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부터 킴 카다시안까지…로키산맥에 숨겨진 0.1%만의 황금요새
빌 게이츠부터 킴 카다시안까지…로키산맥에 숨겨진 0.1%만의 황금요새
[사진=와이오밍주]

미국 와이오밍주 로키산맥 깊은 골짜기에 자리한 ‘잭슨 홀(Jackson Hole)’은 세계에서 가장 은밀하면서도 부유한 지역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인구 1만여명 규모의 작은 산골 마을이지만 주민 중에는 글로벌 경제를 좌우하는 억만장자들이 즐비하다. 사방이 국립공원으로 둘러싸여 부동산 공급이 한정돼 있다 보니 돈이 있어도 입성이 쉽지 않다. 이곳을 일컬어 ‘선택받은 부자들만의 비밀 요새’라는 표현이 나오는 배경이다. 매 년 세계 주요 중앙은행 총재와 경제학자, 금융 전문가들이 글로벌 경제와 통화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회의(잭슨홀 미팅)가 이곳에서 열리는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니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MS 창업주에 마스·월튼 상속자 등 미국 전통의 갑부들 몰린 로키산맥 속 산골 마을

 

‘잭슨 홀’에는 오랜 기간 미국 경제계에서 명성을 쌓아온 인물들 소유의 부동산이 여럿 존재한다. 가장 유명한 인물은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립자이자 게이츠 재단 이사장인 빌 게이츠(Bill Gates)다. 빌 게이츠는 1995년부터 2007년까지 무려 13년간 연속 글로벌 부자 순위 1위를 지켜온 인물로 지난해 기준 보유 자산 규모만 1400억달러(200조원)에 달한다. 빌 게이츠는 2009년 ‘잭슨 홀’에 위치한 ‘이르마 레이크 롯지(Irma Lake Lodge)’라는 목장을 약 900만달러(약 125억원)에 매입했다.


▲ ‘잭슨 홀’은 국립공원과 산맥으로 둘러싸여 있어 매우 뛰어난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사진은 빌 게이츠 소유 부동산 전경. [사진=부동산플랫폼]

 

현재 해당 목장의 명칭은 ‘빌 게이츠 랜치(Bill Gates Ranch)’로 명칭이 바뀐 상태다. 목장의 규모는 대지면적 약 200만㎡(약 60만평)에 달하며 목장 한 켠에는 연면적 약 1393㎡(약 421평) 규모의 저택이 자리하고 있다. 목장 내에는 저택 외에도 호수와 마굿간, 헬리콥터 이착륙장 등이 갖춰져 있다. 지난해 기준 카운티가 책정한 목장의 가치는 약 3000만달러(약 420억원)에 달한다.

 

오랜 기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 온 초콜릿 제품 ‘M&M’과 ‘스니커즈’로 유명한 글로벌 최대의 비상장 식품기업 ‘마스(Mars Inc.)’ 오너 일가도 ‘잭슨 홀’에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약 1200억달러(약 167조3000억원) 규모의 자산을 보유한 마스(Mars) 가문의 상속자 존 마스(John Mars)는 2010년 ‘잭슨 홀’ 북서쪽에 위치한 대지면적 약 1만500㎡(약 3180평), 연면적 약 1100㎡(약 330평) 규모의 저택을 2200만달러(약 300억원)에 매입했다. 저택 내부는 침실 9개와 욕실 10개로 구성돼 있으며 지하 와인셀러와 개인 미술관 등의 부속 시설이 들어서 있다. 카운티가 평가한 해당 저택의 가치는 4000만달러(약 557억원)다.

 

▲ [그래픽=장혜정] 사진=구글, ⓒ르데스크

 

현재 미국 내에서 가장 부유한 가문으로 손꼽히는 ‘월튼 가문’ 구성원인 크리스티 월튼(Christy Walton)도 ‘잭슨 홀’에 별장을 소유하고 있다.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를 소유한 월튼 가문은 전체 재산 규모만 4300억달러(약 59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티 월튼의 개인 재산 규모 역시 175억달러(약 24조원)에 달한다. 크리스티 월튼은 2009년 대지면적 8500㎡(약 2570평), 연면적 780㎡(약 236평) 규모의 저택을 약 1200만달러(약 167억원)에 매입했다. 해당 저택은 ‘월튼 홀’ 최고의 입지로 평가되는 국립공원과 인접해 있다. 현재 저택의 가치는 2500만달러(350억원) 평가됐다.

