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의 영향력이 식품업계까지 확산되고 있다. 농심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와 손잡고 내놓은 한정판 제품이 출시 직후 품절 사태를 빚으며 소비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끌어냈다. 단순한 식품 판매를 넘어 콘텐츠와의 협업이 만들어낸 문화적 파급력이 다시금 증명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농심과 케데헌의 협업 소식이 알려지자 소비자 반응은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 진열대에 신상품이 채워지자마자 금세 품절되는 현상이 반복됐다. 일부 매장은 입고 당일 준비된 협업 제품이 모두 소진돼 일반 제품으로 진열대를 다시 채워야 했다. 마트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주말부터는 아예 오전에 물량을 넣어도 점심 전에 다 빠져나간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소비자들의 호기심 섞인 구매가 이어졌다. 오뚜기나 삼양 등 다른 기업 제품을 구매하려다 진열대에서 우연히 케데헌 협업 제품을 보고 호기심에 해당 제품을 장바구니에 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또 다른 매장에서는 구매하기 전에 협업 제품을 손에 든 채 자세하게 살펴보는 소비자도 있었다.
주부 노이현 씨(47·여)는 “신라면은 늘 먹던 제품이지만 케데헌 캐릭터가 들어간 한정판이라 꼭 사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직장인 홍서희 씨(28·여)는 “애니메이션을 보지는 않았지만 넷플릭스가 농심과 협업할 정도라면 뭔가 특별한 게 있을 것 같아 구매했다”며 “생각보다 콘텐츠의 영향력이 크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장 반응은 온라인에서부터 이미 예견됐다. 지난 29일 농심이 자사 온라인몰에서 단독으로 진행한 사전 예약 판매는 단 1분 40초 만에 1000세트가 모두 매진됐다. 출시 직후 각종 SNS와 커뮤니티에는 ‘성공 인증샷’이 올라왔고 구매하지 못한 이들은 농심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대기하고 결제하는 도중에 품절됐다” “카드 결제 중 에러가 났다” “2차 언제인가요” 등 아쉬움을 토로했다.
케데헌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 만큼 해외 반응 역시 뜨겁다. 케데헌과 농심이 협업한다는 소식이 영미권 최대 커뮤니티인 레딧(Reddit)을 통해 알려지자 한국 여행을 앞두고 있는 많은 누리꾼들 사이에서 “한국 여행가면 기념품으로 꼭 사고 싶다”, “겨우 1천 개라고요? 농심 온라인 스토어에서는 출시 1분 만에 매진되었고, 나중에 분명 이베이(ebay)에서 수백 달러에 재판매될 것이다”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농심과 넷플릭스의 이번 협업은 애니메이션 속 한 장면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공개돼 국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케데헌에는 주인공 걸그룹 ‘헌트릭스’ 멤버들이 김밥과 컵라면을 즐기는 장면이 나온다.
라면 브랜드는 ‘동심’, 로고는 신라면의 ‘辛’ 대신 ‘神’(귀신 신)으로 표기돼 있지만 이를 본 국내 시청자들 사이에서 ‘신라면 같다’는 반응이 확산됐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커지자 농심은 이를 넷플릭스와의 협업을 통해 실제 제품으로 연결시킨 것이다.
한정판 제품은 기존 신라면 컵 디자인에 케데헌 주인공 캐릭터 ‘루미(RUMI)’, ‘미라(MIRA)’, ‘조이(ZOEY)’를 입혀 제작됐다. 각 캐릭터 당 2개씩 총 6개 구성으로 판매됐으며, 이후 신라면 봉지, 새우깡 등에도 콜라보 디자인이 적용됐다.
협업 제품이 출시된다는 소식이 들리자 농심 주가도 들썩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농심 주가는 지난 19일 종가 대비 기준 15.17% 상승한 42만8500원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업이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기업 가치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농심은 이러한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2차 사전예약 판매를 준비 중이다. 다만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농심 관계자는 “현재 신라면, 신라면 블랙, 새우깡, 신라면 투움바 소스 등 일부 제품에 한정해 협업 중이며, 추가 제품 확대는 계획에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를 K콘텐츠와 식품업계의 성공적 결합으로 평가한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농심과 케데헌 사례는 K콘텐츠의 문화적 파급력을 마케팅 전략에 효과적으로 녹여낸 결과”라며 “소비자는 단순 구매가 아닌 참여와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SNS 확산성과 스토리텔링을 결합한다면 식품과 콘텐츠의 협업은 앞으로 더욱 다양하게 등장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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