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대신 노래방…K콘텐츠가 바꾼 외국인의 한국 ‘일상 체험’ 여행
경복궁 대신 노래방…K콘텐츠가 바꾼 외국인의 한국 ‘일상 체험’ 여행
ⓒ르데스크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을 즐기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경복궁, 창덕궁 등 전통 명소를 방문하고 한식 체험에 집중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한국 청년들의 일상을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여행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네일아트숍, 노래방, 키즈 카페, 즉석사진관 등 일상적인 공간들이 외국인 관광객들의 주요 관광 코스로 떠오른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 변화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가 19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방한 외국인 관광객의 카드 소비가 K-콘텐츠와 뷰티·의료 분야에서 크게 증가했다. 즉석사진관 ‘인생네컷’의 이용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65% 급증했다. 네일숍은 17%, 노래방은 18%, PC방은 36% 각각 증가했다. 이번 조사는 대만, 미국, 일본, 중국 등 4개국 관광객의 국내 소비 내역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한 결과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과거와 달라진 여행 방식을 선택하는 이유에는 K팝과 K드라마 등 K콘텐츠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K콘텐츠 열풍이 이어지면서 한국의 일상적인 문화와 여가생활에 대한 호기심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유명 관광지를 방문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인들이 즐기는 놀이와 소비 문화도 직접 체험하며 시간을 보내는 방식의 여행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한국을 즐기는 방식이 체험 위주로 바뀌고 있다. 사진은 한국 여행 중 친구들과 함께 노래방에서 시간을 보낸 조바니 씨의 모습. ⓒ르데스크

 

이탈리아에서 6명의 친구들과 함께 한국 여행을 온 조바니 씨(Giovanni·30·남)는 “어제 밤에 저녁 식사로 바비큐를 먹은 이후에 2차로 노래방에서 맥주와 소주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며 “주로 본 조비(Bon Jovi), 아바(Abba), 백 스트리트 보이즈(Backstreet boys) 등 미국 노래를 불렀다”고 말했다. 이어 “노래방은 이탈리아에서는 찾아 볼 수 없어서 더 재밌게 즐겼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온 안나 씨(Anna·23·여)는 “3주 정도 한국 여행을 즐기고 있는데, 부산, 경주 등 다양한 장소들을 이미 여행했고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는 낙지를 만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안나 씨는 “한국에서 오늘 오후에는 성수동에 방문해 가족 모두가 네일아트랑 피부 관리를 받을 예정”이라며 “SNS를 통해서 예약하면 돼서 훨씬 편리했고 미국보다 저렴한 편인 것 같은데, 선택할 수 있는 디자인이 많아서 기대된다”며 설레는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국에 두 번째 방문이라고 밝힌 호주 출신 로렐 씨(Luarel·33·여)는 “10년 전에 한국에서 불고기, 비빔밥, 김치 등 전통 음식을 체험을 주로 했는데 이번에는 키즈 카페에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볼 볼 예정”이라며 “아직 직접 가보지는 않았지만, 인터넷에서 본 한국의 키즈 카페는 매우 멋졌고, 하루 종일 머물 수 있다는 후기가 많아 기대된다”고 밝혔다.

 

카자흐스탄에서 온 살리마 씨(Salima·21·여)는 “한국 여행 도중 미용실에 방문했는데, 마치 케이팝 아티스트가 된 것 같아서 좋았다”며 “가격은 정말 비쌌지만 요즘 가장 유행하고 있는 화장과 머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깝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살리마 씨는 “이후에는 예약해뒀던 스냅사진을 찍으러 수원 스타필드랑 행궁동, 수원화성에 갔다”며 “내일은 깨진 네일아트를 고치러 네일아트 샵도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 많은 외국인들이 sns를 통해서 다양한 체험들을 예약하고 있었다. 사진은 한국 여행 중 수산시장에 방문한 안나 씨의 모습(왼쪽)과 이날 오후에 받을 예정인 네일아트의 모습. ⓒ르데스크

  

독일인 사비네 씨(Sabine·51·여)는 “1달 동안 가족 여행으로 한국을 오게 됐는데, 케이팝데몬헌터스에 나온 관광 명소 등은 물론이고, 부산, 경주 등 한국의 다양한 곳들을 여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비네 씨는 “어제는 영상을 찍는 스튜디오에 방문해서 딸은 짧은 뮤직비디오도 한 장 찍었고, 한국 편의점에서 메론맛 우유랑 바닐라 맛 우유도 사먹었다”며 “오늘은 아이들이랑 인생네컷 서울 버전을 찍으러 즉석 사진관에 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단순히 한국 여행 명소를 둘러보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 청년들의 일상과 여가를 체험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졌다고 분석했다.

 

김진각 성신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젊은 외국인 관광객일수록 K콘텐츠에 대한 접근성이 높다 보니 이러한 새로운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통 명소를 보는 것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의 일상과 여가 생활을 직접 체험하려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국 강원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청년들이 즐기는 라이프스타일과 문화가 외국인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면서 새로운 관광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한류 콘텐츠와 관광 산업을 연결하는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으므로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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