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아동 유괴 사건에 호신용품, 등 · 하원 도우미 찾는 학부모들
연이은 아동 유괴 사건에 호신용품, 등 · 하원 도우미 찾는 학부모들
[사진=연합뉴스]

최근 연이어 발생하는 아동 대상 범죄로 인해 가정과 학교 현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각 가정에서는 단순한 안전 교육을 넘어 위치 추적 애플리케이션 설치, 호신용품 구매, 조부모나 등하원 도우미의 도움을 요청하는 등 자녀 보호 대책을 강화하고 있지만 제도적 보완과 사회적 안전망 확충 없이는 불안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13세 미만 아동 대상 유괴 및 성폭력 범죄는 2019년 1514건에서 2023년 1704건으로 4년 사이 약 13% 증가했다. 특히 유괴 범죄는 같은 기간 138건에서 204건으로 48%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증가세가 뚜렷하게 확인되면서 아동 안전을 둘러싼 사회적 불안은 현실적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실제 사건은 불과 며칠 사이 전국에서 연이어 발생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는 20대 남성 3명이 SUV 차량을 타고 초등학생 4명에게 접근해 “귀엽다, 집에 데려다주겠다”고 말하며 유인하려 했다. 학생들이 곧바로 자리를 벗어나면서 범행은 미수에 그쳤으나 학부모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이어 지난 8일에는 경기도 광명시에서 고등학생이 초등학생을 끌고 가려다 경찰에 붙잡혔고, 9일에는 제주 서귀포시 중문동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30대 남성이 저학년 학생에게 “알바할래?”라며 접근하다 현장에서 체포됐다. 잇따른 범행 시도는 학부모들의 불안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가 계속해서 발생하자 학부모들은 아이들 혼자 다니는 일이 없도록 하는 등 자녀 보호에 만전을 다 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초등학교 앞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르데스크가 취재한 초등학교 정문 앞 풍경은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저학년 하교 시간대인 오후 1시, 교문 앞은 자녀를 데리러 나온 부모와 조부모들로 가득 차 있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발걸음을 재촉하는 보호자들이 줄지어 있었고 일부 학생들은 손목에 위치 추적 기능이 있는 키즈폰을 착용하거나 하교 직후 부모와 직접 통화하며 자신의 위치를 알렸다. 연이은 아동 범죄로 인한 불안이 커지면서 귀가 분위기 역시 이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9살 자녀를 둔 김가영 씨(39·여)는 “요즘은 아이를 혼자 학교에 보내는 것이 너무 두렵다”며 “집에서도 낯선 사람을 절대 따라가지 말라고 교육하고 학교가 끝나는 시간마다 직접 데리러 가거나 제가 가지 못할 때는 시어머님께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방에 살던 조부모가 손주의 등하원을 챙기기 위해 도시로 올라오는 사례도 늘고 있다. 양평에 거주하는 강선호 씨(70·남)는 “최근 아동 대상 범죄가 늘어 혼자 다니게 둘 수 없어 딸 집에서 머물며 손주 통학을 돕고 있다”며 “학교에서도 경보음이 나는 호신용품을 배부했다지만 여전히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호신용품 판매량은 급증했다. 호신용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아인전자 관계자는 “유괴 미수 사건이 알려진 직후 며칠 만에 판매량이 평소보다 5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호신용품 업체인 세이버코리아 역시 “최근 일주일간 매출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 불과 며칠 사이 전국 각지에서 아동 대상 범죄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사진은 반포동에 위치한 초등학교 앞의 모습. ⓒ르데스크

 

맞벌이 부모들 사이에서는 등하원 도우미 수요도 늘고 있으며, 최근에는 외국인보다 한국인 도우미를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의 등하원을 맡고 있는 최혜은 씨(52·여)는 “서울에서 유괴 시도가 잦다는 소식에 지방 학부모들까지 불안해한다”며 “예전에는 등하교만 맡았는데 최근에는 학원 통학까지 함께 맡아달라는 요청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자체적으로 경고문을 배포하며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최근 의정부의 한 아파트에서는 신원 미상의 차량이나 낯선 인물이 배회하며 아동에게 접근을 시도했다는 제보가 이어지자 입주민들에게 “공동 현관문을 열기 전 반드시 방문객을 확인해 달라”는 안내문을 돌렸다. 일부 안내문에는 불청객을 구분하기 위한 이유라며 특정 국적 가사도우미 고용 자제를 권고하는 문구가 포함돼 논란을 낳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아동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부모와 학교 차원의 노력뿐만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의 제도적 대응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아동 대상 범죄가 증가하는 만큼 학교 주변 순찰 인력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정부와 지자체의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부모의 보호 노력과 함께 아동 안전망을 보다 견고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이어 발생하는 아동 대상 범죄는 가정과 학교 현장을 긴장시키며 사회적 불안을 확산시키고 있다. 학부모들의 자구책은 강화되고 있지만, 제도적 보완과 사회적 안전망 확충 없이는 불안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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