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5·7호선이 교차하는 군자역 일대가 빠른 속도로 변모하고 있다. 오랫동안 조용한 주택가와 소규모 생활형 점포가 자리하던 군자역 1·2번 출구 주변이 최근 몇 년 사이 카페, 디저트 전문점, 감각적인 인테리어의 레스토랑으로 채워지며 ‘신흥 상권’으로 떠오른 것이다.
기존의 군자역 6·7번 출구 일대가 오래 전부터 먹자골목으로 형성돼 있었다면, 1·2번 출구는 오랫동안 주거 중심의 한적한 공간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20~30대 여성을 중심으로 한 젊은 소비층이 유입되면서 상권의 성격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성수동이나 연남동 등 기존 트렌디 지역과 유사한 분위기를 띠면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임대료와 권리금 덕분에 예비 창업자들에게는 대체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조용했던 주택가의 화려한 변신, 2030 여성 사로잡은 군자역 신흥 상권
군자역은 동서울 지역과 도심을 잇는 교통 요충지로, 유동 인구 측면에서 기본기를 갖춘 지역이다. 서울교통공사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군자역 하루 평균 승·하차 인원은 7만명을 넘어섰다. 광진구 중곡동 주민들이 밀접하게 이용하는 생활권 중심지이기도 해 안정적인 기본 수요를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주목받는 곳은 군자역 1·2번 출구 주변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오래된 주택과 소규모 상점이 늘어서 있어 인근 주민의 생활 편의 공간에 머물렀지만, 최근에는 완전히 달라졌다. 감각적인 인테리어를 갖춘 카페와 베이커리, 디저트 전문점이 속속 들어서면서 골목의 분위기를 바꿔 놓았다. SNS 인증 문화가 익숙한 20~30대 여성들이 발길을 옮기면서 주말이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빈다.
소상공인365에 따르면 군자역 1·2번 출구 인근 일평균 유동 인구는 전년 동월 대비 무려 42.2% 증가했다. 소비층은 명확히 20~30대 여성이 주축을 이루고 있으며, 매출은 주말에 집중되는 패턴을 보였다. 주말 이틀간 상가의 평균 매출은 약 207만원으로 한 주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오후 2시에서 6시 사이가 가장 붐볐는데 이는 인근 유명 카페나 디저트 가게에 들렀다가 저녁 식사나 술자리로 이어지는 소비 패턴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군자역에서 레스토랑을 운영 중인 한 점주는 “평일에도 꾸준히 손님이 오지만 주말이면 인근 유명 카페를 다녀온 젊은 손님들이 자연스럽게 저녁 식사를 하러 온다”며 “주말 이틀간 매출이 평일 5일 매출을 웃도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군자역 상권이 성장한 데에는 또 다른 배경이 있다. 기존의 성수동이나 연남동 같은 지역에 비해 임대료와 권리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점이다. 20평대 매장이 권리금만 20억 원에 달하는 성수동과 달리 군자역은 훨씬 합리적인 비용으로 입점이 가능하다. 창업자 입장에서는 소위 ‘핫플’의 분위기를 저렴하게 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군자역을 눈여겨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군자역 1번 출구 인근 광진구 중곡동 640-3의 10평 매물은 권리금 6000만원, 보증금 2000만원, 월세 14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또한 동일로62길 41의 15평 매물은 최근 보증금이 2000만원으로 올랐고 월세는 150만원에 형성돼 있는데, 무상 임대(렌트프리) 혜택을 제공하고 있어 초기 창업비용에 부담이 큰 창업자들의 진입 문턱을 낮춰주고 있다.
평일에도 길게 늘어선 대기줄…‘대장 카페’ 가까울수록 권리금·임대료 상승
군자역 신흥 상권을 분석하는 전문가들은 ‘대장 카페 효과’를 핵심 요인으로 꼽는다. 이미 입소문이 난 대표 매장이 방문객을 끌어들이고, 그 여파가 주변 점포로 확산되면서 상권이 확장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근 자영업자의 입장에선 대장 카페 방문객을 얼마나 흡수하는지가 성패로 직결되는 셈이다.
르데스크 취재에 따르면 ‘대장 카페’와 가까울수록 권리금이 높게 형성돼 있었고, 보증금도 오르는 추세를 보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군자역 1번 출구 인근 중곡동 628-7에 위치한 카페다. 일본식 푸딩과 후르츠산도로 유명한 이 카페는 평일에도 줄이 길게 늘어서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대장 카페가 생기면 인근 매물의 권리금과 임대료는 즉각 오름세를 보였다. 이 카페와 도보 1분 거리에 위치한 10평 매물은 권리금 6000만원, 월세 140만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유동 인구가 많은 코너 자리에 위치해 있는 데다 대장 카페와 거리가 가깝다보니 안정적인 수요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광진구 동일로62길 41에 위치한 15평 매물은 해당 카페와 도보 2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현재 공실인 만큼 권리금은 따로 없지만 몇 달 사이에 보증금이 200만원이 올라 현재는 2000만원이다. 월세는 150만원이다. 인근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이곳은 임대인이 무상 임대 기간인 렌트프리 기간을 제공하고 있다.
중곡동 259-12에 위치한 또 다른 카페도 군자역 상권의 대장 카페로 불린다. 이국적 인테리어와 애플파이, 바나나크림파이, 피칸파이 등 다양한 파이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다. 이곳 주변 상가도 군자역 상권 내에서 다른 곳과 비교했을 때 권리금과 보증금이 다소 높은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대장 카페와 한 블록 떨어진 중곡동 647-16에선 현재 7층 규모의 건물이 지어지고 있다. 1층에 베이커리 카페, 2~3층 병원, 4층 사무실, 5층 어학원, 6층 운동시설, 7층 루프탑을 입주시킬 예정이다. 20평 규모에 보증금은 5000만원, 월세는 250만원으로 형성돼 있다. 마찬가지로 대장 카페와 거리가 가깝다보니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게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반면 대장 카페와 거리가 멀어질수록 권리금과 임대료는 낮아졌다. 현재 카페로 운영되고 있는 광진구 중곡동 158-24 상가 매물은 권리금과 보증금 각각 3000만원이며 월세는 150만원이다. 카페 집기 인수 여부에 따라 권리금 조정도 가능하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사의 설명이다.
군자역 상권은 유동 인구 증가 ➞ 매출 상승 ➞ 임대료 인상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유망 상권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30대 여성 고객층이 이끄는 소비, 합리적인 임대료, 대장 카페 효과라는 세 가지 요인이 맞물리면서 신흥 상권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공인중개사 이승수 씨(54·남)는 “현재 군자역 일대는 초기 성수동과 매우 유사한 단계에 있다”며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입지와 콘셉트를 잘 잡아야 하고, 특히 인기 있는 대장 카페 인근에 자리를 잡는 것이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고 조언했다. 이어 “10평 정도 되는 빌라 1층에 가게들이 들어오고 있는 만큼 좁은 공간에서 효과적으로 매출을 높일 수 있는 업종 선택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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