 

투자은행 TD아메리트레이드 창립자이자 시카고 컵스 구단주인 조 릭키츠(Joe Ricketts)도 비교적 일찍 ‘잭슨 홀’ 소재 부동산을 매입했다. 그는 1994년 약 500만달러(약 68억원)를 주고 1만5000㎡(약 4500평) 부지를 매입한 후 연면적 910㎡(약 275평) 규모의 저택을 지었다. 카운티가 측정한 해당 저택의 가치는 2100만달러(약 250억원) 수준이다. 조 릭키츠 ‘잭슨 홀’에 초호화 리조트 건설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13만3500㎡(4만평) 부지를 9000만달러(1254억원)에 매입한 후 약 6000만달러(840억원)를 들여 연면적 2000㎡(660평) 규모의 리조트 건설에 돌입했다.


▲ ‘잭슨 홀’은 개발 가능한 지역은 매우 한정돼 있어 수요에 비해 공급이 상당히 적은 편이다. 사진은 크리스티 월튼 소유 별장(위)과 조 릭키츠가 짓고 있는 리조트 조감도. [사진=부동산플랫폼]

 

최근에는 미국의 신흥부자들도 하나 둘 ‘잭슨 홀’에 유입되고 있다. 미국의 유명 인플루언서이자 사업가인 킴 카다시안(Kim Kardashian)은 2020년 ‘잭슨 홀’ 근교의 목장형 저택을 매입했다. 매입가는 약 1400만달러(약 190억원)로 알려졌다. 저택의 규모는 대지면적 6000㎡(약 1815평), 연면적 650㎡(약 197평) 등이나 저택 내부는 침실 6개, 욕실 8개 등이 갖춰져 있다. 현재 저택의 가치는 2000만달러(28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상위 1% 가구 연평균 소득 무려 200억원, 산맥·국립공원 둘러싸인 천혜의 자연환경

 

경제정책연구소(EPI)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잭슨 홀’의 연평균 가구 소득은 약 47만달러(약 6억5000만워)으로 미국 평균(약 8만달러, 1억1000만원)의 6배 수준이다. 미국의 대표 부촌인 캘리포니아 베버리힐스(약 13만달러, 1억8000만원)와 뉴욕 멘헤튼(약 20만달러, 2억8000만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잭슨 홀’ 주민 중 상위 1%의 연평균 가구 소득은 무려 1600만달러(약 200억원)에 달한다.


▲ ‘잭슨 홀’은 어 재벌 친화적 세금 정책으로도 유명하다. 사진은 테튼 국립공원 전경. [사진=잭슨 홀 산불 감시단]

 

미국의 내로라하는 부자들이 ‘잭슨 홀’ 부동산에 열광하는 결정적 이유는 천혜의 요새나 다름없는 입지 조건 때문이다. ‘잭슨 홀’은 로키산맥 내 그로스벤터 산맥과 티턴산맥 사이 해발 1900m 고지에 자리하고 있다. 진입로가 워낙 험난하다 보니 비행기가 아니면 접근 자체가 상당히 까다로운 편이다. 그랜드티턴 국립공원, 옐로스톤 국립공원 등에 둘러싸여 주변 개발이 불가능하고 카운티의 규제도 까다롭다 보니 거래 가능한 부동산의 희소성 자체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돈이 많아도 매물이 없어 못 사는 지역이 바로 ‘잭슨 홀’인 셈이다.

 

와이오밍주의 세금 정책도 부자들에게 상당히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 미국 51개 주중 오직 7개주만 소득세·상속세·증여세가 없는데 그 중 한 곳이 바로 와이오밍주다. 반면 캘리포니아의 경우 상속세와 증여세는 없지만 소득세는 최대 13%로 미국 최고 수준이다. 뉴욕의 경우 상속세가 최대 16%로 매우 높은 편이다.


현지 부동산 관계자는 “‘잭슨 홀’이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거물들이 글로벌 경제와 통화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회의 장소로 활용되는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다”며 “철통같은 보안 유지가 가능한데다 마음 놓고 휴식까지 취할 수 있는 천혜의 자연 경관과 입지 조건이 글로벌 경제를 주름잡는 ‘빅 마우스’들을 불러 모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부촌과 달리 ‘잭슨 홀’ 만큼은 수십 년이 지나도 지금의 명성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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