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제품인데 2배 비싸”…면세점 대신 올리브영 향하는 관광객들
“같은 제품인데 2배 비싸”…면세점 대신 올리브영 향하는 관광객들

면세점 업계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수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은 오히려 감소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필수 쇼핑 코스라는 면세점의 위상마저 흔들리고 있다. 이는 합리적 가격과 간편한 결제, 다양한 상품 구성을 앞세운 대체 쇼핑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은 올리브영이다. 동일 제품임에도 면세점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면세점 대신 올리브영’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퍼지고 있다. 

 

3일 르데스크 취재에 따르면 화장품의 경우 올리브영이 시내 면세점보다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다. 일부 제품의 경우 올리브영이 절반 가량 저렴하기도 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메디힐 마데카소사이드 에센셜 마스크 흔적 리페어 마스크팩은 올리브영 매장에서 11장이 9800원에 판매됐지만 시내 면세점에서는 10장이 13달러(약 1만8000원)에 판매됐다. 같은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가격 차이가 두 배 가까이 났다.

 

▲ 면세점과 올리브영에서 판매되는 동일한 제품의 가격 차이가 큰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은 올리브영에서 판매되는 제품(왼쪽)과 면세점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모습. ⓒ르데스크

  

바닐라코 클렌징 제품 역시 올리브영에서는 1만4040원에 판매됐으나 면세점에서는 13달러(약 1만8000원)에 판매됐다. 특히 올리브영에서 판매 중인 제품은 인기 캐릭터 스누피와 협업한 한정판으로, 가격뿐 아니라 희소성 측면에서도 외국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스킨푸드 ‘캐롯 카로틴 카밍 워터 패드’ 역시 올리브영 쪽이 더 저렴했다. 올리브영에서는 70매가 1만7250원에 판매됐지만 면세점에서는 60매가 18달러(약 2만5000원)에 판매됐다. 면세점은 3개 이상 구매 시 20%, 5개 이상 구매 시 30% 할인 혜택을 제공했음에도 단품 기준으로는 올리브영의 가격 경쟁력이 뛰어났다.

  

스킨케어 브랜드 빌리프의 ‘아쿠아 밤 프로즌 토너’도 올리브영에서 2만4070원에 기획 세트로 판매됐다. 세트 구성에는 본품 외에도 크림과 겔 패드(140매)가 포함됐다. 반면 면세점에서는 단품만 21달러(약 2만9000원)에 판매됐다. 동일 브랜드의 아쿠아 밤 프로즌 크림 역시 면세점에서는 단품만 2만9000원 수준이었지만 올리브영은 동일 가격에 세럼과 마사지 도구를 증정하는 기획 세트로 판매했다.

 

▲ 올리브영에서 쇼핑을 하고 있는 외국인들의 모습. ⓒ르데스크

  

특히 올리브영은 1만5000원 이상만 구매해도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외국인 관광객은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한국을 찾는 젊은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면세점보다 올리브영에서 쇼핑하라”는 말이 입소문처럼 퍼지고 있다.

 

스페인에서 온 클라우디아 씨(24·여)는 “면세점보다 올리브영이 훨씬 저렴해서 필요한 제품을 여러 개 샀다”며 “스페인산 제품조차 여기서 더 싸게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1만5000원만 넘으면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면세점보다 훨씬 경제적이다”라고 덧붙였다.

 

베네수엘라에서 온 안나 씨(33·여) 역시 “한국 스킨케어 제품이 유명해 여행 기념으로 몇 개를 샀다”며 “미국에서 일하고 있는데 한국에 다녀온 동료들이 올리브영이 가장 저렴하다고 추천해 이곳을 찾았다”고 전했다. 

 

올리브영은 이러한 수요에 맞춰 외국인 관광객 전용 혜택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알리페이·위챗페이 등 글로벌 간편결제 서비스 확대, 다국어 안내, 다국어가 가능한 직원 배치 등으로 결제 편의성과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반면 면세점은 입점 브랜드 수가 제한적이고 특정 고가 제품 위주로 구성돼 있어 합리적인 쇼핑처로서의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의 수는 증가했지만 면세점의 매출은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면세점 내부의 모습. ⓒ르데스크

 

실제 K-콘텐츠 인기로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가 늘고 있지만 면세점 매출은 오히려 줄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91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6% 감소했다. 올해 들어 가장 낮았던 1월(9540억원)보다도 더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면세점 구매 인원은 236만명에서 258만명으로 9.2% 늘었지만, 1인당 면세 구매액은 42만6000원에서 35만6000원으로 16.4% 급감했다.

 

7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 대비 23.1% 증가했고, 면세점 구매 외국인 수는 이보다 높은 25.1% 증가했음에도 총 구매액은 14.2% 줄었다. 6월과 비교해도 구매 인원은 소폭 늘었지만 구매액은 22.1%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합리적 소비 성향을 중시하는 글로벌 소비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고 분석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과거 면세점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필수 쇼핑 코스로 인식됐지만 현재는 가격 경쟁력과 상품 다양성에서 올리브영 같은 로드숍에 밀리고 있다”며 “면세점이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단순 면세 혜택을 넘어 가격·상품 구성·서비스 전반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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