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권리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상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다음 날 금융당국이 하이브 방시혁 의장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재명 정부가 자본시장 개혁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단순한 개인 차원의 법 위반을 넘어선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신뢰를 겨냥한 상징적 조치라는 것이다.
이례적으로 빠른 고발 조치는 불공정 거래 척결을 향한 이재명 정부의 ‘원스트라이크 아웃’ 원칙이 비공식적으로라도 작동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방 의장이 혐의를 받는 시점이 윤석열 정부 시절에 해당하는 2019~2020년임에도 불구하고 강경하게 대응하면서 이재명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총수 고발과 ‘상법 개정’의 시너지…“시장에 보내는 명확한 시그널”
15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상법 개정안은 기업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와 전자주주총회 의무화,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의 의결권 제한 등 주주 보호 장치를 대폭 강화한 것이 핵심이다. 사실상 방시혁 의장 고발은 상법 개정안이 실제 기업지배구조와 시장 규율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낸 거라는 분석이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에 대한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의 검찰 고발은 총수 일가의 편법적 사익 추구와 소액주주 무시 관행을 겨냥하고 있다. 총수 일가가 우회적으로 보호예수 규정을 피해 수천억 원대의 차익을 실현하면서 소액주주 보호 장치는 무력화됐고, 이는 자본시장 질서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하이브 상장 당시 방 의장은 임원들과 함께 기획 사모펀드를 통해 지분을 넘기고 해당 펀드가 상장 직후 주식을 매각하면서 매각 차익의 30%를 정산받았다. 이른바 ‘비밀 계약’이다. 금융당국은 이를 두고 명백한 기망행위로 판단했다. 기존 주주에게는 “상장 계획이 없다”고 속이고 사모펀드에는 사실상 내부자 정보를 활용해 이익을 배분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러한 행위는 기존 자본시장법에서도 처벌이 가능한 사기적 부정거래에 해당한다는 게 금융위 판단이다. 자본시장법 제178조는 부정거래행위로 얻은 이익이 50억원을 초과할 경우 무기징역이나 5년 이상의 징역형을 명시하고 있다. 방 의장이 받은 정산금만 약 4000억원으로 추정돼 법적 기준을 훌쩍 넘긴다.
정부의 반응은 신속하고 단호했다.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금융당국은 방 의장을 ‘최고 수위’의 제재인 검찰 고발로 넘겼다. 불법 이익 동결, 과징금 2배 부과, 임원선임 제한, 신상공개 등을 포함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의 방향성이 제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급 적용은 되지 않지만 자본시장에 주는 경고 효과는 충분했다는 것이다.
정치적 의미도 뚜렷하다. 주식 투자자가 1000만 명을 넘는 상황에서 ‘공정한 게임의 룰’을 지키는 정권이라는 메시지는 국정지지도 제고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당 내부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자본시장 투명성을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는 평이 나온다.
“상장으로 돈 벌고, 책임은 피해”…이재명 정부, 총수 사익추구 관행에 제동
하이브 방시혁 의장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상장은 공적으로, 이익은 사적으로’ 활용하려 한 정황이다. 이는 그간 재벌 총수들이 상장을 자금 조달 통로로 이용하면서도 내부 거래와 우회 지분 매각 등을 통해 개인적 이익을 극대화해온 전형적 사례로 해석된다.
금융당국 조사에 따르면 방 의장은 하이브 상장을 앞두고 임원들이 출자한 사모펀드에 지분을 넘기고, 이들과 비밀리에 주주간 계약을 맺었다. 상장 후 이 펀드가 주식을 매각하면 매각차익의 30%를 방 의장에게 정산하는 구조였다. 공시의무가 없는 사모계약의 특성을 이용한 회색지대 전략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보호예수 회피’라는 점에서 주주들의 원성이 높다. 상장사 대주주는 일정 기간 동안 주식을 팔 수 없도록 매도가 제한된다. 상장 이후 급격한 주가 하락을 막고 일반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다. 그러나 사모펀드를 경유한 지분 매각은 이러한 보호 장치를 무력화해 주가 하락으로 소액주주가 입은 피해는 고스란히 시장 신뢰를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게다가 하이브의 상장심사 과정에서 방 의장과 사모펀드 간 계약 관계는 일절 드러나지 않았다. 현행법상 주주간 계약은 기업실사 과정에서 필수 제출서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이를 계기로 한국거래소 상장심사 기준을 강화해, 주주간 계약서도 제출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를 통해 제도적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계획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는 방 의장 고발을 통해 기업 총수들이 자본시장의 룰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고, 그 책임은 피해가려는 관행에 제동을 건 셈이다”며 “단순한 불법 행위 처벌을 넘어 투명한 기업지배구조와 소액주주 권익 보호라는 정책 기조를 시장에 분명히 전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과제는 제도의 실효성 확보가 지목된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정부가 천명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유사한 사례에 대한 지속적 감시와 사후 대응이 필요하다”며 “자산 운용사·사모펀드와의 유착 구조가 반복되지 않도록 상장심사 절차를 정비하고, 공시 강화 및 이해관계자 신고 시스템 마련 등 정교한 제도 설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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