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 불량 · 무허가 · 잠적…온라인 쇼핑 신뢰 하락에 오프라인 반사이익
짝퉁 · 불량 · 무허가 · 잠적…온라인 쇼핑 신뢰 하락에 오프라인 반사이익

소비자들의 소비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 대중화 이후 30년 가까이 지속돼 온 온라인 중심의 판도가 서서히 오프라인으로 옮겨가고 있다. 아직까진 온라인이 압도적인 모습이긴 하지만 일부 제품군에선 소비자 신뢰 하락에 따른 오프라인 강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가격이 비싸고 직접 품질 확인이 필요한 패션·뷰티 제품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그 여파가 점차 다른 제품군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점차 온·오프라인 간에 균형이 맞춰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자·불량, 무허가 판매, AS·배송 불량, 판매자 잠적 등 ‘말 많고 탈 많은’ 온라인 쇼핑

 

온라인 쇼핑 관련 소비자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고가의 명품 브랜드 제품을 모방한 가품 판매, 이른바 ‘짝퉁’ 피해부터 시작해 제품 하자·불량, 무허가 판매, AS·배송 불량 및 판매자 연락 두절 등 피해 사례 또한 다양하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022년부터 올해 2월까지 약 3년간 1372소비자상담센터 및 국제거래소비자포털 등에 접수된 주요 온라인 플랫폼의 가품 관련 상담 건수는 총 1572건에 달했다. 또 올해 1~8월 유명 브랜드 사칭 관련 소비자 상담 건수도 137건이나 됐다. 

 

해외 온라인 플랫폼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자주 사용하는 알리익스프레스 등 해외 온라인 플랫폼에서 판매 중인 7개 국내 브랜드의 20개 제품을 점검한 결과 무려 15개 제품이 ‘짝퉁’이었다. 모양이나 로고, 소재가 다르거나 제품 표시사항이 없는 식이었다. 심지어 어린이 완구 제품인데도 도색, 재질 등 품질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제품도 많았다. 해당 제품들은 정상가 대비 45%에서 최대 97%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되다 보니 피해자 또한 적은 수준이 아니었다. 

 

▲ 고가의 명품 브랜드 제품을 모방한 온라인 쇼핑 관련 소비자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압수된 짝퉁 화장품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몇 해 전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SNS 라이브 커머스’ 관련 소비자 피해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SNS 라이브 커머스’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 인기 SNS 플랫폼의 라이브 방송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제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방식을 말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22년부터 지난 6월까지 ‘SNS 라이브 커머스’에서 구매한 의류·섬유 용품 관련 소비자 상담 건수는 444건에 달했다. 상담 신청 사유는 ‘청약 철회 거부’가 49.5%(220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품질’ 21.6%(96건), ‘계약불이행’ 18.5%(82건) 등이 뒤를 이었다.

 

온라인 쇼핑 관련 소비자 피해는 소비자 신뢰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중국 유통 플랫폼의 글로벌 확장과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이용 경험이 있는 국내 소비자 중 구매한 상품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불만족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60.7%에 달했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54.8%는 ‘가격이 비싸도 믿을만한 국내 쇼핑몰을 이용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7월 발생한 티몬·위메프의 정산금 미지급 사태(이하 티메프 사태) 이후 온라인 쇼핑 이용객이 급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티메프 사태 이전까지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였던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티메프 사태 이후 한 자릿수로 급감했다. 지난 2023년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전년 대비 12.0% 성장한 반면 2024년엔 전년 대비 7.1% 성장에 그쳤다. 올해 1~4월에도 전년 동월 대비 한 자릿수 성장에 그쳤는데 특히 티메프의 주력 상품이던 온라인 상품권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판매액이 무려 49.1%나 줄었다.

 

“온라인은 불안해” 오프라인 매장 찾는 소비자들, 온라인 플랫폼도 오프라인 공략 잰걸음

 

▲ 온라인 쇼핑의 소비자 신뢰 하락이 오프라인 쇼핑의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사진은 무신사 스탠다드 오프라인 매장의 모습. ⓒ르데스크

 

주목되는 사실은 온라인 쇼핑의 소비자 신뢰 하락이 오프라인 쇼핑의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 쇼핑은 못 믿겠다”며 백화점이나 쇼핑몰, 로드숍 등으로 발길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BC카드에 따르면 티메프 사태 직후인 지난해 8월 경우 온라인 쇼핑 매출이 전월 대비 1.2% 감소한 반면 오프라인 쇼핑 매출은 2.5% 증가했다. 온라인 쇼핑 플랫폼의 정산 지연 사태로 소비자들의 신뢰가 하락하면서 오프라인으로 소비 패턴을 이동하게 한 것으로 분석됐다.

 

온라인 플랫폼의 오프라인 채널 확장도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특히 가품 사기가 유독 많은 패션·잡화 분야의 경우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일례로 온라인 패션 플랫폼을 통해 급성장한 무신사는 오프라인 매장인 ‘무신사 스탠다드’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2021년 5월 홍대 1호점을 시작으로 4년 만에 매장을 25곳까지 늘었다. 무신사는 올해 말까지 5곳 이상을 추가로 열겠다는 계획이다. 고객들의 호응도 뜨겁다. 지난 4월 기준 무신사 스탠다드의 누적 오프라인 방문객 수는 1500만명에 육박했다.

 

소비자들 역시 온라인 플랫폼에서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 제품군일수록 오프라인 매장을 찾게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학생 양은진 씨(22·여)는 “요즘 온라인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옷이나 화장품 관련된 가품 얘기가 너무 많다 보니 아무래도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며 “아무래도 직접 보고 사면 품질도 그렇고 옷 같은 경우엔 직접 입어볼 수도 있다 보니 왠지 더욱 신뢰가 가는 편이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정훈 씨(31·남)는 “경기가 어렵다 보니 물건 하나 살 때도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며 “꼼꼼하게 고르려면 온라인 보단 오프라인 매장이 유리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경기가 안 좋아질수록 소비자들은 한번 사더라도 제대로 된 제품을 구매하고 싶어한다”며 “온라인의 경우 가격이 저렴하고 편한 대신 상당한 리스크를 쥐고 있고 위메프 등 여러 사태를 통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었다”고 밝혔다. 이어 “반면 오프라인의 경우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할 수 있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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