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손해보험(이하 MG손보)의 노동조합(이하 노조)의 강성 행보가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MG손보 매각이 ‘고용승계’를 주장하는 노조 반발로 번번이 무산되는 가운데 MG손보 처우 수준이 업계 최고 수준이라는 사실이 여론의 공분을 사고 있다. 회사의 위기에도 아랑곳 않고 고용승계만을 외치는 배경에 ‘밥그릇 사수’ 의도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노조의 이권 카르텔을 지켜주는데 공적 역량을 낭비하는 대신 서둘러 청산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MG손보 귀족노조 “100% 고용승계” 몽니에 매각 무산, 정책자금 투입 반대 목소리 고조
13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공시를 통해 MG손보 인수를 최종 포기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앞서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12월 MG손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인수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3개월간의 인수협상 기간 동안 MG손보 노조는 기업 실사를 진행하려는 관계자들을 무력으로 저지하는 등 끊임없이 거래 진행을 방해했다.
인수협상 당시 메리츠화재는 직원 10% 고용 유지와 비고용 직원에 대한 총 250억원 규모의 위로금 지급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논의된 거래방식 자체가 자산부채이전(P&A) 방식이었기 때문에 메리츠화재에겐 고용승계 의무가 없었다. 자산부채이전 방식은 타기업 전부나 일부를 인수할 때 자산과 부채 중 일부만 선별적으로 인수하는 방식이다. 주식매각방식(M&A)와 달리 인수자에게 고용승계 의무도 부여되지 않는다.
MG손보 노조는 자산부채이전 방식의 인수를 철회하고 100% 고용 승계 보장과 자산과 부채를 모두 인수하는 M&A 방식의 인수를 요구했고 끝내 합의에 실패했다. MG손보는 2019년 7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뒤 이듬해 100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매년 적자를 기록 중이다. 거듭된 적자로 이미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으며 지급여력비율 역시 지난해 말 기준 115%로 손보업계 최저 수준이다. 메리츠화재 입장에선 MG손보를 M&A 방식으로 인수하는 것은 폭탄을 떠안는 겪이나 다름 없는 셈이다.
손보업계 등에 따르면 MG손보 노조의 끊임없는 고용승계 요구의 결정적 이유로는 MG손보의 우수한 처우가 지목되고 있다. 일례로 MG손보는 피씨오프제(PC-OFF, 퇴근시간에 자동으로 PC종료)와 자율출퇴근제(직원 개인의 사정에 맞춰 출퇴근시간 자율 조정) 등을 시행 중이다. 여름휴가비(100만원), 명절수당(130만원), 복지카드(300만원) 등의 현금성 복지 혜택도 다수 존재한다. 초과근무 시 오후 6시부터 1분씩 수당이 책정돼 시간 외 수당 규모도 업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MG손보 매각 무산을 계기로 MG손보의 청산 여론이 들끓고 있다. 귀족노조의 밥그릇 때문에 우량 기업이 발목을 잡히는 일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는 논리다. 특히 일각에서는 혹시나 모를 정책자금 투입 가능성에 경계감을 내비치는 목소리도 등장해 주목된다. 손보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MG손보 노조의 거센 저항이 금융소비자 피해를 우려한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을 염두한 계산된 행동일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강성노조에 대한 국민적 반발 여론이 상당한 만큼 청산 외 다른 방법을 택할 경우 엄청난 역풍이 불어 닥칠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역대 정부에선 금융소비자 피해 예방 차원에서 부실 금융사에 있어서 만큼은 무리를 해서라도 청산 보다는 회생시키는 기조가 강했다. 일례로 현 우리은행은 지난 1997년 IMF시절 12조7000억원이라는 공적자금이 투입돼 파산 위기에서 벗어났다.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에도 예금보험공사가 약 27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부실 저축은행을 살리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문제는 투입한 공적자금에 비해 회수율이 현저하게 낮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에 투입된 공적자금 중 지난해 상반기까지 회수한 금액은 14조원으로 회수율이 절반에 불과했다. 회수율이 가장 낮은 저축은행은 8500억원을 지원한 보해저축은행으로 현재까지 약 1000억원을 돌려받으며 회수율 11.8%를 기록 중이다. 보해저축은행을 비롯해 평균 회수율 51.7%에 미치지 못한 은행은 전체 31곳 중 12곳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MG손보의 청산 여론이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에 대해 국민 정서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공적자금의 이용에 대해 다소 쉽게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며 “부실기업이라고 국민 세금을 모두 다 지원해 주게 되면 부실 경영에 따른 책임을 아무 관련도 없는 국민들에게만 전가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차원에서도 향후 성장가능성 등의 명확한 판단을 통해 그렇지 않은 기업의 경우 청산이나 파산 절차를 밟게 해야 한다”며 “지속적으로 국민의 세금만 투입시켜 회생시키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공적자금 투입의 키를 쥐고 있는 예금보험공사는 MG손보 노조의 ‘고용승계 100%’ 조건 때문에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동시에 어떤 결과가 나오든 일부 공적자금 투입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새로운 매수자를 찾고는 있지만 MG손보 노조 측이 제시한 고용 100% 승계가 지켜지지 않는다면 사실상 어떤 회사와도 인수절차를 밟기는 힘들어 보인다”며 “예금보험공사의 역할 중 하나가 부실기업에 대한 금전적 지원이기 때문에 청·파산이 진행되더라도 예금보험기금은 일부 투입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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