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장선익 경영승계 핵심엔 선대후광 · 학맥 발판 ‘일본 네트워크’
동국제강 장선익 경영승계 핵심엔 선대후광 · 학맥 발판 ‘일본 네트워크’

동국제강그룹 장세주 회장의 장남 장선익 동국제강 전무의 그룹 내 존재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동국제강 구매실장을 맡아 온 장 전무는 지난해 연말 그룹 인사를 기점으로 동국씨엠 구매실장을 겸직하기 시작했다. 구매실장은 철강 산업의 핵심인 원가 관리를 책임지는 직책이다. 사실상 구매실장의 손에서 사업 수익성이 판가름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철강업 전반에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구매실장’의 역할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동국씨엠은 컬러강판·냉연강판 제조·판매업이 주력인 동국제강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사업성패 결정지을 ‘구매’ 총괄 맡은 장선익, 국내·외 협력사는 여전히 선대회장 후광 뚜렷

 

지난해 말 기준 동국제강은 기전산업 등을 비롯한 여러 업체에서 스크랩, 선철 등의 제강 원재료를 1조3196억원어치 매입했다. 기전산업은 동국제강에 철 스크랩을 가장 많이 납품하는 업체로 알려져 있다. 재활용되는 철 조각을 의미하는 철 스크랩은 전기로 제강의 주원료로 활용된다. 동국제강은 철 스크랩을 전기를 통해 녹여 쇳물을 만드는 전기로 중심의 제강업이 주력 사업이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기전산업의 김종원 회장은 장 전무의 아버지인 장세주 동국홀딩스 회장과 오랜 기간 개인적인 친분을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기전산업의 지분 100%를 소유한 단일 대주주다. 지난해 말 기준 기전산업은 동국제강의 주식 1만396주와 동국씨엠의 주식 6256주를 각각 가지고 있다. 18일 종가 기준 기전산업이 보유한 동국제강과 동국씨엠의 주식 평가금은 각각 9377만원, 3872만원에 등이다.

 

지난해 말 기준 기전산업은 동화산업(50.0%), ㈜어드밴건설(48.3%), ㈜씨아이씨(24.0%) 등의 지분을 직접 보유하고 있다. 이 중 동화산업과 어드밴건설 등은 동국제강의 협력사다. 특히 어드밴건설은 지난해 7월 세계적인 건설자재 생산업체인 오스트리아 DOKA사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향후 유럽과 중동 등의 원전 사업 참여 가능성을 높였다. 2005년 설립된 어드밴건설은 신월성 원전, 바라카 원전 건설, 울진 원전 등의 건설에 참여했다. 2023년 윤석열 전 대통령 폴란드 순방 경제사절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 동국제강 포항공장 전경. [사진=동국제강]

 

동국제강은 국내 업체 외에 해외기업에서도 빌릿(BILLET), 슬랩(SLAB) 등과 같은 압연(금속 성형 공정) 원재료를 대량으로 구입하고 있다. ‘빌릿’은 철강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전단계의 중간 소재로 후가공을 통해 다양한 제품으로 재탄생하는 가공 자재다. ‘슬랩’은 열연강판, 후판, 건축용 형강 등의 원료로 사용되는 중간 소재다. 지난해 말 기준 동국제강은 압연 원재료를 6742억원 매입했다. 원재료 매입 업체 중 가장 대표적인 곳은 일본의 대표적인 철강 회사인 JFE스틸이다.

 

일본 JFE스틸은 고(故) 장상태 회장 시절 동국제강과 처음 인연을 맺은 후 대(代)를 이어 형제관계를 맺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JFE스틸은 동국제강 지분 8.71%를 직접 보유하고 있으며 과거 JFE스틸의 지주사 JFE홀딩스 이사인 오오키 테츠오가 동국제강 사외이사로 근무한 적도 있다. 지난해 말 기준 JFE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일본을 대표하는 투자 운용사인 노무라 자산운용(4.71%)이다.

 

장 전무가 원재료 구매를 총괄하고 있는 또 다른 기업인 동국씨엠은 지난해 말 기준 포스코, 현대제철 등의 국내 철강 기업과 JFE스틸, 일본제철(NSC) 등 일본 철강 기업들로부터 원재료 약 1조원을 매입했다. 일본 1위 철강사인 일본제철은 최근 미국 철강업체 US스틸 인수 의사를 밝혔을 정도로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기업이다.

 

동국씨엠의 매출의 절반 이상은 해외에서 발생한다. 지난해 동국씨엠의 전체 매출은 2조1637억원으로 이 중 60%가 해외에서 거둬들인 수익이다. 지역별로 ▲아메리카(6993억원) ▲아시아(3349억원) ▲유럽 및 기타(3040억원) 등이다. 동국씨엠의 해외수출은 동국제강그룹의 물류 자회사 인터지스를 통해 대부분 이뤄진다. 부산에 본사를 둔 인터지스는 옛 동국통운, 국제통운, 삼주항운을 통합해 지난 2010년 설립된 동국제강그룹의 물류회사다. 인터지스의 최대 협력사로는 부산에 위치한 운송장비용 주유소 운영기업인 금강석유가 꼽힌다. 유류를 납품하는 금강석유는 인터지스의 유일한 독점 납품 기업으로 지난해 납품액은 66억원이었다. 

