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브레인 ‘최민정 사단’ 광폭행보에 SK그룹 권력 지각변동 가능성
글로벌 브레인 ‘최민정 사단’ 광폭행보에 SK그룹 권력 지각변동 가능성
[사진=SK그룹]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차녀인 최민정 씨의 행보가 재계 안팎의 조명을 받고 있다. 최 씨는 최근 미국에서 인공지능(AI) 기반 헬스케어 스타트업 창업과 동시에 미국, 호주 등지에서 구축한 광범위한 인적 네트워크를 앞세워 사업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재계 안팎에선 최 씨의 회사가 단순한 개인의 창업을 넘어 경영 감각과 차세대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능력을 평가하는 일종의 경영 수업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일각에선 최 씨가 내놓는 결과물에 따라 최윤정(SK바이오팜 부사장)·최민정 체제의 ‘SK그룹 자녀경영’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도 나온다.

 

美 현지 바이오 스타트업 이끄는 SK家 차녀…SK그룹 ‘뉴 브레인’ 떠오른 ‘최민정 사단’

 

1991년 서울 출생인 최 씨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이에서 태어난 둘째 딸이다. 최 씨는 중국 북경대에서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조지타운 대학교에서 국제경영정책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최 씨는 대학 재학 중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 파운더 시큐리티스 등에서 인턴 경험을 쌓았으며 졸업 후엔 중국의 유명 투자회사인 홍이투자에서 글로벌 M&A 애널리스트로 근무했다. 2019년 SK하이닉스에 대리급으로 입사했으나 얼마 되지 않아 휴직했다. 이후 미국으로 넘어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원격치료 전문 스타트업 ‘던’에서 무보수 자문 역할을 맡았다. 

 

최 씨는 지난 2023년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인티그럴 헬스’(Integral Health)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해당 기업은 인공지능(AI) 기반 헬스케어 스타트업으로 다른 헬스케어사 또는 보험사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심리 건강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미국 헬스케어 업계 등에 따르면 ‘인티그럴 헬스’는 미국 내 300명 이상의 정신과 의사들과 약 31곳의 외래 진료소를 통해 심리 건강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최근 현지 대형 의료기관인 가톨릭 메디컬 파트너스와도 협력해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인티그럴 헬스’의 공격적인 사세 확장의 배경에는 최 씨 주변의 든든한 우군이자 관련 분야에 남다른 전문성을 지닌 인재들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른바 ‘최민정 사단’으로 불리는 이들이 회사 안팎에서 ‘인티그럴 헬스’ 성장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인물은 ‘인티그럴 헬스’ 최고 기술 관리자(CTO)를 역임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신’(Vladimir Shin) 씨다. 신 씨는 미국 버팔로 대학 약학과 박사 출신으로 뉴욕 웨스트체스터 메디컬 센터에서 종양학 전문의로 활동한 이력을 지녔다.

 

신 씨는 지난 2021년 코로나19 당시 뉴욕주 보건부와 협력해 약 40만회분의 백신을 직접 배포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또 민주당 소속의 현 뉴욕주 주지사 캐슬린 호컬(Kathleen Hochul)과 함께 지역 팝업 사이트에 100만회분 이상의 백신을 배분하는 등 뉴욕 지역 백신 접종률 향상에 기여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신 씨는 의료 분야 외에 미국의 유명 벤처 캐피탈 회사인 세쿼이아 캐피탈, 화장품 제조사 썸티닉, 쿠팡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에서 근무한 이력도 지니고 있다.

 

