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미국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움직임이 일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인 근로자 대규모 구금 사태 이후 오랫동안 기다려온 차량 계약을 취소하거나 최신형 스마트폰 대신 국산 제품으로 갈아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반미감정이 양국 경제 협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외교적 해법을 통해 발빠르게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이민당국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4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HL-GA를 대상으로 불법 근로자 단속에 나서 한국인 근로자를 포함해 475명을 구금했다. 이중에는 LG에너지솔루션 임직원 총 47명, 설비 협력사 250여명 등 한국인 300여 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회의나 계약 체결 등을 목적으로 한 단기 상용비자(B1) 혹은 전자여행허가(ESTA)를 소지한 채 일하다가 적발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구금 7일 만인 11일 오전 석방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국제공항에서 한국행 전세기에 탑승했다. 한국시간 12일 오후 인천공항으로 입국할 예정이다. 석방 소식이 전해졌음에도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미국 제품의 구매를 취소하고 사지 않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내 한 자동차 커뮤니티에는 조지아 한국인 구금사태를 본 이후 화가 나서 테슬라 차량을 취소했다는 인증 게시글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지난 10일 ‘테슬라 취소했어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모델Y 롱레인지 화이트를 차량 휠 색상까지 맞춘 옵션으로 5월에 주문하고 기다려 왔지만 조지아 한국인 구금 사태를 보고 너무 화가 나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테슬라 취소 사유란에 ‘조지아 한국인 구금 사태를 보고 분노해 취소한다’고 적었고, 테슬라나 현대차가 무슨 직접적인 상관이 있겠냐만 미국의 행태에 화가 나서 뭔가 표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대기자도 4년간 기다려왔던 테슬라 사이버트럭의 계약 취소 화면을 올리면서 이번 기회에 국산차도 이용해보려고 GV90 구매를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차량 취소 사례가 연이어 올라오며 “불매 운동이 실제 소비 행위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만 다른 광고 때문에 최근 남혐 논란에 휩싸인 애플도 한국인 구금 사태로 인한 불매 운동의 희생양으로 등극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9일 애플은 아이폰17 라인업을 전격 공개했다. 그간 관세 문제로 전작보다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면서 업계와 소비자 반응은 발표 전부터 좋지 않았다. 다만 예상을 깨고 일부 고급 라인업만 소폭 인상하고 오히려 가격을 내리면서 관심이 뜨거웠다.
유튜브를 통해 국가별 아이폰17 에어 광고 영상을 공개한 이후 분위기는 달라졌다. 한국판 광고에서만 손가락이 삭제돼 눈길을 끌었다. 일본과 미국 등 다른 국가 광고에는 동일한 장면에서 손가락이 등장했지만, 한국만 수정된 것이다.
해당 사안이 국내 여성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는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다. 해당 커뮤니티 이용객은 “한국인 구금 사태 때문에 안 그래도 아이폰 17이 아닌 삼성폰을 구매하려고 했는데 광고 덕분에 마음을 굳혔다”며 “한국만 엄격한 기준을 두고 있는 미국 제품을 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에서 곳곳에서 미국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이 발발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미국 역시 한국인 구금 사태로 인해 한국 내에 반미감정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유력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9일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 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한국 직원들이 대거 연행, 구금된 데 대해 한국에서 반미 감정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매체는 한국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이민 단속을 통해 투자 기업과 근로자까지 위협하는 모순적 태도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또한 한국 사회 내에서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보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하며, 이번 사건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을 짚었다. 미국 내에서도 양국 간 경제 협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비자를 두고 발생한 문제인 만큼 실질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인이 미국에서 방문비자로 근무하는 관행이 오래 지속돼 왔지만 이번 사건은 그 문제를 드러낸 것”이라며 “정식 워킹비자 발급 체계를 구축하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온 기업들이 피해를 입은 만큼, 미국 정부의 명확한 해명과 한국 사회에 대한 사과,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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