가격과 양을 제대로 비교하지 않으면 ‘눈속임’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마리 메뉴는 심리적 가격 전략의 일환으로, ‘반만 사도 절약’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지만 실제 한 마리 가격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다면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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