‘최민정 사단’의 또 다른 핵심 인물로는 예일대 의학과 박사 출신인 정신의학 전문가 ‘바론 초우다리’(Varun Choudhary)와 임상 전문가인 ‘제시 코르테’(Jessie Korte) 등이 꼽히고 있다. 초우다리는 미국 정신의학 및 신경과 학회의 인증을 받은 정신의학 분야 전문가다. 과거 미국의 정신건강 스타트업인 ‘톡스페이스’(Talkspace), 가상현실(VR)을 활용한 미국의 행동 치료 플랫폼 ‘플로레오’(Floreo) 등에서 최고의료책임자(CMO)를 역임하기도 했다. 코르테는 정신건강 분야에서 15년 이상의 임상 및 경영 경험을 지닌 전문가로 미국 내 다수의 행동건강 기관과 비영리단체에서 프로그램 총괄, 전략 기획 등을 수행한 이력을 지녔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인티그럴 헬스’는 주요 경영진 외에 고문진 또한 화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인트그럴 헬스 고문단에는 ▲정세주 ▲이명선 ▲리사 브루베이커 ▲마이클 메릴 박사 ▲마이클 크롭 박사 등 총 5명이 속해 있다. 정세주 고문은 미국 비상장 헬스케어 기업 중 가장 규모가 큰 ‘눔’(Noom)의 창업주다. 현재 세계경제포럼 한인창업자연합 의장을 맡고 있다. 또 다른 한국인 이명선 고문은 미국 내 아시아계 커뮤니티를 타깃으로 헬스케어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클레버케어’(Clever Care)의 창업주다. 현재 서울메디컬그룹(SMG) 대표이사직도 겸직하고 있다.

 

미국인 고문들의 이력도 상당히 화려하다. 리사 브루베이커 고문은 미국을 대표하는 보험사 ‘센테네’의 CEO를 역임한 이력을 지녔다. 마이크 메릴 고문은 미국 정신의학 분야에서 명성이 자자한 인물로 현재 ‘버팔로 정신병원’ 원장을 맡고 있다. 마이클 크롭 고문은 뉴욕의 유명 보험사인 ‘인디펜던트 헬스’ CEO를 역임하고 있다. 미국 헬스케어 업계 관계자는 “보수적 성향이 강한 미국 의료 분야의 특성 상 이들을 고문으로 내세운 것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이런 유명 인사들을 영입한 최 씨의 능력을 높게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언니는 안에서, 동생은 밖에서…인맥왕 딸들의 광폭 행보에 ‘자녀경영’ 등장 가능성 대두

 

최 씨는 회사 밖에서도 폭 넓은 네트워크를 보유한 ‘인맥왕’으로 유명하다. 그와 두터운 친분 관계를 지닌 대표적인 인물로는 호주 ‘마일즈 어드바이저리’(Miles Advisory)의 헬스테크 부문 인사담당 임원 ‘톰 센추코프’(Tom Senchukov)가 첫 손에 꼽힌다. 영국 출생인 톰 센추코프는 과거 미국 현지 헬스테크 기업 ‘멘로 파크 리쿠트먼트’ 수석 컨설턴트로 활동할 당시 최 씨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는 톰 센추코프가 마일즈 어드바이저리로 이직할 당시 “정말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사람이다”는 내용의 추천서를 직접 써주며 남다른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 가운데)과 장녀 최윤정 SK바이오팜 부사장(사진 왼쪽), 차녀 최민정 인티그럴 헬스 CEO(사진 오른쪽). [사진=로컬라이즈군산 SNS 갈무리]

 

최 씨가 학창시절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을 걸쳐 쌓아 올린 글로벌 네트워크는 향후 SK그룹의 든든한 성장요인이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SK그룹이 바이오 분야를 미래 먹거리로 선정하고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미리 ‘인티그럴 헬스’를 통해 미국 바이오 분야 네트워크를 구축해 놓은 최 씨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일각에선 상황에 따라 최 씨가 언니인 최윤정 부사장과 함께 그룹을 이끄는 ‘자녀경영’ 체제 등장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SK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은 바이오 분야의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웠던 수십년 전부터 바이오 사업을 적극 키워왔다. 이후에도 줄곧 바이오·배터리·반도체(B·B·C)를 SK그룹의 3대 성장 축으로 언급했다. 그 결과 SK그룹은 ▲SK바이오팜 ▲SK팜테코 ▲SK바이오사이언스 ▲SK플라즈마 등 다수의 계열사를 설립하며 신약 개발, 위탁생산, 백신 개발,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했다. 최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사업개발본부장(부사장) 역시 2017년부터 현재까지 SK바이오팜에서 근무하고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너 일가의 스타트업 창업은 단순히 개인의 도전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볼 수 있다”며 “특히 최 씨가 보유한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와 인재 풀은 향후 그룹 차원의 해외 진출 및 오픈 이노베이션 측면에서 큰 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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