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촌에프앤비가 운영하는 교촌치킨이 최근 순살치킨 중량을 대폭 줄이면서 ‘슈링크플레이션’ 논란에 휩싸였다. 슈링크플레이션은 가격은 그대로 두고 제품 양을 줄여 사실상 인상 효과를 내는 방식으로 소비자 기만행위라는 비판을 받는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매운동 움직임까지 나타나면서 가맹점주들조차 본사를 향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12일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교촌치킨은 전날부터 간장순살, 레드순살 등 기존 순살치킨 4종의 조리 전 중량을 700g에서 500g으로 줄였다. 전날 새롭게 출시한 마라레드순살·허니갈릭순살 등 신메뉴 10종도 500g으로 설정됐다. 이와 함께 기존에 닭다리살만 사용하던 조리 방식도 단가가 낮은 닭가슴살을 혼합해 쓰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업계에서는 교촌이 제품 중량과 질을 감소시켜 사실상 가격 인상 효과를 노렸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소비자뿐 아니라 가맹점주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강남의 교촌치킨 가맹점주 김준석(55·가명) 씨는“고물가 속에서 소비자들의 지출 여력이 줄어든 상황인데, 양까지 줄면 기존 단골 고객마저 떨어져 나갈 수 있다”며 “본사가 현장 소비 상황에 대한 인지 없이 내놓은 결정이다”고 지적했다.
점주들은 이번 조치가 갑작스럽게 결정됐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양을 줄인다는 사실을 불과 일주일 전에 알았다”며 “반대 의견을 제시할 시간도 부족했고 이미 결정된 사안이라 통보에 가까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이 본사가 겪고 있는 원재료 수급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고 본다. 또 다른 교촌치킨 가맹점주는 표승호(46·가명) 씨는 “최근 닭고기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일부 매장은 발주량의 절반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며 “본사가 수급 불안을 해결하려다 양을 줄인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7일 교촌치킨 가맹점주 4명은 본사를 상대로 1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닭고기 발주 물량이 제때 공급되지 않아 매출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교촌치킨의 행보에 대해 소비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김영주(36) 씨는 “교촌은 치킨 가격 인상의 선두 주자로 비판받아왔는데 이제는 양까지 줄였다”며 “소비자들이 대응하지 않으면 다른 브랜드까지 가세할 수 있다”고 했다. 김도영(34) 씨 또한 “가격이 올라도 간장치킨 맛 때문에 종종 사 먹었지만, 양을 줄인 사실을 숨겼다는 점에서 배신감을 느낀다”며 “더 이상 비싸고 양도 적은 교촌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점주 입장에선 판매량 확대가 최우선인데, 양이 줄어들면 소비자들의 외면을 피할 수 없다”며 “특히 소비자들 몰래 줄인 것이 발각된 것이기에 브랜드 이미지 타격도 무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교촌치킨의 이번 조치가 소비자 기만행위에 해당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제대로 된 안내 없이 양을 줄인 것은 전형적인 슈링크플레이션으로 소비자 기만”이라며 “가격이나 중량 변동은 기업의 권한이지만, 소비자에게 명확히 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교촌치킨 관계자는 “닭가슴살 혼합은 신메뉴로 순살치킨 10종을 출시한 가운데 점주들이 운영하기 편하도록 기존 메뉴들과 원육을 통일화했다”며 “양을 줄인 것은 수익성을 위해 맞추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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