 

미래먹거리 발굴 ‘키맨’ 자처한 장선익 전무, 한국식 엘리트 교육 발판 일본 학맥 눈길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장 전무의 경영승계 관련, 정·재계 네트워크 관련 기업 등도 함께 조명을 받고 있다. 동국제강그룹은 현재 형제 관계인 장세주 동국홀딩스 회장과 장세욱 동국홀딩스 부회장이 함께 이끌고 있다. 장 회장은 지난 2023년 특별사면을 받은 직후 8년 만에 동국홀딩스 사내이사로 경영에 복귀해 동국제강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했다.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기존 동국제강을 지주사 동국홀딩스와 사업회사인 동국제강, 동국씨엠 등으로 인적분할 하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장세주·장세욱 형제는 동국제강 인적분할 직전 자신이 소유했던 지분을 자녀들에게 증여했다. 세부적으론 장 회장은 장남인 장 전무와 차남인 장승익 씨에게 동국제강 주식을 각각 20만주, 10만주 증여했다. 장 부회장 역시 장남 장훈익 씨와 딸 장효진 씨에게 각각 35만주씩을 증여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동국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장세주 회장(32.54%)이며 2대주주는 장세욱 부회장(20.94%)이다. 장 전무 지분은 2.5%에 불과한데 심지어 아직까지 경영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4세들과도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다. 장 전무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에 그룹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는 배경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장 전무는 실질적인 지배력 확보 보단 상징성 확보에 더욱 주력하는 모습이다. 최근 장 전무는 미래먹거리 발굴 목적의 ‘인수합병(M&A)’을 적극 주도하며 그룹 후계자로서의 입지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동국제강그룹 핵심 계열사 동국씨엠은 아주스틸과 주식매매계약(SPA) 및 신주인수계약(SSA)을 체결했다. 동국씨엠이 아주스틸 최대주주 등의 보유 지분 42.4%(624억 원)과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한 신주 1136만주(570억원) 등을 총 1194억원을 들여 아주스틸 지분 57.9%를 확보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인수합병(M&A)은 장 전무가 기업 발굴부터 계약 체결까지 직접 주도했다.


▲ 장선익 동국제강 전무. [사진=장선익 개인 SNS]

 

장 전무는 아주스틸 인수 과정에서 일본 종합상사 가네마쓰와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다진 것으로 전해진다. 가네마쓰는 일본의 9대 무역상사 중 한곳으로 주로 철강 및 산업플랜트 부문의 제품을 유통하는 기업이다. 그동안 아주스틸은 원재료를 수입하며 투자까지 받을 정도로 가네마쓰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지난해 12월 기준 가네마쓰가 소유한 아주스틸 지분은 20.48%에 달한다.

 

철강업계 등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현대IFC 인수를 위해 현대제철과 협상하고 있으며 이르면 올해 상반기에 거래를 완료하기로 했다. 현대IFC는 현대제철의 100% 자회사로 조선용 단조 제품과 단강 등을 제조하고 있다. 매각가는 25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동국제강은 현대제철의 또 다른 자회사인 현대스틸파이프 인수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국제강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현대제철 계열사 인수에도 장 전무의 의견이 반영됐다.

 

장 전무의 탄탄한 학맥도 일본 기업들과의 관계 형성을 기반으로 한 차기 총수로서의 위상 과정에서 상당한 보탬이 될 전망이다. 장 전무는 중학교 때부터 대학교까지 소위 말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회장 등 오너 일가가 다수 졸업한 청운중과 경복고를 거쳐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장 전무는 1982년 동갑내기인 HD현대 정기선 사장, 유진기업 유석훈 사장 등과 청운중과 연세대를 함께 다녔다. 특히 유 사장과는 청운중-경복고-연세대 등 중·고등학교와 대학을 모두 함께 나왔다.

 

연세대를 졸업한 후 장 전무는 일본으로 넘어가 일본 최고 명문대 중 하나로 꼽히는 히토츠바시대학교에서 MBA(경영학석사) 과정을 이수했다. 국내 주요 기업 후계자들이 미국에서 MBA를 뒤득하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행보다. 히토츠바시대학은 미키타니 히로시 라쿠텐 그룹 창업자, 일본 최대 부동산 기업인 모리빌딩 주식회사의 창업주 모리 타이키치로 등이 졸업한 학교로 유명다. 국내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아버지인 윤기중 전 연세대 상경대학 교수, 김호연 빙그레 회장 등이 히토츠바시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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