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즈 열풍에 기생하는 ‘되팔이 경제학’…정작 팬들은 빈손
굿즈 열풍에 기생하는 ‘되팔이 경제학’…정작 팬들은 빈손

최근 인기 굿즈를 대량으로 사들여 중고 거래 시장에 프리미엄을 붙여 고가에 되파는 이른바 ‘되팔이’ 현상이 반복되면서, 정가로 구매하려던 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난 주말 메가박스는 인기 애니메이션 영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의 키링 굿즈를 재판매했다. 가격은 단품 기준 1만1900원, 팝콘과 음료가 포함된 콤보 세트는 1만4900원으로 지난달 22일 1차 판매와 동일했다. 이번에도 1인당 최대 10개까지 구매가 가능했던 ‘일륜도 키링’은 작품 속 상징 무기 ‘일륜도’를 미니어처로 구현한 제품으로 정교한 디테일과 고급스러운 디자인이 특징이다. 애니메이션 팬뿐 아니라 굿즈 수집가들 사이에서도 높은 소장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일부 소비자들의 되팔이 문제로 팬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2차 판매 당시 영화관 개장 전부터 기다려 구매했다는 ‘오픈런’ 후기가 SNS에 다수 올라왔다. 각 매장당 입고 수량이 100개 남짓에 불과한데 1인당 구매 한도가 10개로 설정되면서 오랜 시간 기다린 팬들에게 불공정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SNS상에는 “새벽 7시에 갔는데도 이미 대기 인원이 가득했다”거나 “앞사람이 10개나 사가면서 정작 기다린 팬들은 빈손으로 돌아갔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일부 팬들은 “중고 거래 시장에서 되팔이를 할 게 뻔한데 메가박스가 제재하지 않는다”는 불만도 토로했다.

 

▲ 지난 주말 귀멸의 칼날 굿즈 구매를 위해 영화관을 오픈런한 팬들의 후기가 SNS에 이어졌다. 사진은 메가박스에서 판매된 굿즈의 모습. [사진=메가박스]

 

현재 당근마켓, 번개장터 등 중고 거래 플랫폼에는 키링이 4만원 이상에 판매되고 있다. 10개를 한꺼번에 구매한 경우 최대 110만원까지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정가 대비 10배가량 웃돈이 붙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키링을 원하는 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값을 지불하고 있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재입고 시점과 물량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대략 2차 판매 물량과 비슷할 것”이라며 “현재는 품절 상태로, 3차 판매를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되팔이 논란은 비단 이번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2023년 극장가를 강타한 ‘슬램덩크’의 경우 SMG홀딩스 팝업스토어에서 인기 굿즈 구매 수량 제한이나 입장 시간 관리가 없어 리셀을 조장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현장에서는 일부 고객이 상품을 싹쓸이하는 장면이 목격됐고, 1만5000원짜리 키링이 5만원에 거래되는 등 가격이 폭등했다.

  

제품 자체의 고가 논란도 불거졌다. CGV 행사에서 판매된 키링은 1만5000원이었지만 같은 제품이 팝업스토어에서는 1만8000원에 판매됐다. 특히 지우개 5개 세트가 2만5000원에 달하는 등 합리성을 의심케 하는 가격 책정도 논란이 됐다.

 

▲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웃돈을 붙여 판매되고 있는 귀멸의 칼날 키링의 모습. [사진=당근 갈무리]

 

리셀러들의 재판매 과정에서는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25만원에 구매한 굿즈를 70만원에 되팔거나 1만5000원짜리 키링이 5만원에 올라오는 사례도 속출했다. 프로야구 KBO 인기에 편승한 ‘크보(KBO)빵’ 띠부씰에서도 반복됐다. 지난 5월 SPC삼립이 생산을 중단하면서 희소성이 커진 띠부씰은 중고 시장에서 원가(1900원)의 5~10배에 거래됐다. 기아 타이거즈 김도영 선수 국가대표 유니폼 띠부씰은 1만5000원, 한화 이글스 류현진 띠부씰은 1만3000원까지 호가했다.

 

전문가들은 되팔이 논란에 대해 제도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한정판 상품 판매에서 수량 제한이나 판매 관리가 미흡하면 되팔이들이 시장을 장악한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 매출 증대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충성 고객 이탈과 브랜드 신뢰도 하락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귀멸의 칼날처럼 인기가 높은 콘텐츠의 경우 팬들이 정가에 접근할 수 있도록 물량을 늘리고 매장당 입고 수량과 구매 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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