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데스크

테마설정
‘아이돌 대신 야구선수’…프로야구 흥행 견인한 2030여성 ‘덕질 문화’
‘아이돌 대신 야구선수’…프로야구 흥행 견인한 2030여성 ‘덕질 문화’

그간 아이돌이나 배우 등 유명 연예인에게 집중됐던 여성들의 팬덤 문화가 프로야구로 확장되고 있다. ‘굿즈’, ‘포카(포토카드)’ 등 아이돌 문화를 소비하던 2030 여성 팬들이 이젠 야구장을 찾고, 선수 유니폼을 입고, 포토카드를 모으며 ‘야구 덕질’을 이어가는 것이다. 덕질은 좋아하는 분야를 열정적으로 파고드는 걸 의미한다. 이들은 단순한 관람객을 넘어 응원, 소비, 문화 형성의 중심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기존에 연예인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정체성과 소속감의 표현 방식이 이제는 스포츠, 그중에서도 프로야구라는 영역으로 이동하며 새로운 팬덤(지지층) 문화를 만들고 있다. 특히 꾸준한 ‘덕질 경험’을 지닌 여성들은 야구장 내 관람 문화, 소비 트렌드, 응원 방식까지 변화시키며 리그 흥행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지난 6월 17일 기준 프로야구 누적 관중 수는 700만776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정규리그 405경기 만에 달성한 수치로, 지난해보다 68경기나 빠르다. 이대로라면 지난해 관중 수 1088만명을 넘어 12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인기의 배경으로 여성 관중의 적극적인 유입을 꼽고 있다.

  

▲ 여성들이 야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야구를 소비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사진은 야구장에 방문한 여성 팬들의 모습. ⓒ르데스크

  

KBO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기준 전체 티켓 구매자 중 여성 비율은 54.4%였다. 특히 지난해 올스타전 예약자 가운데 20대 여성의 비중이 39.6%로, 전 성별·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게 나타났다. 티켓 예매 플랫폼 ‘티켓링크’ 집계에서도 올해 1~5월 프로야구 티켓을 구매한 2030 여성 비율은 38.3%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5%p 증가했다. 반면 같은 연령대 남성 비율은 25%에서 24.5%로 소폭 감소했다.

 

10대 시절부터 아이돌을 ‘덕질’하며 문화 소비에 익숙해진 여성 팬들은 그 경험을 야구장으로 옮기고 있다. KBO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0대 여성 팬의 연평균 야구용품 지출액은 27만3000원으로 전체 평균(23만5000원)을 웃돌았다. 남성 팬들이 모자나 티셔츠 등 단순 로고 제품을 선호하는 데 비해, 여성 팬들은 유니폼, 점퍼, 응원 아이템 등 비교적 고가의 상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최근엔 ‘야구장 포토카드 문화’도 새롭게 자리잡고 있다. 인기 선수의 포토카드를 들고 인증 사진을 찍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원하는 선수의 카드를 얻기 위해 중고거래 플랫폼을 이용하는 팬들도 많아졌다. 포토카드는 보통 3장에 1000원에 판매되고 있는데 류현진, 김도영 등 각 구단 인기 선수의 포토카드의 경우 한 장당 수만 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야구장 안팎의 ‘굿즈 열풍’도 뜨겁다. 구단과 브랜드가 협업해 출시한 인형, 키링, 유니폼 등이 출시 직후 품절되는 일이 빈번하다. 지난해 KBO는 에버랜드와 협업해 ‘레시앤프렌즈’ 브랜드의 인형과 키링, 배지를 선보였는데 3만2000원짜리 인형과 1만6000원짜리 키링 모두 품절됐다. 최근에는 메디힐(화장품), 케이스티파이(폰케이스) 등과의 협업 굿즈도 인기를 끌고 있다.

 

▲ 여성 야구팬들은 야구 전용 가방으로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나 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은 최근 여성팬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야구 전용 가방’의 모습. [사진=독자제공]

 

여성 팬들 사이에서는 ‘야구 전용 가방’을 직접 제작해 경기장에 가져가는 문화도 생겼다. 사용하지 않는 유니폼으로 가방을 리폼하거나, 내부가 투명한 가방에 포토카드, 키링, 응원봉 등을 넣어 자신이 응원하는 팀과 선수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기아 타이거즈 팬이라고 밝힌 왕선영 씨(27·여)는 “좋아하는 선수가 생기면서 경기에 더 몰입하게 됐다”며 “이의리 선수 유니폼을 입고 다니고, 예전 유니폼으로 직접 야구장 전용 가방을 만들어서 다닌다”고 말했다. 그는 “야구장에 가보면 여성 팬들이 포토카드를 가방에 넣고 다니는 건 물론이고, 구단 인형을 들고 사진 찍는 모습도 자주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팬 방지선 씨(29·여)는 “처음엔 친구 따라 야구를 봤지만, 좋아하는 선수가 생기면서 완전히 빠졌다”며 “열정적으로 뛰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돌 덕질할 때처럼 몰입하게 됐는데, 덕분에 친구들 사이에서는 ‘최강 10번 타자’라고 불릴 정도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여성 팬덤 문화의 확산을 단순한 유행으로 보기보다, 소비자의 정체성과 소속감을 반영하는 사회적 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여성들 사이에서 야구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기존의 팬덤 소비가 스포츠로까지 확장된 것 같다”며 “이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 개인의 정체성과 소속감을 표현하는 문화로 진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함께 볼 만한 기사

댓글
채널 로그인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이 궁금하신가요? 혜택 보기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
- 평소 관심 분야 뉴스만 볼 수 있는 관심채널 등록 기능
- 바쁠 때 넣어뒀다가 시간 날 때 읽는 뉴스 보관함
- 엄선된 기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뉴스레터 서비스
- 각종 온·오프라인 이벤트 우선 참여 권한
회원가입 로그인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